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외 편) 내가 사랑했던 선생님들
선생님 다 잘 될 거예요.
(지난여름 어느 날 작성)
나는 학교를 좋아하고 선생님을 사랑했던 학생이었다. 그래서 지난 사태들을 지켜보며
나의 스승님들이, 그리고 이제 그 스승이 된 나의 친구들이 생각나 마음이 아팠다. 슬프고 가슴 미어지는 글들은 많으니, 나는 내가 사랑했던 선생님들에 대해 글을 적어보려 한다.
나는 스승들이 존경받는 세상에서 학교를 다녔고, 체벌이 금지되는 그 과도기 속에서 학교를 다녔다. 다행히 나는 체벌을 당해본 적 있으나, 그 체벌이 과해 나의 트라우마를 유발했다거나, 불합리했다고 느낄만한 적은 없었다.
바빴던 엄마의 방임과 사교육을 할 수 없었던 형편 속에서 나의 스승들은 어떨 때는 심리상담사가, 어떨 때는 과외선생님이, 어떨 때는 부모처럼 기꺼이 그 역할을 해주었다.
나의 국어 선생님, 20대로 셨던 걸로 기억한다. 아마도 초임이라 열정적이셨던 것 같다.
어린 시절에 받은 상처의 기억은 어린 시절에 마무리하고 가야 한다며 참 많이 상담해 주셨다. 아마도 그게 특별한 상담이었다기보다, 17살까진 입 밖으로 내보지 못한 상처받은 기억들을 입 밖에 뱉어내는 것을 알려주신 것만으로 내게 참 고마웠던 기억이다. 운동장 계단에서 도란도란 이야기하던 그 추억이 그립다.
고 2 때 중년의 남자 영어선생님, 그리고 20대 여자 영어선생님도 참 감사했다. 남선생님은 본인이 20년 넘게 가르친 기억으로 영어단어장을 만들어 배포하셨다. 그 선생님은 유난히 나를 예뻐했고, 항상 내가 공부를 잘하고 있는지 물어봐주셨고, 나를 보면 저 멀리서 뛰어오시며 야 이 미친놈아 ㅋㅋ 또 먹냐 하고 가셨는데.. 이게 욕인데 난 참 정겨웠다. 가끔은 카톡 프사 속 선생님을 구경한다. 지금도 뛰어다니세요?
여자 선생님은 무려 2년간 매일 나랑 영어단어를 외워주셨다. 하루에 5장씩 매일 총 3개의 단어장을 5번씩 함께 외웠다. 그때는 그게 감사하면서도 그렇게 감사한 일인지 몰랐는데 그 긴 시간 나에게 신경 써주셨던 게 참 감사하다.
마지막으로 고2 때 사회문화선생님, 젊은 20대 여자선생님. 자율학습시간이었나, 공부를 하다 우연히 수다를 떨게 되었는데. 미래를 걱정하는 나에게 이렇게 말씀해 주셨다.
"너는 잘 될 거야, 나는 알아"
이게 정말 별말이었나 싶지만,
내 가슴속에 남아 아직도 귀에 맴돈다.
당신 덕분에 내가 잘 될 거라는 걸
믿게 되었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어려웠던 어린 시절, 기댈 곳 하나 없던
나의 삶이 그나마 빛났던 것은 내가 사랑했던 스승님들과 친구들 덕분이었다.
그리고 교권이 무너졌다는 이 세상 속에도 어떤 불우한, 불행한 아이들에게 빛이 되어주는 선생님들이 계실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때로 어두운 길의 빛이 되어주고, 길을 찾을 수 있게 손 내밀어주는 큰일을 하고 계신 거라고, 사회가 내미는 편견과 잣대에 쓰러지지
마시라고 얘기해주고 싶다.
나의 사회문화선생님은 지금 어디에 계실까? 이제는 내가 말씀드리고 싶다.
"선생님, 다 잘 될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