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리 어른이 되고싶어!
왜 안 졸릴 땐 자야 하고
더 자고 싶을 땐 일어나야 해?
꼬맹이가...
어른이 되려나 보다..
어느 날 밤, 꼬맹이가 말했다.
"엄마, 왜 안 졸릴 땐 자야 하고
더 자고 싶을 땐 일어나야 하는거야?"
그 순간 난 속으로 생각했다.
'요 쪼꼬미가 슬슬 인생의 쓴 맛도 알아가는구나.'
“엄마엄마 나도 빨리 어른이 되고싶어. 어른이 되면 하고싶은 거 다아 할 수 있잖아-”
다행히도 꼬맹이가 보는 나는 그랬나보다.
하고 싶은 거 다-하고
먹고싶은 거 다-먹고
자고싶을 때 푹-자고
놀고싶을 때 막-노는,
그런 짱짱 좋은 ‘어른’말이다.
난 어른이다.
어른인 정도가 아니라 이미 누가 봐도 늙..늙기 시작한 찐 어른이다. 하지만 내가 ‘어른’인가? 여전히 뜨악할 적도 많다. 이러다 어른은 건너뛰고 바로 ‘어르신’이 될까 조마조마하다.
어느 날,
지나는 사람이 잘 없는 외진 길을 붕붕 달렸다. 역시나 여느때처럼 사람도 없고 차도 없었다. 그런데 저어 멀리서 어떤 아저씨가 연신 이상한 움직임을 하며 걷고계셨다. 처음엔 어디 몸이 불편하신가..했지만 아니었다. 검정 줄 이어폰을 양쪽 귀에 꽂은 아저씨는 그저 리듬에 몸을 맡기고 계신거였다. 사람이 워낙 없는 곳이니 누구의 시선도 의식하지 않고 어렸던 어느때로 돌아가 제 세상에 푹 빠지신 거였다. 운전중이었음에도 그 아저씨에게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동네에 한 둘쯤 있는 이상한 아저씨였을까? 하지만 너무나 멀끔한 부장님 같은 분이셨다. 회식자리에서 수시로 분위기가 싸해지는 농담을 툭툭 던지고는 혼자 좋아하실 것 같은..허허 멋쩍게 웃으시고는 일찍 자리를 떠나주실 것 같은 부장님의 모습을 한 아저씨가 그 날은 꼭 그 동네 초딩아이와 같아보였다.
'저 아저씨도... 어른인 척 하고 사시느라 참 힘드시겠다.'
어른은, 철없이 춤추고 떠들고 웃고 놀고 까불고 싶은 욕구를 억누르고 산다. 졸리면 자고 잘 자면 깨는 것이 아니라 안졸릴 땐 자야 하고 더 자고 싶을 땐 깨야 하는 게 우리가 ‘점잖게’ 살아가는 방법이니까. 그 ‘척’을 잠깐씩 벗어던질 때 우린 언제고 다시 어린아이로 돌아간다.
‘어른’을 꿈꿨던 어린아이는 정수리에 흰머리가 삐죽거리는 지금도 여전히 진짜 ‘어른’이 뭔지는 잘 모르겠다. 다만 계속 이렇게 어른인 척 하고 살다보면, 내가 보고듣고느낀 많은 것들이 내 안에 충분히 쌓이고나면, 언젠가 진짜 멋진 어른이 되어있지 않을까 기대하는 것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