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의식을 갖겠습니다
주인의식을 가지라고들!!
여지없이 졸린 아침 회의시간.
'또 무슨 하실 말씀이 많아 이 많은 사람들을 일찍부터 깨우셨나요... '
덕분에 누구 하나 기쁘지 않은 하루의 시작.
많은 원장님들 중 유독 마음이 가지 않는 그.
평소에도 공감가지 않는 여러 이야기들로 마음을 상하게 하고 어린 친구들의 자존감을 깎아 버리던 자타공인 스마일맨 원장님, 오늘은 또 그 스마일 얼굴로 무슨 말을 해서 찬물을 끼얹으시려나...
머릿속에 마음속에 올라오는 온갖 불평불만은 잠시 접어두고 의미 없는 끼적이기를 하게 될 4색 펜과 손바닥만 한 수첩 하나를 들고 세상 차분한 척 다소곳이 앉았다.
...
"다들 왜 주인의식이 없는지.. 주인의식을 가지라고들!!"
옴마야, 내가 이 병원의 주인이라고 생각하란다.
그러면 바닥에 떨어진 먼지 한 톨도 그냥 넘기지 않게 되고 환자가 없는 휴식 시간도 허투루 보내지 않게 될 것이라는 이야기들. 사실 그가 한 뒷 이야기들에 틀린 말은 없었다. 꼰대인 나 역시 쓰레기는 누구든 나서서 치워야 하고, 한 번 쓴 용지는 뒷면을 재사용했으면 좋겠고, 업무 시간에는 최대한 땡땡이치지 않고 직장인으로서의 맡은 바 소임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하니까.
하. 지. 만.
주인의식이라뇨?
주인마님, 저는 주인이 아닌뎁쇼?!
소위 '주인'이라는 사람들이 많이 쓰는 말 중에 주인의식이라는 말이 있다.
주인으로서의 대우나 권리는 자신이 누릴 테니 너는 대신해서 주인의 역할과 의무를 다하라는 뜻의 "주인의식".
그 단어를 들을 때마다 '너는 절대 주인이 아니다' 라며 강력하게 을의 위치를 확인받는 기분이 든다면 나는 삐딱한 사람일까?
두더지 잡기 게임의 약 올리는 두더지처럼 벌떡 일어나서는
"저는 주인이 아닌데요?!"
라고 소리치고 싶은 것을 또 꾹 꾹 참아본다.
나는 꽤나 능동적으로 움직이는 사람이다. 의사 대 치과위생사로서도, 사장 대 직원으로서도 가슴에 손을 얹고 ‘덜’한 적은 없는 사람. 한 사업체의 직원으로서도 충분히 바닥에 떨어진 먼지를 줍고, 이면지를 사용하고, 남는 시간에 사업체의 미래를 위해 발전적인 고민을 할 수 있다. 굳이 '주인'이 아니더라도 말이다. 직원은 직원의 위치와 시선에서 보이는 것들이 있고 할 수 있는 일들이 있다. 그러한 일들을 하지 않는 일부의 사람들이 직원답지 못한 것일 뿐이지 우리 모두가 '주인'스럽지 못하다고 이른 아침부터 꾸중을 들을 일이 아니지 않나.
직원은 직원으로서 가질 수 있는 사업체에 대한 애정이 있다. 애정과 역량만큼 보상을 받고 그 보상을 받는 만큼 제 역량을 발휘한다. 몇몇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직원들은 충분히 '직원' 스럽다. 한 달에 200만 원을 받는 직원은 그 정도를 받는 직원답고 300만 원을 받는 직원들은 또 그만큼의 일을 하고 있다. 닭이 먼저인지 달걀이 먼저인지는 모르겠으나 거의 대부분 자신에게 주어진 보상만큼의 차등의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것이 신기할 정도이다.
300만 원을 손에 쥐어 주면서 3000만 원을 가져가는 주인의 마음을 가지라는 것은 도둑 심보가 아니면 뭐란 말인가. 이쯤 되면 주인의식이라는 말은 도둑놈 심보와 일맥상통하는 단어가 아닌가 싶기까지 하다.
장담컨대 직원으로서의 나는 충분히 '직원' 스러웠다. 게다가 ‘치과위생사’ 스러웠다. 오히려 그 점이 덜 고와보였을지도 모르지만. 그 스스로는 얼마나 '주인' 스러웠는지,‘의사’ 다웠는지 묻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