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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땡요일 Sep 10. 2022

혼자 먹을 수 있는 용기.

혼자 먹는 용기를 낼 수 있었던 나의 이야기.

나는 소위 혼밥이라고 말하는 혼자 밥 먹기를 자주 한다. 아침에는 가족들과 출근하는 시간이 달라 평일에는 거의 항상 혼자 밥을 먹고 점심은 때에 따라 혼자 먹기도 하고 선생님들과 함께 하기도 한다 그리고 저녁은 가족들이 약속이 있지 않는 이상 주로 가족들과 함께한다.


혼자 밥 먹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나처럼 내향적인 사람에겐 특히 더 그렇다. 집에서 혼자 먹는 밥은 편할지 몰라도 점심시간이나 밖에서 저녁을 해결하고 들어가야 하는 상황은 정말 불편하다. 사람들은 생각보다 다른 사람에게 관심이 없다지만 왠지 모르게 혼자 밥을 먹고 있으면 의기소침해지고 주변의 눈치를 살피고 있는 나를 발견하곤 한다. 시선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모르겠어서 그릇만 쳐다보며 음식을 빠르게 비우려고 집중하다 보면 어느새인가 헛 배부른 느낌으로 속을 채운체 문을 나서고 있다.



이렇게 소심한 내게 혼밥 할 수 있게 용기를 준 것은 바로 먹방 유튜브였다. 특히 야외에서 혼자 음식점에 방문해서 먹방을 진행하는 몇 개의 영상들이 용기를 주었다. 혼밥을 하며 그들이 혼자 음식점을 방문해서 시청자들과 소통해서 음식을 먹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왠지 모르게 영상 속 그와 함께 먹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들 덕분에 나 혼자만 있는 식탁에는 웃음과 맛을 음미할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그 이후로는 집에서 혼자 밥을 먹을 때도 평상시에도 유튜브로 먹방을 즐겨봤다. 맛있는 음식을 한입 가득 넣고 행복한 표정을 짓는 그들은 마치 입안에 행복을 씹고 음미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그 행복이 나에게 고스란히 전해지는 것만 같았다. 이렇게 그들이 먹는 모습만 봐도 느껴지는 대리만족이 행복은 나름 가까운 곳에 위치하고 있다고 말해주는 것 같았다.


그 후 유튜브로는 게임 영상만 봐왔던 나지만 먹방에 점점 매료되고 있었다. 너무 즐거웠다. 먹는걸 아주 사랑하는 나였기에 그들이 먹을 때마다 저건 꼭 먹어봐야겠다 다짐하며 먹고 싶은 음식 리스트를 적어 음식을 배달시킬 때 참고하곤 했다. 우유부단했던 내가 배달을 주문할 때면 소위 먹킷 리스트 중 가장 먹고 싶은 음식을 바로바로 결정해 주문하는 사람으로 변했고 당장 오늘 내가 뭐 먹었는지에 관심도 없었는데 한 끼를 먹어도 맛있게 먹고 싶어 졌다. 내가 지금 뭘 먹고 싶은지 어떤 맛을 원하는지 스스로 질문을 하고 답을 내릴 수 있게 된 것이었다.



이전에는 막연하게 맛있는 음식이 먹고 싶었지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궁금하지 않았다. 그저 타인이 먹자고 하는 음식을 따라먹거나 무난한 음식을 계속 먹었다. 익숙한 맛에 길들여진 나는 새로운 맛에 관심이 없었을 뿐 싫어하는 게 아니었다. 그저 먹방 하나를 보기 시작한 것이 내 마음을 유심히 보게 하는 하나의 계기가 되었다. 생각보다 웃기고 사소한 것에 사람이 변할 수 있다는 게 신기했다.


이제 먹방은 내 유튜브 홈 화면을 가득 채우고 있다. 내 노트 속 먹킷 리스트와 함께 말이다. 오늘도 자기 전에 먹방을 볼 생각이다. 내일의 나는 뭐가 먹고 싶을까 하는 고민과 기대감을 품고 잠에 들것이다. 배가 부르면 잠이 솔솔 오듯 오늘 밤 내 마음은 설렘으로 가득 차서 나를 내일 아침으로 포근히 안내할 것이다.


매일 밤 음식을  맛있게 음미하는 상상으로 하루를 마무리하는 것은 참 행복한일 인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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