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덕준
나는 나의 낡은 부품을 교체하는 일이 빈번합니다.
하루 내내 나의 쓸모를 따지고
호흡마다 내 값어치를 매달아보기 일쑤입니다.
등급을 매기는 도장은 나를 가로지르고
나의 희로애락이 수축합니다.
잠이 드는 것이 무섭고, 눈을 뜨는 것이 소름끼치는 일은 이제
일기의 한 줄도 되지 못할 만큼 잦아집니다.
삶도 여름처럼 견디기 힘들 만큼 더울 때가 있기 마련입니다.
잠깐이나마 새벽이 식었습니다.
잠을 청하겠습니다.
저는 조금 더 살아내겠습니다.
/ 서덕준, 괜찮다고 해 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