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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물마루 Aug 22. 2016

우리끼리도 잘 해요 -2

다퉁[大同(대동)] 여행기 2 - 화엄사(华严寺), 현공사(悬空寺)

   이번 여행의 주제는 '우리끼리 느긋하게 즐기기' 정도. 그래서 어젯밤도 일찍 호텔로 들어와 수영도 하고 쉬다 잠들었다. 오늘 아침도 여유롭게 일어나 가족끼리 시간을 보내고 11시에 호텔 로비에서 만나기로 했다. 우리 딴에는 부지런을 떨어 호텔 조식을 먹으러 갔는데 역시나 중국인들은 다 아침형 인간. 식당이 꽉 차 있어서 어렵사리 한 테이블 얻어 앉아 아침을 먹었다. 역시나 조식도 지금까지 먹었던 숙소 음식 중 최고였다. 무엇보다 내가 좋아하는 커피를 마음껏 먹을 수 있어서 행복한 아침 식사!

   신랑이 어제부터 속이 아프다고 하더니 밤새도록 앓았다. 그래서 아침도 못 먹고 해서 가져가 (사실 그래선 안 되지만 T.T) 보온병에 죽을 좀 담아왔다. 그리고 약이 더 필요할 것 같아 지도에서 약국을 찾아 번역기를 들고 무작정 들어갔다. 그리고 필요한 건, 손짓, 눈치, 팅부동(못 알아 들어요.). 번역기에 돌린 위통증, 구토 이런 증세를 들이밀었더니 뭐라고 물어보기에 팅부동. 그러자 약사 아줌마 씽긋 웃더니 약을 꺼내 온다. 그리고는 손짓으로 엄지 척 '이 약이 최고'란다. 그렇게 약을 사 가지고 와 죽이랑 약을 먹고 다시 이틀 차 여행에 올랐다.


   원래는 현공사를 보고 돌아올 예정이었으나 어제 다퉁 고성을 둘러보다 발견한 화엄사라는 절이 마음에 든 우리는 먼저 화엄사를 둘러보기로 했다. 이 화엄사가 우리나라에도 많은 화엄종의 본원이란다. 계획에 없던 곳이라 미리 알고 간 내용이 없어서 수박 겉핥기식으로 보고 나왔다. 상화엄사, 하화엄사 이렇게 나뉘어 있다는데 그것도 몰랐으니... 우리끼리 여행의 한 가지 단점인 것 같다. 다음 여행부터는 미리 열심히 공부하고 와야겠다.


    이 곳이 상화엄사로 들어가는 곳인 것 같다. 그 앞에 있던 향로(?)가 너무 예뻐 찰칵! 아침 일찍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별로 없어서 더 조용하고 경건한 분위기였다. 그리고 그 안으로 들어가면 나오는 상화엄사의 가장 중요한 건물인 대웅보전. 중국 요나라 건축 양식이라고 하는데 겉으로 보기에는 밋밋해 보이지만 그 안에 있는 불상과 벽화가 유명하단다.(안은 사진을 찍을 수가 없는 곳이었어요.^^)


   화엄사에서 가장 눈길을 끌었던 건물은 바로 요 탑같이 생긴 건물이었다. 대웅보전을 보고 얼른 그곳으로 가보았다. 오래된 건축물을 보호하는 차원에서 들어갈 때 신발을 덧신으로 꽁꽁 싸매고 들어간다. 들어가 보니 이어지는 가파른 계단. 올라갈 때는 힘들어서 사진을 못 찍고 내려올 때 찰칵.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서 인자한 불상도 볼 수 있었고 난간으로 나가면 절 전체와 다퉁 고성 내 전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그러나 나는 심각한 고소공포증이 있는 사람이라 난간으로 나가는 것 자체가 두려움이었다. 그러나 이것은 현공사에 비하면 새발의 피였음을 그때는 몰랐다. T.T


