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이라는 최고의 선물
아침에 눈을 뜨고 부스럭거리면 어김없이 견공 김치가 꼬리를 덜렁거리며 방으로 온다. 5초 거리 안에 있는 자기네 집에서 안 자고 우리 노인네와 자고 일어나 밥 주기를 바라는 까만 눈동자가 고맙다.
재즈 음악을 튼 후 차 한잔을 마시고 아침 햇살이 살짝 들어온 썬룸에 앉아 기도를 했다.
오늘 하루도 그냥 어제와 같게 맛있고 지지고 볶는 하루가 될 수 있도록 기도하는 순간이 고맙다.
둥이들을 유모차에 태워서 동네를 한 바퀴 도는 동안 베이글 가게에서 둥이들에게 베이글 하나를 공짜로 주었다. 그 베이글을 반쪽으로 자르는 할아버지 손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손을 내미는 그 둥이들의 손들이 고맙다.
3년 전 weeping cherry tree 한 녀석을 사서 현관 앞에 자리를 잡아 주었다. 뿌리를 내리게 하려고 정성을 다했는데 사슴 식구들이 와서 줄기를 갉아먹었다. 살갗이 떨어져 나간 녀석을 천으로 쌓아주고 울타리도 만들어 주었다. 매해 시들 거리던 녀석이 올해 처음으로 잎사귀들을 건강하게 보여주어서 고맙다.
화가 친구가 전화를 했다. 바빠서 전시회 작품을 픽업 못했는데 본인 것까지 함께 가져다주어 고맙다고 만나자고. 맛있는 점심에 시원한 빙수까지 사주겠노라고. 큰일을 해준 것도 아닌데 밥에 빙수도 사준다니 참 고맙다.
캘리포니아 xx 뮤지움 전시 공모전에서 작품 하나가 초대되었다는 연락이 왔다. 요즘 작업을 예전처럼 못해서 늘 마음이 무거웠는데 잠시라도 시간 내서 작업하라는 채찍질인 것 같다. 이런 식의 채찍질과 격려가 고맙다.
(이미지 출처 : 노바+미드저니)
북클럽 줌미팅에서 쓴 글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내가 유명한 사람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내게 사인을 요청한 것은 멈추지 않고 작업을 한 내 노력을 인정한다는 의미라는 xx짱님과의 대화가 나를 다독거렸다. '잘하고 있는 거야"라고. 애쓰며 살고 있는 내가 고맙다.
후덥지근한 저녁 소나기 소리를 들으며 둥이들을 재웠다. 하루 종일 둥이들, 회사일, 집안일에 지친 마누라 기분 전환 해준다며 빗속에 무드 있게(?) 동네 한 바퀴를 돌자는 구바씨, 분홍색 우비와 분홍색 장화를 신고 현관을 나서는 이 순간이 참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