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밀양. 남고생 44명은 청소녀 다섯 명을 일 년 동안 집단으로 성폭행했다. 가해자 중 아무도 응당한 처벌을 받지 않았다. 20년이 지나도 그들은 잘 살고 있다. 지금까지 밝혀진 바에 따르면 남 부러울 것 없는 삶이다. 고급 차를 몰며 대기업에 다니고 골프도 치는 영락없는 중산층이다. 국민정서는 분노를 표했다. 처벌받지 않은 것은 물론, 죄책감없이 잘 지내는 모습에 화가 난다고 했다.
저들은 어떻게 잘 살고 있을까?
이들이 저지른 성폭행은 '성공'의 경험이었다. 처벌받지 않았다. 양심의 가책이 느껴지는 죄도 아니었다. 중학교 일 학년이 포함된 미성년을 다섯이나 끌고 다니며 때리고 가두고 강간했다. 이를 영상으로도 찍어 협박했다. 어린 여성의 몸과 성을 마음껏 조롱하고 유린해도 별일 아니었다. 이렇게 해도 처벌받지 않는구나. 이건 아무 일도 아니구나. 앞으로도 이렇게 살면 되겠다. 자신감이 생겼을 것이다.
이 자기 긍지에 대한 발로는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다. 가부장적이고도 보수적인 지역 밀양은 똘똘 뭉쳤다. 과거 수박서리를 대했듯 짖꿎은 장난으로 여겼다. 법적으로는 거의 사면이었다. 남자가 그 맘때 그럴 수도 있지. 가해자들은 이해받았다. 부모형제 할거 없이 주변 사람들은 여자애들의 행실을 문제 삼았다. 피해자가 문제였다. 꼬리 치는데 안 넘어갈 남자 있나. 가해자는 재수 없게 거기 걸린 것뿐이었다. 학교친구들끼리 집단 성놀이를 한다며 우정도 돈독해졌을 것이었다. 지금도 골프를 같이 치며 추억으로 소환하는 재미있었던 일이다. 밀양에선 다들 별일 아니라며 기죽지 말라는데, 가해자들도 자연스럽게 그리 했을 것이다.
그렇게 20년을 살았다. 그런데 어느 날 마른하늘에 날벼락이 떨어졌다. 유튜버들에 의해 가해자들의 신상이 세상에 알려졌다. 공개된 이들은 여론의 뭇매를 맞으며 회사도 잘렸다. 아 내가 한 일이 잘못이었구나 이제야 알아가고 있다. 여론은 지은 죗값에 응당한 벌을 받기를 바란다. 폭로 유튜버들을 응원하는 것도 그 이유이다. 공(公) 권력으로 하지 못하는 일을 사(私)가 해내고 있다. 가해자들이 지은 죄를 뉘우치고 갱생(更生)하게 될지 귀추(歸趨)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