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구 소풍 이정희 Oct 27. 2024

가을 6, 세월아 네월아 산티아고 순례길 6.

론세스바에스에서 헤르디아인까지(14.6km)

 1구간의 마지막이자 2구간의 시작인 론세스바에스의 수도원 알베르게는 여러 가지 대단한 곳이다. 몇백 년의 역사도 그렇고 규모도 대단하다.

 원래 공립 알베르게는 미리 예약을 받지 않는데 이곳은 예외로 홈페이지에서 숙박과 저녁, 아침식사를 미리 주문을 받는다.

 수도원 건물을 개조하여 호텔과 알베르게, 레스토랑을 운영하는데 나는 아침과 저녁식사 예약을 놓쳤다.

저녁식사

 도착하자마자 한 시간 반 정도로 진행되는 순례자 디너 8시 반 타임을 14유로에 겨우 예약할 수 있었고 내일 조식은 이미 마감되었다고 한다.

한국인이 많은 곳

 한국인 방문객들이 워낙 많아 숙박을 한 곳에 몰아 지정하는 것 같았다. 여기저기 한국말이 들려 귀를 쫑긋 하며 듣다가 삼삼오오 이층 침대로 모여들었다.

 모두들 신이 나서 본 것이나 체험한 순례길 이야기를 하면 자기 일처럼 응대하였다.

서로 도와주기

 우리는 서로 정 많은 한국 사람임을 확인하며 여러 가지를 물어보고 재빠르게 도와주었다.

 약, 침낭, 충전기, 세면도구를 안 가져온 사람에게는 서로 빌려주고 아픈 곳에 파스를 붙여주었다. 이곳 알베르게 이용법과 산티아고 순례길의 여러 정보를 공유했다.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어 이번 여행의 용기를 주었던 지인의 말처럼 용기를 내어 이 먼 곳의 고생길을 자처한 사람들은 진심으로 서로 기다렸다는 듯 도와주고 연대하고 있었다.


 한 달부터 6개월 작정하고 온 사람까지 여행의 시작과 끝은 모두 달랐지만 서로 관심을 집중했다.


"파리, 리스본, 마드리드, 아부다비, 스페인 등"---


 서로의 이야기를 들으며 공감하고, 다른 계획에 경청하며 부러워하고 새로운 계획을 세웠다.

알베르게 규칙

 밤 10에 전체 소등과 현관문이 잠기고, 아침 6시 전체 점등이 되고 아침 8시가 되면 강제 체크인이다.

세탁실도 큰 편인데 세탁은 3유로, 건조까지는 4유로이다. 오늘은 하루 내

비가 많이 와서 벌써 세탁실 마감이 되었다며 노인 봉사자들은 방문객보다 더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설명했다.

노인 자원봉사자가 운영하는 세탁실

 나이가 꽤 많은 봉사자들이 부지런히 실내 순시를 하며 친절하게 안내를 하고 아침에는 잠을 깨우고 행동이 느린 사람들의 체크아웃 시간을 독촉했다.

짐을 끌고가는 80의 순례자

 오늘은 서로 약속하지 않았는데 한국 젊은이들을 조금 걷다 보면 쉬는 곳마다 만난다.

 오랜 외국 생활을 하다 온 여의사, 제약회사 퇴직 후 반년 동안 여행 다니는 씩씩한 여성, 군대를 갓 전역한 청년, 대기업 임원에서 탈락한 젊은 아저씨와 나까지 모두 즐겁게 자기 삶과 여행이야기를 했다.


 41년 근무 후 정년퇴직하자마자 두 달 여행을 왔다고 말하자 어떻게 한 직장에서 41년을 근무할 수 있냐며 불가능이라는 말을 한다. 그들 세대는 그럴 수 있을 것이다.

배낭 무게는 욕심의 무게

 숲길을 걷다 보니 작은 카페에 사람들이 많다. 무게 재는 곳이 있어 올라갔더니 내 배낭의 무게는 10kg이다. 몸무게의 10%인 5.5kg이 무난하다고 하는데 나는 아직도 욕망의 짐이 많은가 보다.

 5일째 밤마다 무거운 배낭에서 물건을 버리며 비우고 있다. 제일 먼저 책과 안내 종이, 간식을 비웠다. 지금 종류별 옷과 약이 그나마 제일 부피가 큰데 날씨 변화가 심해 혹시 몰라 버릴 수가 없다.

 대부분 오늘은 다음 구간인 수비리까지 24km를 걷거나 숙소가 없으면 다음 마을까지 간다.

무거운 배낭

 계속 알베르게에서 잠을 자서 오늘은 12km만 걷고 헤르디아인 작은 호텔에서 혼자 자기로 했다.


'혼자만의 침대에서 푹 자고 싶다'


 아직까지는 떠나기 전 생각처럼 길이 힘들거나 고생스럽지 않다. 한국 사람도 워낙 많고 특히 서로 친절하게 도와주려는 모습을 많이 보았기 때문이다.


산티아고 순례길 떠나기가 왜 그리 겁이 나고 주저했는지 지금 생각하면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때는 예상하지 못한 많은 것들을 고민하고 불안했는데 이제 보니 스스로가 가장 큰 요인인 것 같다. 원래 익숙한 집 떠나는 일은 고민이고 불안이다.


용기는 변화를 만든다.

어제와 오늘, 내일이

조금은 다르게

살고 싶다

오늘의 숙소
작가의 이전글 가을 5, 세월아 네월아 산티아고순례길 5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