   드디어 이번 여행의 하이라이트 현공사로 향했다. 다퉁에서 가장 유명한 곳이 이 현공사이다. 무한도전의 하하와 정형돈이 극한 알바로 이 곳의 절벽에 길을 만드는 일을 하러 왔던 곳. 그러나 결국 시도조차 하지 못하고 사정사정 끝에 호도협의 인력거꾼으로 갔었던 에피소드가 있었던 곳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 현공사를 보기 위해 이 곳 다퉁에 온다. 나도 이야기를 많이 들었던 터라 가기 전부터 '나는 절대 올라갈 수 없다. 가서 보기만 하겠다.'라고 맘을 굳게 먹고 있었다. 다퉁 시내에서 거리 상으로는 그리 떨어져 있지 않은데(차 안 막힐 때는 20분 정도 걸린단다) 그런데 이곳이 수시 때때로 엄청 길이 막힌다. 왕복 2차선 도로에 길게 늘어선 5톤 트럭들이 무언가를 엄청나게 무겁게 싣고는 아주 천천히 달리고 있어서 항상 차들은 거북이걸음이다. 그렇게 답답하게 한참을 가다 보면 정말 차가 움직이지 않는 고비가 있고 그 고비를 넘어서면 절벽에 붙어 있는 절의 형태가 보인다.


   정말 보면 볼수록 신기하고 기상천외하면서 두려운 건축물이다. 저 바위 절벽에 나무 지지대로 몇 백 년을 버티고 있는 절이라니.... 이 바위산은 항산이라고 중국 5악 중의 하나로 북쪽에 있다 하여 북악이라고도 불리는 유명한 산이다. 원래는 이곳 현공사 쪽으로 계곡 물길이 이어져 있었는데 현공사가 훼손될까 봐 댐을 쌓아 물길을 돌렸단다. 그래서 한쪽에서는 공사가 계속되고 있었나?


   중국 사람들처럼 현공사 이름 석자가 걸린 곳에서 사진을 찍을 때까지는 좋았다. 올라갈 생각이 없었으니까...


   그래도 어차피 표 끊고 들어왔는 걸 조금이라도 앞에 가서 보자 하는 생각에 절 코 앞까지 가게 되었고 어느 순간 나는 깨달았다. 여기는 돌아 나갈 수 있는 회차 지점이 없다는 걸. 그냥 일방통행만 있을 뿐이다. T.T 어느 순간 갑자기 길이 급격히 좁아들면서 한 사람만 겨우 지날 수 있게 된다. 방향은 올라가는 한 방향만 가능하고. 그냥 앞사람이 가는 대로 뒷사람은 졸래졸래 따라 올라갈 수밖에 없는.... 결국은 맨 꼭대기까지 가야만 돌아 나오는 길로 내려올 수 있는 시스템이었다. 그나마 우리가 간 날은 사람이라도 적어서 중간에 쉬면서 갈 수 있었지만 사람이 많은 날에는 그냥 사람에 밀려서 올라갔다 내려온단다. 인간 컨베이어 벨트처럼...

사람들 크기 보이시나요? 저 허공에 매달려 있는 난간들을 통해 맨 오른쪽 건물 꼭대기에 올라야 다시 내려올 수 있다는 걸 그 때는 몰랐어요.T.T

   기둥을 부여잡고 소리를 지르며 덜덜 떨면서 한 발자국씩 이동한 탓에(우리 식구들의 온갖 놀림거리가 되어) 그 아찔한 상황을 보여줄 사진을 찍지 못했다. 어쨌든 난 거기서 공포체험을 했다. 아주 극한의 사실적인 공포. 그런데 중국 사람들, 특히 여자들 정말 대단하다. 이런 곳을 하이힐 신고도 잘만 오른다. 어렸을 때부터 적응이 되어서 그런가?

   현공사, 정말 멋있고 대단한 건축물이고 꼭 한 번 봐야 할 곳이기는 하지만 난 다시는 오지 않겠다는 굳은 다짐으로 이번 여행은 마무리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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