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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구 소풍 이정희 Oct 06. 2024

가을 3, 세월아 네월아 산티아고 길 3.

파리에서 생장까지

 10시에 호텔에서 나와 몽파르나스 역을 향해 걷는다. 12시 11분 기차이지만 거리와 사람 구경에 즐거워 여유 있게 나왔다.


 평생 사람이 이렇게 다르면서 비슷하다는 경험을 처음 해본다.

 아프리카 30일 여행 때보다 더 많고 다양한 흑인들을 자세히 관찰한다.

 거리의 카페에서, 역 광장 와이파이존에서, 대합실 촘촘한 의자에서 훔쳐보듯 가까이 보고, 멀리서 안 보는 듯 사진 찍고 자세히 바라보며 자유여행의 여유로움을 만끽해 본다.


 눈, 코, 입, 피부, 머리카락, 표정, 옷, 어느 하나 닮지 않았다. 그런데 모두들 어떤 행동을 하게 될지 예상 가능하게 하고 비슷한 행동을 한다.


 대부분 핸드폰을 많이 보거나 이야기를 하고 멍 때리고 있다. 지금 내 주변에는 흑인들이 많은데 그 모습도 모두 너무나 다르다.


 '내 앞에 앉아있는 남자는 윤이 반짝거리는 흑진주 같다.'


 역 안 의자에 자리를 잡은 사람들은 핸드폰과 노트북에 빠져있고 처음인 듯 두리번거리는 짐이 많은 사람들은 초조하고 불안해 보인다


 파리에서는 주변에 가까이 다가오는 사람과 친절한 사람은 피하라는 말에 경계심을 바싹 당긴다. 그래서 사람들 눈빛을 가까이 볼 수 없어 조금 안타깝다.

생장 가는 테제베 기차를 타는 곳으로 가야 한다. 친절한 안내간판을 보니 10m 가면 역 화장실이 있다. 이용료가 1유로인데 줄을 길게 서있다.

'화장실이 없는 기차가 많은가 보다.'


 큰 배낭을 멘 사람을 따라가면 산티아고 순례자들이고 비아리츠행 테제베 열차를 타는 곳이다. 4시간 정도 큰 평원을 달리다가 바욘역에서 내려 한 시간 기다려 생장 가는 시골 열차를 타야 한다.

 처음 타보는 테제베 열차는 춘천 가는 청춘 열차처럼 1층과 2층이 있고 KTX처럼 순방향과 역방향이 있다.


 우리나라와 달리 열차가 참 조용하여 놀랄 정도이다. 그리고 나이 든 사람들은 책을 많이 읽는다.


'프랑스라 그런가? 아까 역에서도 노인들이 책을 읽던데-- '


 내 옆자리 앉은 노년의 아저씨도 벽돌 책에 집중하고 있다. 이렇게 내내 핸드폰 글쓰기를 하는 동양 아줌마를 가끔 힐긋힐긋 쳐다본다.


그래도 영어를 못하는지 내게 말을 걸지 않는다. 어차피 나도 영어를 못하니 마찬가지이지만.

 바욘에서 내려 생장 가는 기차를 기다렸다. 역 앞에서 사진을 찍으려고 큰 배낭을 멘 외국 여성에 세 부탁했다. 자기들은 미국에서 왔고 75세 친구라고 한다. 산티아고 순례길에 여러 번 왔었다고 한다.


'와! 정말 대단하다. 부럽다'​


 4시 40분 기차를 타려고 계단을 내려가는데 승무원이 큰소리로 뭐라고 이야기한다. 한국 젊은이에게 물어보았더니 기차가 오버부킹이 되었다며 버스를 타야 한다고 한다.


 나는 오지랖 넓게 역에서 기다리고 있던 다른 한국 사람들에게 전해주었다.


' 기차 대신 광장에서 버스를 타야 해요'


 모두 역 광장으로 뛰어가서 기차표를 보여주고 버스를 탔다

생장 성

 예약한 알베르게에 오니 마욘 역에서 보았던 한국 사람들이 모두 있었다. 내가 끝까지 함께 하려고 고민한 린투어 산티아고 순례길 44일 팀들도 머물고 있었다.

알베르게 2층 침대

 아주 작은 도시 생장은 배낭을 멘 순례객들로 넘쳐났다. 한국인들도 더러 보인다. 4인 방에 외국 남자 1명, 한국 남자 2명, 그리고 나이다.

미리 1층 침대를 부탁했건만 무조건 선착순이라며 2층 침대였다.

저녁식사를 한국인들과 함께 했다.


파리에서 생장으로 오는 긴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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