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덕준
동초등학교 2학년 1반, 뺨에 별자리처럼 주근깨를 그려 넣은 그 애는
창밖으로 봄바람이 여울지는 때면 머리칼에서 항상 살구 향이 나곤 했어.
내가 살구를 좋아하게 된 게 아마 그때부터였을지도 몰라.
내가 전학 가던 날이 기억 나.
내 앞에서 머루 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며 책상 모퉁이에 삐뚤한 낙서 하나 남기고
밖으로 달려 나가버리던,
살구 향이 나던 그 애 말이야.
세월이 많이 흘렀는데도 바깥에 문득 때아닌 살구 향이 몰아닥치면
마음 한 켠에 적힌 그 애의 낙서가 말을 걸어.
많이 보고 싶을 거라고.
/ 서덕준, 그 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