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태이 Jun 03. 2024

인도네시아 선거현장

건기와 우기 

인천공항 출발 7시간 20분 만에 도착한 인도네시아 수카르노 공항. 

경유지에서도 환승에 환승을 거듭하는 남미에 비하면 직항이 있어서 매우 가깝게 느껴진다.  


우리를 초청한 인도네시아 선관위가 조금 연락이 잘 되지 않아 걱정했지만 수카르노 공항에 내리니 공항 안으로 마중 나와준 직원분. 


짐을 찾고 공항을 나서자 이미 현지 시각 밤 10시가 넘은 시간이었지만 밖으로 나서니 열기가 훅 끼쳐온다.

호텔로 가는 길에 빼곡히 보이는 길거리 음식점들.  


인도네시아 선거위원회(KPU) 초청으로 2월 14일에 열렸던 인도네시아 동시선거 참관에 다녀왔다.


세계 인구 4위의 인도네시아.

유권자수만 해도 2억 명이 넘고 국내투표소는 82만 개가 넘는다.


동시선거란 말 그대로 다 뽑는 것이다. 대통령 부통령 국회의원 지방의원 등등


현직 대통령 아들이 부통령후보 2번으로 나왔다.


조코 위 대통령에 그간 선거를 내리 패배했던 정치적 앙숙이 조코 위 아들을 갑분 정치적 아들이라며 둘이 러닝메이트로 나온 것이다. 그 아들은 37세로 원래 피선거권은 40세라 맞지 않지만 헌법개정을 통해 현직 정치자(이번에 출마한 조코위아들은 시장)는 예외규정을 두었다고 한다.


우기라서 밤새 번개를 동반한 비가 매일 오고 2.14. 선거일에는 밤새 내리던 비가 아침까지 오면서 7시에 열어야 될 투표소개소가 한 시간 반정도 늦어졌다.


투표시간은 오전 7시-오후 1시.


내가 본 투표소는 모두 야외에 천막을 치고 설치되어 있었다. 거리는 터프한 버스와 오토바이들이 한데 섞여 복잡하고 수도 자카르타 도로는 가끔 파인 데가 있는지 차가 덜컹거렸다. 도로 폭 자체가 좁아서인지 국제선거참관단원들이 타는 버스도 한국의 2/3 정도 되는 아담한 사이즈. 다닥다닥 붙어갔다. 점심 때 잠깐 버스에서 쉰다고 가장 뒷자리 잠깐 앉았다가 원래 내 자리로 돌아오다가 버스 윗부분에 머리도 박았다. 쿵 소리가 나서 내 주변에 있었던 네덜란드 대사관 직원들도 놀라서 괜찮냐고 물어보고. 자카르타의 번화한 수도였는데도 일반 버스들이 운전을 어찌나 터프하게 하는지 우리 참관단들이 탄 버스가 직진 중인데도 일반 버스들이 막 치고 들어온다. 금방이라도 치일 것 같아서 세계 여러 나라에서 모인 선거 관련인들은 모두 소리소리를 질렀다.

유권자명부 확인 후 투표용지배부하는 관리요원
투표냥 
투표를 하고 나면 물로 지워지지 않는 잉크를 유권자 손가락에 찍는다


새벽에 번개가 치고 호텔 앞 이슬람 사원에서 나오는 기도소리로 새벽 4시부터 잠을 설쳤다. 선거일 오전 9~10시가 지나면서부터는 비는 그치고 햇볕이 내리쬐기 시작했다. 괜찮을까. 투표소는 대부분 야외에 있고, 그나마 상황이 나은 곳은 대형 선풍기가 하나 있지만 모든 투표요원들에게 바람이 가지도 않고. 선 품기 바람을 쌩쌩 날릴 수도 없는 것이 투표용지를 산더미처럼 쌓아놓고 개표를 하니 그 마저도 안될 일이다. 


선거일 점심을 먹고 잠시 쉬는데 야외에 가만히 있는데도 숨이 턱턱 막혔다. 바람 한점 들지 않는 참관단 조끼를 우선 벗었다. 투표소 요원들은 괜찮을까. 


세계 최대 섬나라 인도네시아. 각 지역별로 투표용품을 옮기는 것도 만만치 않아 각 섬마다 배로 실어 나르고 또 어떤 곳은 사람들이 일일이 손으로 들어 나르고. 지난 5년 전 선거 때에도 투표소 요원 몇 백 명이 사망하는 비극적 사건이 일어났는데 이번에도 선거가 끝나고 사망 소식이 들려온다..   


정신장애인들을 위한 사회시설.

그런데 참관단 들온다고 날도 더운데 너무 줄지어앉혀 놓는 건 아닌지. 옷도 너무나도 새것이고..

개표현장.


동시선거이다 보니 다른 주는 5개의 투표용지가, 수도인 자카르타는 시의원까지만 뽑아서 4개의 투표용지가 유권자들에 배분되고 투표종류만큼 투표함이 각각 있다. 가끔 실수로 유권자가 투표함에 투표용지를 잘못 넣어 투표종료 이후 본격개표 전 기표된 투표용지수와 유권자명부숫자를 투표별로 맞춰보는데 한 개 용지가 비어 다른 투표함에서 찾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동네 주민들도 구경와서 본인이 지지하는 후보자 이름이 불릴 때마다 환호하기도 하고. 

자카르타 투표소 인근 거리 
투표소 인근 풍경


인도네시아 위원회 직원들과도 이야기를 나누어 보고, 이곳에 부임 4년째라는 태국 외교관과도 이야기를 나눠봤는데 사회전반적으로, 그리고 사람들이 일하는 데 있어 융통성이 많은 것 같은 인상을 받았다. 선거 관련 규정도 융통성이 있어서 유권자는 17 세부터인데 결혼을 했으면 17세 미만이라도 투표권을 부여한다.


또 한편, 정신장애인들에게도 의사의 별도 금지진단이 없는 한 투표권을 부여하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지적/정신/감각장애등 장애유형을 구분하여 유권자들을 관리하는 것도 본받을만했다.






작가의 이전글 콜롬비아 선거현장 (2)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