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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땡요일 Oct 31. 2022

무르익어 가는 계절 가을

문득 흔들리는 나무들이 뱉는 듯이 쏟아내는 나뭇잎을 보았다. 가을이 왔구나 싶었다.

가을이 찾아올 신호가 시작되면 세상도, 나도 이번 년 처음 경험하게 될 가을을 준비하곤 한다. 세상은 여름 내내 죽어라 내리쬐던 뙤약볕을 조금씩 걷어내고 진정한 뒤 차차 선선한 바람을 보낸다. 그러면 사람들은 슬슬 두꺼운 옷을 꺼내 입을 준비를 하곤 한다. 나무들은 여름 동안 자신의 역할을 온전히 수행한 나뭇잎들의 옷을 붉고 노랗게 물들일 준비를 한다. 그리곤 그들에게 세상을 장식하라는 마지막 임무를 내린 뒤 흔들리는 바람에 태우고 세상을 여행시킨다.  그렇게 사람들은 단풍을 보며 가을을 만끽하며 계절은 겨울로 향해간다.


사람마다 분명히 다르겠지만 나는 가을 하면 음식이 가장 먼저 생각나곤 한다. 선선해지는 계절에 따듯한 국물과 여름 동안 참아왔던 신선한 회 등 먹거리가 나를 기다리고 있다는 생각에 가을이라는 계절이 더욱 신나게 느껴지고 기대된다. “드디어 참아 왔던 것들을 하나둘씩 즐길 수 있어!”라고 혼자 기쁨의 말을 하며 말이다.

술을 좋아하는 나는 따듯한 국물류의 안주를 좋아한다. 여름에는 덥기에 기피했던 국물은 날씨가 선선해지는 가을이 되면 우리 일상 속에 스며들듯 찾아온다. 국물 안주의 묘미는 휴대용 가스버너에서 빛을 발한다. 따듯하니 이제 먹어도 된다는 보글보글 하는 소리는 먹기 전부터 나를 설레게 하기엔 충분하다. 이후에 앞접시에 막 건져 올린 따듯한 국물을 한입 마시는 순간 “크” 하는 소리와 함께 몸이 따듯해지는 그 기분은 가히 최고라고 말할 수 있다. 무르익어 가는 분위기 속 국물 안주와 술은 항상 중심에 서있다. 국물이 끓어가며 진해지는 것처럼 분위기도 천천히 진해지곤 하니 말이다. 따듯한 국물과 술은 마치 구름 위에 있는 것처럼 몽글몽글 한 기분이 들게 하기도 한다. 그리고 그것을 도와주는 것은 버너 위에서 끓고 있는 국물의 따듯한 증기이다. 수분감 가득한 그 증기를 보고 있는 것만으로 몸이 더 따듯해지는 기분을 느끼곤 한다.

따듯한 국물은 술과 함께 하는 공간이 아니더라도 나를 기분 좋게 하곤 한다. 가령 그저 집에서 먹는 밥 한 끼라도 여름에는 뜨거우면 괜히 더 더울 것만 같아 피하곤 하지만 가을이 시작된 이후로부터는 국물이 끓어가는 증기와 열기에 집이 훈훈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따듯한 국물과 밥 그리고 반찬을 더위에 구애받지 않고 온전하게 즐길 수 있다는 것에 나는 시간의 흐름이 기쁘게 느껴지기도 한다.


항상 공평하게 흘러간다는 시간이지만 하루 단위로 보면 시간이 너무 안 가고 뒤 돌아보면 순식간에 지나간 것만 같은 느낌이다. 시간은 또 흘러 나를 순식간에 겨울로 데려다 놓을 것이다. 분명 그때에는 그 순간의 즐거움이 있을 것이겠지만 지나가버린 가을이 아쉬움이 잔향처럼 남아있을 것이다. 그것도 모른 채 흘러가는 시간이 야속하긴 하지만 그 후회를 줄이기 위해서 그리고 내년에 처음 경험하게 될 계절들을 기대하기 위해서 지금의 계절을 알차게 보내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멋지고 좋은 방법이 아닐까 싶다. 무심하게 흐르는 시간을 붙잡아 놓을 수 없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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