괄약근 조절은 너무 어!려!워!
너무 배가 아플 때 사람은 본능적으로 움츠리게 된다.
땅바닥에 주저앉을 수는 없었던 터라, 최대한 견디기 위해 몸을 웅크리고 주저앉았다.
다행히 그러고 1분 정도 있으니 딱 걸어갈 수 있을 정도로 괜찮아져서
남자친구에겐 너무 배가 아파서 힘들다 정도로 변명을 하고 다시 걸었다.
그냥 집에 가기 전에 들를 수 있는 화장실은 없을까 온갖 생각을 해봤지만,
집에 가는 길에 있는 거라곤 큰 문화센터뿐.. (와중에 문화센터 앞에 계단이 못해도 50개는 있어서 차라리 집에 가는 게 나아 보였다.)
정신력으로 버티자, 학창 시절부터 이런 위기가 한두 번이었냐 나를 달래며 또 발을 내딛었는데...
또 열 걸음 더 가서 주저앉고 말았다.
이번 배는 괜찮아질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정말 이번에도 안 싸면 난 장기를 터트려버릴 거야라고 말하는 듯 배는 쿡쿡을 넘어 퍽퍽 아파왔다.
정말 이번엔 조금이라도 방출하지 않으면 다시 설 수 조차 없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 때,
진심으로 나를 걱정하는 얼굴을 하고 있는 남자친구에게
정말 괜찮은데, 혼자 있고 싶어 제발 먼저 집에 가주면 안 되겠냐 부탁했다.
하지만 영문을 모르는 (눈치 없는) 남자친구는 어떻게 아픈 여자친구를 두고 집에 가냐며
그냥 부축이나 엎어주는 건 어떠냐는 말만 반복했다.
그렇게 실랑이를 몇 번 했을까?
아무리 가라고 해도 가지 않는 남자친구에 약간 짜증이 올라올 정도가 되었을 때
잠깐 방심한 순간 뭔가 쏟아져 나왔다.
내가 컨트롤할 수 없는 무언가가 후두두둑.
무엇인가 쏟아지는 걸 감지했을 때.
우선 멈출 수 있는지, 멈춰지지는지를 봤고, 불가능하다는 걸 인지했고,
나에게 들리는 이 후드득 소리가 남자친구에게 까지 들렸는지에 대해 생각했다.
마지막으로 후두둑 소리가 난 후 2초 뒤 내 코에 도달한 이 냄새가 남자친구에게 도달하기까지의 시간에 대해 생각했다.
참고로 남자친구는 개코다. 나보다 훨씬.
나는 맡아지지도 않는 옷의 덜 마른 꿉꿉한 냄새를 나에게 알려줄 만큼ㅎ...
남자친구의 표정의 미세한 변화를 나는 알아차렸고,
그 친구가 조금이라도 어떤 반응을 해야 하는지 고민하기 전에
화를 내기로 마음먹었다.
아 좀! 내가 가라면 가주면 안 돼? 나 그냥 여기 앉아서 너 갈 때까지 있을 거야!
이미 한 웅큼 나와서, 바닥에 앉아버리면 뭉개질 터였지만
더 이상 쭈그려 앉아있기엔 또 후두둑 싸버릴 거 같아서
그냥 바닥에 앉아버렸다.
(쭈그려있다가 싼 부분이 흘러나올 것도 고려하긴 했다.)
그렇게 완고하게 화내는 나를 본 남자친구는 안절부절하더니 이내 먼저 집으로 갔다.
멀리 걸어가면서도 계속 뒤를 보며 나를 확인하는 남자친구가 눈에서 멀어지고,
내가 남자친구의 이름을 목놓아 불러도 다시 돌아오지 못할 거리가 될 때쯤.
이제 남자친구의 시선이 아닌 나 자신과 똥간의 사투가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