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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youngwon Kim Dec 09. 2021

미국 병원비

breakdown

미국에서 병원에 갔을 때 환자가 내게 될 금액을 어떻게 계산하는지 정리해 본다. 보험이 있는 경우의 이야기이다. 크게 보아 영향을 주는 요소는 크게 보아 in-network 여부, plan discount, deductible, co-insurance, out of pocket maximum이고, co-pay도 (상대적으로 적게나마) 영향을 준다.

가장 중요한 건 in-network 여부인데, 자세한 것은 글 말미로 미루고, 거칠게 말해 의료 서비스 제공자(주로 개별 의사들 또는 병원)가 보험사와 계약되어 있느냐의 여부이다. 되어 있지 않다면 가지 않는 게 좋은데, 되어 있는지 여부를 "정확하게" 미리 아는 게, 특히나 응급/긴급한 상황에서는 어렵다. 한국은 당연지정제라서 대부분의 (전체가 아니라면) 병원은 의료보험공단과 계약되어 있다. 미국은 당연지정제가 없다. 

보통 병원비를 청구받으면, 보험 적용 전의 금액은 천문학적으로 높다. 우리의 경우엔 자연분만으로 3일 입원했는데 4만 달러가 나왔다. 아이가 감기인지 기침을 하길래 소아과에 갔을 땐 6백 달러 넘게 나왔다.

보험이 있고 in-network이면, 여기에 plan discount가 적용된다. 한국은 심평원이 보험 항목에 대해 병원이 청구할 의료비를 정해주고, 자기 부담금 비율을 의료보험 공단이 정하는 걸로 알고 있다. 비슷하게, in-network이면 보험사가 해당 병원이 청구할 의료비 상한을 정한다. 그 상한 내에서 보험사와 병원이 명목상 청구된 병원비를 조정하는데 그걸 plan discount라고 부른다. 개인적으론 1/10으로 떨어지는 것도 본 기억이 있다.

co-insurance는 한국식으로 말하자면 자기부담금 비율이다. 이를테면, 거칠게 말해 co-insurance가 20%라면, plan discount 이후의 20%를 환자가 낸다고 '일단' 생각할 수 있다. 얼핏 괜찮아 보이지만 문제가있다. 중환자실에 보름에서 한달 정도 입원하면 병원비가 1백만 달러 나오는 것도 비현실이 아니다. plan discount 후에도 여전히 거액일 테고, 그 20%는 적은 금액이 아니다.

그래서 out of pocket maximum이라는 게 존재한다. 2008년 전에는 어땠는지 모르겠지만, 오바마 캐어 이후로는 보험사가 모든 플랜에 out of pocket maximum을 포함하도록 되어 있는 걸로 알고, 그 상한도 법적으로 정해져 있다. out of pocket maximum은 어떤 상황에서도 피보험자가 그 이상으로는 부담하지 않는, 절대적인 상한이다. 내 경우는 가족 전체에 수천 달러 수준이고, 법적으로도 1만 7천 달러 대로 알고 있다.

co-insurance가 적용되기 이전에 일정 금액까지는 보험사가 환자에게 전적으로 부담시킬 수 있는데, 그걸 deductible이라고 한다. 예컨대, 병원비가 plan discount 이후 1천 달러고 deductible이 6백 달러라고 가정하자. co-insurance는 20%다. 그 경우, 첫 병원비에 대해 피보험자/환자가 200달러를 내고 마는 게 아니라, 보험사가 환자러더 6백 달러를 내게 하고, 그 나머지 4백 달러에 대해 20%를 co-insurance로 환자에게 내도록 할 수 있다.

실제로는 보험사가 deductible을 먼저 부지런하게 다 적용하고 나서 환자더러 이제부터 co-insurance만 부담하라고 얘기하진 않는다. 다만 연중 어느 때고 deductible까지는 환자에게 미리 부담시키고, 그 나머지 부분은 co-insurance를 부담시킬 수 있다. 예컨대 위의 예에서 deductible을 이번엔 2백 달러만 적용하고, 환자더러 8백 달러의 20%를 내게 할 수 있다. 다음에 또 병원비가 발생하면, 여전히 보험사는 4백 달러의 deductible을 적용할 수 있다.

co-pay는 대부분의 경우 병원에 방문하여 진료를 보는 것만으로도 환자가 부담하며 상대적으로 소액이다. 우리가 쓴 보험에선그랬는데, 그게 좀 덜 좋은 보험에선 얼마나 큰 금액이 되는지 모르겠다. 전엔 20, 30달러 수준이었다. 지금의 플랜에선 내지 않는다.

