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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땡요일 Oct 19. 2022

[결제가 완료되었습니다.]

[결제가 완료되었습니다.]라는 쇼핑 어플 알람이 또 울렸다.


나는 쇼핑을 좋아한다. 새로운 물건이 내 것이 된다는 설렘과 택배가 오는 기다림은 나를 움직이는 원동력이 되곤 하니 말이다. 쇼핑 중독이라고도 생각해 보았지만 ‘나는 합리적인 소비와 잔고에 어울리는 소비를 하니까’ 하는 생각에도 금세 스스로 하는 자책은 사라지곤 했다.


어릴 때에는 하나의 물건을 주문하면 3일 정도는 걸렸는데 그 기다림에서 오는 설렘이 나에겐 특별했다. 내가 무엇을 해도 앞당길 수 없다는 걸 알기에 그저 기다리는 일만 하며 나에게 도착했을 때 기쁨과 심지어 이걸 구매했다는 알 수 없는 성취감까지 느끼는 것이 택배라고 생각 했었다. 주문과 동시에 물건이 나에게 올 준비를 하는 요즘 시대를 바라보면 슬퍼지기도 하는데 기다림의 설렘이 점점 사라지는 것만 같기 때문이다.


살다 보니 어느새 쇼핑은 내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 중 하나로 자리매김하고 있었다. 조금 특별한 점이라면 급하거나 빨리 받아보고 싶은 상품이 아니라면 천천히 오는 제품을 구매하는 것이다. 특히 나는 자잘한 소품 같은걸 구매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분명 나에게 도움이 될 거야!’ 라며 구매 버튼을 누른다. 그렇게 나의 기다림은 시작되고 천천히 익어가고 배송 완료라는 열매를 맺는다. 사실 자잘한 소품이라는 것이 기대에 미치지 못할 때도 있지만 나는 기다리는 시간 동안 그 소품의 역할을 다 했다 생각한다. 그 시간 동안 그 작은 물건이 나에게 가져다준 행복과 설렘, 기쁨은 가히 작다 할 수 없으니 말이다. 모든 물건에 성공하는 건 욕심이라는 생각도 조금 있기도 하다. 하지만 난 이제 이런 소비를 조금 멈추려고 한다. 



최근 나는 소비가 부쩍 늘었다. 스트레스가 해소된다는 장점이 있지만 스트레스를 받을 때마다 살게 없나 서치를 하게 된다는 단점이 있었다. 억지로 기다림의 시간을 만드는 소비는 그 당시의 행복은 가져다주겠지만 열 번 중 여덟 번은 후회했다. 택배를 풀면 마치 내 스트레스도 같이 풀리는 듯한 느낌을 받았던 나는 어느새 소비에 익숙해졌다. 돈을 모으는 것에서 행복을 느끼는 나였는데 야금야금 줄어드는 잔고에 스트레스를 더 받고 그 스트레스를 소비에 푸는 악순환을 한두 번 경험하니 여기서 멈추지 않으면 평생 소비의 노예처럼 살 것만 같았다. 직장 동료에게 내 이런 고민을 털어놓으니 나를 위로함과 동시에 정말 무서운 습관이니 지금 여기서 그만둬야 한다고 말했다. 바늘 도둑이 소 도둑 된다고 지금 이대로 가면 나중에는 큰 소비도 생각 없이 할 것만 같았다. 


나는 언제부터 설렘을 잃어버리고 과소비를 하게 되었을까 생각해 보았지만 답은 나오지 않았다. 그저 ‘나에게 이런 모습이 있었구나’ 생각하고 내 잘못된 습관을 고치는 것이 지금 내가 해야 할 일이다. 분명 어려운 일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한순간에 마법처럼 생긴 습관이 아니니 말이다. 마치 몇 개가 빠져있는 젠가 탑에 다시 젠가를 넣어 온전하게 만드는 것처럼 휘청휘청할 때도 있겠지만 온전해지는 게 가장 내 삶을 위하는 일이니 나는 계속 바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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