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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짓는써니 Jun 14. 2022

야밤의 빅맥

"햄버거 사갈게~빅맥 쎄뚜? 헤헤헤~~"


보나 마나 엄청나게 헤실대고 있을게 뻔한 목소리다.


'햄버거는 무슨 햄버거야!!! 빨리 들어오기나 해!!'라고 쉬이 내칠 수는 없다.


이게 얼마나 그이의 행복인 줄 아니까.





띠띠띠 띠리링~


왔나 보다.

기껏 잠든 꼬맹이가 깰까 싶어 허물 벗듯 슬쩍 이불만 걷어내고 문을 나서본다.


얼룩덜룩해진 얼굴이며 임신 7개월은 되었을법한 배를 하고서는 바시락 바시락 봉투를 눈앞까지 올려 흔든다.

뜬 건지 감은 건지 알 길 없는 눈은 귀에 걸려있는 입꼬리 덕분에 안 자는 줄 겨우 알겠다.


다가오더니 손에 무얼 또 꼬옥 쥐어준다. 본 적 없던 새로운 맛의 새콤달콤이다.

얼마나 오래 가지고 있었던 건지 작은 포장이 꼬깃꼬깃 하다.


...


어여 햄버거부터 먹으란다.

뭐라뭐라 웅얼거리면서 자기는 오늘 소파에서 자겠단다. 씻는걸 바라기엔 이미 너무 멀리 간 당신이다.


그래, 코자라.



반 자른 햄버거를 입에 넣으며 비몽사몽 눈도 못 뜨고 누운 사람이랑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눈다. 신기하게도 대답은 또이또이 다 받아낸다.


자기가 오다가 콜라 두 모금을 마셨다며 또 헤실거린다. 동네 바보가 따로 없다.

피식~

바람 빠진 웃음은 바로 전염되기 마련이다.




이게 사랑인 사람.


낮에 흘러가는 말로 '햄버거 먹고 싶다~' 했던 말을 기억하는 사람.

회사에 신상 새콤달콤을 채워놨다며 신나서 주머니에 집어넣고 하루를 보냈을 사람.


햄버거랑 새콤달콤을 마주한 우리의 표정만 기대하며 하루를 버텼을 사람.


이 동네 바보 같은 사람이 바로 내 남자다.



얇은 이불을 찾아다 덮어줬더니 또 좋단다. 이불이 있어서 좋다고 눈도 못 뜨고 웃는다.

이 사람은 내가 자기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너무나 잘 안다.


숨소리가 리듬을 찾아간다.

소리가 커지는 걸 보니 오늘 밤 코로 천둥을 칠 예정인 것 같다.

도망가야지. 잘 자라 내 여보.








어린 시절,

술만 드시면 뭘 사 오시던 아부지가 기다려지면서도 이해가 안 됐었다. 운이 좋아 내가 원하던 걸 들고 온 날은 몰래 기뻐했던 것도 사실이지만 그렇지 않은 날이 더 많았다. 어린 마음에 그저 어른의 진한 주사 중 하나이리라 생각했었다.


내 옆사람이 아버지의 나이가 되었다. 이 사람을 보며 그때의 내 아버지를 조금이나마 이해한다. 그때의 나는 아빠에게 어떤 표정을 지었으려나..

목 안이 묵직해진다. 늦게 먹은 햄버거가 걸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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