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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는이모 Apr 02. 2024

마음에 자국을 남긴 사람들

이라 쓰고 롤모델 또는 멘토라고 부른다

마음 어딘가에 자국을 남기는 사람이 있다. 콕콕 눌려진 자리의 마음이 말랑해진다. 손가락으로 각기 다른 모양을 따라가다 보면 어여쁘지 않은 것이 없다. 그런데 어디에 어떻게 찍혔는지 들여다보지 않으면 그 자국은 없어지고 만다. 수많은 자국을 들여다보고 매만지다 보면 마음도 둥글둥글 해지는 걸까. 가까이에 있는 이들에게 닮고 싶고 본받고 싶은 걸 찾다 보면 내 마음도 모나지 않게 다듬어지리라 생각한다.


1. 오랜 나의 지인들

각자의 이니셜을 딴 모임이 있다. 서로의 지인을 소개하다 만난 네 명의 아줌마는 1년에 두 번 발칙한 1박 여행을 떠난다. 여행을 할 때마다 그녀들의 진면목이 드러난다.

새벽이슬을 맞은 쑥을 캐고 싶다는 J는 진심으로 사계절을 즐기며 자연을 사랑한다. 내게 없는 자연 친화 감수성이 있다. 요즘 세상에 보기 드문 순수한 영혼, 그녀를 존경한다.

매사에 준비에 준비를 더하는 Y는 이직을 밥 먹듯이 하지만 최선을 다해 자기 몫을 해낸다. 올바른 소리를 내는 것도 두려워하지 않는 야무짐이 있다. 삶의 자극이 되는 그녀를 존경한다.

생각 많고 착하기만 해서 슬픔도 기쁨도 무턱대고 껴안는 S. 한없이 사려 깊고 감성적이라 존재 자체가 힐링이다. 눈만 마주쳐도 따사롭다. 그녀와 함께 있으면 나도 착해져야만 할 거 같다. 눈빛과 말투 행동 하나하나로 선함을 풍기는 그녀를 존경한다.     


2. 온라인을 통해 맺은 인연들

사회복지사 겸 세 아이 맘 K는 매일 책을 읽고 달리기를 한다. 게다가 쓰기 중독이라 매일 블로그에 글을 남긴다. 하루를 48시간처럼 쓰는 그녀를 닮고 싶다.

작은 텃밭을 일구는 J는 최근 자녀 셋을 모두 독립시켰다. 집을 카페처럼 꾸미고 남편의 손을 잡고 인증샷을 찍는데 어색해하지 않는다. 남편과 오랜 연애 중인 그녀는 50년째 원피스가 어울리는 몸매를 유지 중이다. 어찌 안 부러울 수 있는가.

30년째 워킹맘인 H. 그림을 그리는 딸과 취미로 시를 쓰는 아들이 있다. 둘 다 경제적 자립을 했고 본인은 얼마 전 출판사 사업자 등록을 했다. 머지않은 노후에는 딸과 아들과 함께 책을 만든다고 한다. 아들에게 책 선물을 받는 H가 그저 부럽고 멋지다.

이른 나이에 찾아온 암을 자연치유식으로 극복한 후 자신의 몸과 마음을 돌보는 데 누구보다 진심인 M. 남편의 극진한 내조로 전국을 여한 없이 떠돌며 영감을 수집 중이다. 최근 낭독의 매력에 빠졌다는 그녀. 10살이나 어린 그녀에게 삶의 자세를 배운다.


3. 글쓰기 공동체 멤버들

주 1회 3시간 동안 줌으로 만나는 사이다. 단풍이 물들 때까지 우린 함께 읽고 쓰기로 했다. 그들에겐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본받을 점이 많다. 말투와 목소리, 특히나 글에서 내게 부족한 점을 그들에게서 엿본다. 그들의 사려 깊음, 섬세함, 도전정신, 지혜로움, 순수함, 진중함, 평온함을 닮고 싶다. 그들의 색에 찬찬히 물들고 싶다.      


어제 줌으로 만난 미소가 아름다운 K의 글을 오래도록 기억하고 싶어 가져왔다.

K가 생각하는 롤모델 또는 멘토로 생각하는 분들을 소개한다.


-쉽게 판단하지 않고, 사유의 폭이 넓어서 여러 발칙한 질문들도 넉넉히 받아내시는 분들.

-다정한 방식으로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다른 길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시는 분들.

-나를 더 겸손하게 만들고, 확장시켜 주시는 분들. 결코 무례하지 않은 분들.

-자신이 진리의 모든 것을 아는 것처럼 행동하지 않지만 자신이 경험한 진리는 확신 있게 전하는 분들.

-자신을 따르라 하지 않는 분들. 자신을 떠나 당신만의 가야 할 길을 찾아야 한다고 하는 분들.

-의존형 인간이 아닌 자립형 인간을 길러내는 분들.

-강한 사람에게 흔들림 없이 강하고, 약한 사람에게 한없이 약한 분들.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두려움 속에서도 먼저 한 걸음 떼는 분들.

-낮은 자리로 향하는 분들. 이름도 빛도 없이 묵묵히 살아가는 분들.

-조건 없이 사랑을 베풀고 품이 넉넉한 분들.

-계속해서 기회를 주는 분들.

-인내에 인내를 더하는 분들.

-잘못을 직면하고 미안하다고 사과할 줄 아는 분들.

-약한 자들의 목소리가 되어 주시는 분들.

-검소하고 소박하게 자족하며 사는 분들. 하지만 베풀 때에는 큰 손이 되는 분들.

-자기 자신을 있는 모습 그대로 사랑할 줄 아는 분들.

-남을 깎아내리고 혐오하지 않으면서도 위트 있는 농담을 할 수 있는 분들.


열일곱 분들 중 어디에 해당될 수 있는가를 골똘히 생각해 보았야겠다.

한번뿐인 인생, 누군가의 마음에 자국을 남길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으니.





엄마 선물이라며 둘째가 건넨 민들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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