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덕준
계절 사이의 경첩을 지문으로 가만히 닦고서
맞이할 새로운 계절을 준비하며
사랑하는 이에게 생을 펴고 처음 시를 건네는 저녁
뭇 사람이 쉽게 떠올리지 못하는 고요의 땅으로
오늘 우리 다정한 깍지로 함께 걸을까.
흰 꽃이 향기가 짙다는 속설처럼
우리 그 깊고 짙은 흰색의 세상에서
함께 꽃으로 돋을까.
나에게
다정한 악수였다가, 끊이지 않는 웃음이었다가
일기에 숨겨둔 꿈인 당신에게
그 어떤 말보다도 소란하게 건네는 마음
우주가 질투하도록
나는 당신을 몹시 사랑한다.
/ 서덕준, 흰 꽃이 향기가 짙다는 속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