co-pay를 제외하면, 거칠게 보면, 연중 plan discount 이후의 총 병원비를 X라고 하면, 다음이 피보험자가 내게 될 병원비이다.
 1. X if X <= deductible
 2. deductible + (X - deductible) * co-insurance  if  deductible < X < out of pocket maximum
 3. out of pocket maximum if X >= out of pocket maximum

대개 소위 좀 괜찮다 싶은 직장에서 주는 보험은 out of pocket maximum이 법정 금액보다 훨씬 낮다. deductible도 낮고, co-insurance도 0 ~ 20% 어디쯤이다.

in-network과 out-of-network은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부분이 다른데, 가장 큰 건 plan discount다. out of network의 경우 plan discount가 적용되지 않는다. 보험사에서 대신 흥정을 해주기도 하지만, 병원이 보험사의 권고를 따를 법적 강제성이 없다. deductible과 co-insurance, out of pocket maximum도 모두 별도인데다 in-network보다 높다. (우리가 갖고 있는 보험의 경우 각각 두 배 정도 높다.)

문제는 in-network인지 아닌지 미리 알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냥, 감기로 주치의를 보는 수준이라면 아마 만날 의사는 주치의 하나 뿐일 테고, 주치의가 in-network인지는 보험사에 전화해서 미리 물어보면 된다. 이것도, 전화로 물어보는 것과 보험사 웹사이트를 통해 조회하는 게 같지 않다. 후자가 종종 업데이트가 늦다. 긴급 내지 응급 상황이라면 보험사에 전화해 물어볼 만큼 한가하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수술이라도 받게 된다면, 수술에 개입하는 각각의 의료 인력의 in-network 여부가 다를 수도 있다. 예컨대 전신 마취를 해서 수술을 받는데, 수술을 집도하는 정형외과 의사는 in-network이지만 마취를 하는 의사는 out-of-network인 경우도 있다.

보험 여부에 관해, 예컨대, 수술을 해줄 정형외과 의사가 소속된 병원 원무과나 receptionist에게 묻는다 해도 정확한 답을 들을 수도 없고, 그 답에 법적 구속력이 있지도 않다. 

United Health Care PPO를 쓸 때는 이 지역 거의 모든 의사가 다 UHC와 in-network이었다. Anthem을 쓰고 부터는 꽤 여럿--아내의 산과 의사부터 아이의 소아과 의사까지--이 out-of-network이었다. 충분히 생길 수 있는 일이다. 단지 안 묻는 것보다 낫고, 매번 보험사에 일일이 물어볼 상황도 안 되는 데다 잘못 해서 out-of-network 의사의 서비스를 부분적으로 받게 되더라도 경제적으로 out-of-network의 out-of-pocket이 감당이 되니 그냥 다니게 되는데, 불안한 것도 사실이다.

병원에 가기 이전에 발생하는 의료비는 대개 매달 내는 보혐료인데 프리미엄이라고 부른다. 이건 고용주가 있으면 고용주가 일부 내어주고, 좋은 고용주는 좀더 높은 비율을 내어준다. 내 경우는 이직 과정 비슷하게 2주간 보험이 끊겼다. COBRA라고 해서, 이전 보험을 전액 개인 부담해서 유지할 수 있는데, 당시 쓰던 보험--해당 고용주가 제공하는 보험 중에 가장 좋은 것이었다--은 한 달에 3천 달러가 넘었다. 고용주를 끼고 있을 때는 한 5 ~ 6백 달러 사이 어딘가를 낸 것으로 기억한다.

2. 오바마 캐어는 out of pocket maximum을 법적으로 강제한 것으로 기억한다. 이전엔 어땠는지 모르겠는데, 그게 없다면, 집안에 중환자실 신세를 보름쯤 지는 분이 한 분이라도 나오면 감당이 어려웠을 것이다. 또한 오바마 캐어는 보험사가 프리미엄을, 병력을 이유로 인상시킬 수 없게 했다. 자동차 보험은 사고가 나서 보험사가 지급을 하면, 그걸 몇 년 치로 나눠 보험료 인상분에 반영한다. 병원비를 그런 식으로 하면 경제적으로 감당이 힘들 것이다. 심지어는 보험사가 아예 만성질환인 환자 같은 분들은 보험을 갱신해주지도 새로 받지 않기도 했다고 한다. 나는 오바마 캐어 이전의 의료 시스템을 경험해 본 적이 없지만 오바마 캐어가 도입한 인간적인 요소들이 없는 미국 의료 시스템은 차마 상상하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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