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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연스런낙엽 Sep 07. 2020

인생의 전환점, 폴댄스

폴댄스와의 첫 만남


 앞서 말했듯이 폴댄스를 하고자 하는 마음은 고등학생 시절부터 있었으면서 별생각 없이 시간이 흘러 26살이 되어서야 학원 등록을 하였다. 내가 폴댄스 학원으로 발을 옮긴 데에는 확실한 계기가 있었다. 바로 인스타그램에서 친구가 폴댄스를 하는 영상을 본 것이다. 영상은 폴댄스 1일 체험에서 찍은 것이라고 하였다. 누가 그렇게 알려준 것도 아닌데 폴에 매달리려면 몇 개월 배워야 한다고 알고 있던 나에게, 1일 체험을 가서 폴에 안정적으로 매달려 휘리릭 돌고 있는 친구의 모습은 충격을 안겨줬다. 그리고 두근거렸다. 바닥에서 기초체력을 기르느라 몇 개월을 투자할 필요 없이 바로 첫날에 매달릴 수 있다면 당장 나도 체험을 하러 달려가고 싶은 마음이었다.


 1일 체험을 하기로 마음먹고 난 후의 3일 정도는 학원과 1일 체험 후기를 찾아보는데만 시간을 투자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뭐에 홀린 듯이 핸드폰만 키면 검색창에 ‘폴댄스’, ‘폴댄스 일일체험’, ‘폴댄스 후기’와 같은 것들을 검색하였다. 학원 위치도 고민을 많이 하였는데, 집 근처에는 학원이 없었기 때문에 어차피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야지만 갈 수 있다면 회사가 끝난 뒤 갈 것을 고려하여 회사 근처로 알아보았다. 어찌어찌 한 곳을 정하여 일일체험 예약을 잡고 그 날만 기다리며 일주일이 흘렀다.


 사실 그 사이에 에피소드 하나가 있다. 어쩌다 ‘언체인’이라는 연극에 내가 좋아하는 정인지 배우님이 출연하는 것을 알게 되었다. 봐야겠다고 벼르다가 슬슬 티켓 예매를 하러 예매 홈페이지에 들어갔더니 폴댄스 1일 체험 예약을 잡아놓은 날이 정인지 배우님 막공이었던 것이다. 배우님의 모든 작품을 챙겨볼 정도로 열렬한 팬은 아니지만 뮤지컬 ‘마리 퀴리’에서 열연하시는 정인지 배우님을 보고 다른 작품도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고 어두운 극을 좋아하기 때문에 (잘은 모르지만 어두울 것 같은) 연극 ‘언체인’에도 관심이 갔었다. 더군다나 막공이라니. 언제 다시 이 연극이 올라올지도 모르고 올라온다 해도 지금과 캐스팅이 같을 것이라는 보장은 절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연극을 포기하고 폴댄스를 선택하였다. 체험을 뒤로 미룸으로써 학원 강사님들께 폐를 끼치고 싶지 않았던 이유도 있지만 그것보다 더욱 큰 이유는, 당장 내일 학원에 달려가 배우고 싶은데 더 미루면 정말 초조해져서 아무것도 못 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지금은 보고 싶은 공연을 보기 위해, 친구들을 만나기 위해 가끔 하루 정도는 폴댄스 학원을 빼먹을 마음의 여유가 생겼지만 그때는 아니었다.


 비록 연극은 물 건너갔지만 폴댄스 학원엔 무사히 도착했다. 정말 떨리는 마음으로 학원 문을 열었는데 체험 전 많은 정보를 섭렵했음에도 폴댄스 학원은 정말 낯선 공간이었다. 바닥부터 천장까지 닿아있는 폴이 여러 개 세워져 있는 풍경과 팔, 다리, 복부가 드러난 폴웨어를 입고 맞이해주는 강사님들, 비슷한 옷을 입고 수업을 듣는 회원분들이 어우러져 생전 처음 발을 딛는 공간이라는 느낌을 강렬히 받았다.


 어쨌든 코로나 19 방역수칙에 따라 열을 재고 명단을 적은 뒤 준비해 온 반팔, 반바지로 갈아입었고, 수업이 시작됐다. 지금도 기억에 남는 게, 준비운동이 끝나고 양 손을 이용해 폴에 3초 동안 매달리는 연습을 하였는데 3초는커녕 1초 만에 떨어졌던 거 같기도 하고, 눈이 땡그레져서 같이 체험을 간 나의 짝꿍 세영이를 쳐다보며 ‘이게 사람이 매달릴 수 있는 게 맞아?’라고 입모양으로 말했더랬다.


이 자세로 3초 버티기를 하였었다.


 폴에 매달렸다는 감동과 일단 매달리기는 했지만 힘들어서 도저히 할 수가 없겠다는 생각이 교차하였다. 하지만 다행히 메인 진도였던 ‘프론트훅’이라는 동작은 오금으로 폴을 조여주는 힘이 같이 들어가기 때문에 오히려 버티기 쉬웠던 것 같다. 물론 이 때도 ‘아니, 오금이 이렇게 아픈 게 맞아?’하는 표정으로 짝꿍을 쳐다보긴 하였다...

1일체험 메인동작이었던 프론트훅.

사실 나는 칭찬을 받으면 춤을 추는 고래이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라는 속담은 정말 나를 잘 표현해 준다는 것이다. 체험에 와서 이렇게 한 번에 성공해 가는 분들 별로 없는데 대단하다, 코어 힘과 악력이 매우 좋다, 이런 칭찬을 받았는데 플랭크 5초도 힘들어하는 나이기에 코어 힘이 좋다는 건 믿지 못하였지만 ‘장구를 쳤어서 악력이 좋은가?!’하면서 속으로 호들갑을 떨었었다. 그리고 선생님께서도 분명 캐치하셨을 것이다. 폴에 매달려서 좋아 죽으려고 했던 나의 표정을.

 고대하고 고대하던 폴댄스를 했는데 배운 동작을 잘 소화해냈으며 칭찬도 받았다. 나는 칭찬을 받으면 춤추는 고래이기 때문에 이 날 바로 학원 등록을 하였다. 나는 이렇게 폴댄스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되었다.


 인스타그램에서 친구의 스토리를 보지 못 했다면 아마 지금도 폴댄스를 시작하고 있지 않았을 것이다. 폴댄스 강사를 꿈꿀 일도 없었을 테고 여짓 껏처럼 어영부영 생활하고 있었을 것이다. 지금은 멋진 폴댄서, 훌륭한 폴댄스 강사가 되어 폴댄스의 대중화에 힘쓰고 싶다는 명확한 목표가 있다. 해내고 싶은 기술을 위해 유연성을 늘리는 스트레칭을 하고 있고 기초체력을 늘리기 위해 약간의 근력운동도 하고 있다(매일매일  하는 것이 목표지만 사실 잘 안 된다). 목표가 있는 삶에는 활력이 생긴다. 이런 활력의 첫 번째 계기가 된 그 친구에게 아주 감사하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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