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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땡요일 Sep 15. 2022

당신이 꾸준하게 할수있는 일은 무엇인가요?

내가 글을 쓰게된 이유

나는 일을 잘 벌리는 성향을 가졌다. 하지만 언제나 마무리는 흐지부지이다.


마음이 힘들 때는 반려식물을 길러보면 좋다는 말을 들어서 바질 화분을 하나 들인 적이 있다. 한겨울에도 싹을 틔우는 모습을 보며 괜스레 대견해서 기쁜 마음으로 땅이 마르면 물을 주고 햇빛이 있는 공간에 화분을 옮겨주기도 하며 나름 애정을 가지고 돌봤다. 하지만 지속적으로 무언가에게 관심을 주고 노력을 한다는 것은 정말 어렵다는 생각을 남긴 채 식물 키우기는 막을 내렸다.



그 조차도 실패하고 나니 정말 내게 남은 자존감은 바닥에서 찰방찰방 거릴정도 밖에 남지 않았다. 그냥 물 주고 햇빛 주는 것조차 꾸준히 못하는 인간이 되어버린 것만 같았다. 그 무엇도 할 수 없을 것 같았다. 그저 타인의 도움을 받기만 해도 되는 식물이 마냥 부러웠다. 그렇게 되고 싶기도 했다. 그저 다른 사람이 내려주는 차가운 물과 뜨거운 햇빛을 원하며 의지한 채로 살고 싶었다. 다른 사람에 의해 성장한다면 내 탓을 하지 않아도 될 것만 같았다. 그리고 식물들은 물만 먹고 자라기만 해도 인간들이 좋아하니 얼마나 보람찬 삶일까 하는 생각도 했다.


식물처럼 그저 받아먹고 자라며 생각을 멈춘 채 살면 그것은 과연 누구의 삶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을 멈추고 남이 해주는 것만 원하면 살아있지만 죽어있는 정말 그냥 길가에 잡초가 될 것만 같았다. 내가 원한 건 이런 게 아니라는 것을 난 안다. 주변을 돌아봤을 때 그냥 어디에든 보이는 초록이 아닌 화단에서 예쁘게 자란 꽃이나 나무가 되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어려운 일이라 할지라도 내가 지속적으로 관심을 주고 노력을 해야 하는 대상은 나의 주변의 일이 아니라 나 자신이었다. 나에 대한 생각을 멈춘 채 주변을 바라보며 일을 행했기에 내 삶에 나는 없었다. 그래서 마무리가 흐지부지 였을지도 모른다. 주변에서 적당히 멈추면 나도 그냥 멈췄으니까, 내가 원하는 결말에 도달하기 전 그냥 주변을 따라 멈췄으니 말이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찾아보고 있다. 하나를 진득하게 할 힘을 기르고 싶다. 그래서 이것저것 도전하고 있다. 지금은 그게 글쓰기이다. 내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할 수 있고 쓰다 보면 생각지도 못한 나를 발견할 수 있으니 말이다. 확신할 수는 없지만 흐지부지하더라도 이것저것 내가 꾸준히 할 수 있는 것을 그리고 나를 돌볼 수 있는 시간을 위해서 말이다. 하나씩 도전하는 과정이 어디로 가는지 알지 못하는 기차표를 예매해서 떠나는 여행 같기도 해서 재밌다. 하나하나 하다 보면 도착할 종점이 기대되는 순간도 있다. 이렇게 노력하다 보면 내 마음도 같이 치유되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이 긴 여행의 종점에는 식물에게 대견했던 마음처럼 나 스스로에게도 대견하다 칭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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