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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희승 Jun 20. 2024

가장 행복한 날, 하지(夏至)

영국생활

오늘 6월 20일은 하지(夏至)이다. 일년 중 해가 제일 길다.영국서는 가장 행복한 날이라고 한다. 공원에 나왔다. 초만원이다. 햇살을 즐기려 아둥바둥. 평일임에도 사람들이 개떼처럼 몰려나와있다. 물론 나도 있다/


영국 여름은 천국이다. 비도 별로 오지 않는다. 햇살은 따뜻하고 바람은 시원하다. 청명한 하늘 아래, 연두색 나뭇잎이 바람결에 흔들거린다.


구질한 영국날씨. 흐리고 비만 온다 했다. 하도 악평에 시달려서 첫여름은 반전매력에 흠뻑 취했었다. 지옥이 기다리고 있는지 모르고.

  

영국서 해가 가장 짧은 시기, 그 주를 시작하는 날을 우울한 월요일 Blue Monday라고 한다. 첫 해 겨울에 뼈저리게 느꼈다. 나는 아침에 늦게 일어나는 편이라, 해를 거의 볼 수 없었다. 게다가 흐린 날씨가 계속되기에 더더욱 그랬다. 이 주간 해를 보지 못한 적도 있었다. 안경이 자동 선글라스 기능이 있나 의심 한적도 있었다.


인생의 삼분의 일을 영국서 보낸 지금. 더 이상 천국과 지옥을 오가지 않는다. 여름은 밝아서 사랑스럽다. 차분해지는 겨울도 좋다. 여여한 태도는 사실 간절기에서 나왔다.


지난 5월만 해도 이랬다. 밖에 나가니 비가 왔다. 으슬으슬 추웠다. 비가 그쳤다. 구름이 꼈다. 해가 났다. 햇빛이 비추는데 우박이 떨어졌다. 그러다 맑아졌다. 더워서 잠바를 벗었다. 집 앞 슈퍼에 가는 단 십분 동안 사계절을 경험했다. 변덕스러운 날씨로 오월은 May라고 한다는 썰이 있다.


It May rain.

It May be sunny.

It May be warm.

It May be chilly.


미친놈 널뛰기 수준이다. 이놈 장단에 맞추다가는 녹다운이 된다. 맑은 날씨만 좋아하면 정말 힘들다. 잠깐씩만 행복할 수 있다. 날씨는 바꿀 수 없다. 대응만 있다. 내 마음태도를 조절하면 된다. 화창한 날씨는 쾌적해서, 우중충한 날이면 침착해서, 비 오는 날에는 개운해서 좋다. 다 좋다!

.

.

.



면 해피 엔딩. 나는 법륜이 아니다. 내 마음은 종종 날씨를 쫓아간다. 하지(夏至)인 지금 천국에 있다. 행복하다. 헤헤.

.

.

.


지옥행 열차 임을 잊은 채… 으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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