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 일단 시작하자.

시작하지 않으면 할 수 있는 게 없다.

by ParOn

왼손 골퍼의 시작 — 장비 하나로 버틴 첫 한 달

출장에서 돌아온 후, 골프를 시작해 보기로 마음먹었다. 막상 알아보니 장비, 레슨, 라운딩 비용까지 만만치 않았다. 지금껏 해온 운동들과는 차원이 다른 초기 비용이었다. 급여생활자가 선뜻 뛰어들기엔 부담스러운 숫자들이었다.


일단 풀 장비는 보류하기로 했다. 골프를 오래 한 친구에게 조언을 구했고, 친구의 답은 단순했다. "7번 아이언 중고채 하나 사서 시작해봐."

레슨도 권했지만, 기본 자세만 친구에게 배우고 레슨 책을 한 권 사서 독학으로 가보기로 했다.


처음엔 오른손으로 시작했다. 왼손잡이지만 왼손용 채를 구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런데 스윙이 도무지 자연스럽지 않았다. 야구와 테니스를 왼손으로 오래 해온 탓에 몸통 회전 근육 자체가 왼손에 맞춰져 있었던 것이다. 공은 제대로 맞지 않고, 거리도 나오지 않았다.


골프가 안 맞는 이유는 100가지도 넘는다고 한다. 핑계보다는 방법을 찾아야 했다. 고민 끝에 큰 결단을 내렸다.


왼손으로 바꾸기로 한 것이다.


다시 왼손용 7번 아이언 중고채를 구해 스윙 연습을 재시작했다. 차이는 분명했다. 스윙이 한결 부드러웠고, 동작에 힘이 실리기 시작했다. 책에서 익힌 기본 자세와 스윙 메커니즘을 연습장에서 반복하며 조금씩 공을 맞춰나갔다. 그렇게 한 달쯤 지나자 7번 아이언으로 120m 전후가 나오기 시작했다.


'이제 풀세트를 갖출 때가 됐다.' 설레는 마음으로 프로샵을 찾았다. 그날 왼손 골퍼의 현실을 제대로 맞닥뜨렸다. 매장에 왼손용 클럽 재고가 없었다. 특별 주문에 3개월, 브랜드도 스펙도 고를 수 없었다. 서울 대형 골프샵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오른손으로 돌아갈까 잠시 망설였다. 하지만 이미 몸은 왼손 스윙의 자연스러움을 알아버린 뒤였다. 되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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