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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회색빛 Sep 11. 2020

03. 직업에 귀천이 있나요

바리스타라는 직업을 바라보는 시선


#3



 "여기 아르바이트생이 친절해요. "

 "여기 아르바이트생 불친절해요."





바리스타는 흔히 아르바이트(파트타이머)로 불린다.

수많은 프랜차이즈 매장들의 여파가 아닐까 싶은데, 사람들의 인식이란 건 참 무섭다.


소규모의 개인 매장이 아닌 이상,

규모가 조금만 더 커도 그곳의 바리스타들은 아르바이트생이 되어버린다.

분명 같은 월급을 받고, 한 잔의 음료를 위한 공부와 연구를 하고 있음에도 말이다.

실상 아르바이트생이라고 나쁠 것도 없다만,

현장에서 일하다 보면 상대를 하대하거나 본인보다 낮은 계급의 존재로 여기는 사람(손님)들이 허다하다.


그들의 인식을 바꾸기 위해 수많은 카페들이 노력을 하지만,

여전히 바리스타는 전문적인 직업이 아닌 누구나 할 수 있는 쉬운 직업으로 여겨지고 있다.




바리스타의 친절함과 프로페셔널함이 느껴지는 공간

서비스와 생산을 동시에 해내야 하는 직업 중 하나인 바리스타.


 "아이스 아메리카노 주세요."

 (음료 제공 후)

"저 아이스 라떼 시켰는데요?"


주문하는 사람의 실수도 만든 사람의 실수가 되어버리는 현장에선 특히 더 복합적인데,

고객 응대를 아무리 친절하게 잘해도 음료가 늦게 나오면 짜증을 내거나 화를 내는 고객들도 있고,

고객 응대를 무뚝뚝하게 해도 음료의 잔이나 형태가 이쁘면 그 카페는 맛있고 멋진 곳이 된다.

고객 응대, 음료 제공 시간, 음료 형태, 공간의 모습까지.

많은 것들이 고객의 만족도를 높이는데 기여하기 때문에 서비스직과 생산직을 겸해야만 한다.


실제 현장에서 바리스타는 음료만 만들면 되잖아?라고 생각하고 회사에 지원했다가,

고객 응대가 너무 힘들고 본인과 맞지 않다며 그만두는 케이스도 있었고, 나 고객 응대 엄청 잘해 라고 회사에 지원했다가 음료 제조와 청소가 힘들다며 그만두는 케이스도 있었다.


바리스타라는 직업은 결국,

하나만 잘한다고 되는 게 아니고 내가 혼자 잘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다.

내가 아무리 잘해도 오는 손님이 별로라고 하면 나는 별로인 바리스타가 되어버리는 가혹한 현실이다.





커피를 좋아하는 마니아층도 있는데,

그들은 바리스타 대회에서 수상을 한 경력이 있거나, 유명세를 타는 바리스타를 좇는다.

또는 좋아하는 브랜드가 있어서 브랜드를 좇기도 한다.


예를 들어, 스타벅스에서 새로운 MD 제품이 나오면 마니아들은 구입을 위해 새벽부터 줄을 서서 기다리고 제품을 구입하거나 받기 위해 음료를 10잔, 20잔 결제한다.

그래서일까? 내가 어떤 브랜드에 몸담고 있는지에 따라 바리스타의 프라이드도 달라질 수 있다.

바리스타의 실력이나 경험치와 다르게 어떤 브랜드에서 일하는지에 따라 사회의 시선이 다르달까..


예전에 근무했던 매장에서는 바리스타 한 명이 큰 기업의 바리스타로 근무하러 간 적이 있다.

무슨 말이냐면, 기업의 운영 방식을 배우기 위한 잠복근무라고 해야 할까?

그렇게 2년을 근무하고 다시 매장으로 돌아온 바리스타를 보며 무척이나 신기해했다.

회사에 대한 신뢰와 마음이 얼마나 커야 돌아오겠단 약속을 하고 다녀올 수 있을까?


브랜드를 좇는 고객들도 있지만, 브랜드를 좇는 회사도 있다는 것.

세상에 쉬운 일 없다지만, 정말 쉽지 않다고 느꼈던 순간 중 하나.





바리스타라는 직업을 바라보는 시선들은 다양하다.

직업에 몸담은 본인도 그를 바라보는 주변의 시선도 각양각색.


하고 싶어서 일하는 사람들과 하긴 싫지만 생계를 위해 일하는 사람들.

또, 하고 싶지만 생계를 위해 더 안정적인 직업을 찾아가는 사람들까지.

정년퇴직이 60세라고 하지만, 현장에서 몸이 고된 일들이 많고 소셜미디어에 노출되는 경우가 많아 보이는 것들이 중요해졌고, 점점 더 젊은 사람들의 수요가 높은 현실에 빠른 퇴직을 결심한다.


본인의 매장을 차리고 싶지만 수많은 카페와의 경쟁이 두려워 시작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여럿 봤기에 가끔은 지금 내가 이 일을 하고 있어도 되나?

지금이라도 안정적인 직업을 찾아 나서야 하는 거 아닌가? 라며 심히 고민할 때도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바에서 부딪쳐가며 일하는 게 좋고 커피라는 재료도 좋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바에 선다. 마치 걱정, 고민 하나 없는 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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