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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새 이야기

종달도요 번식깃

작은 메추라기도요 같은 새

by 김대환

종달도요 Long-toed Stint / Calidris subminuta (Middendorff, 1853) 2등급

2등급이면 조금 힘만 쓰면 그래도 볼 수 있는 새라는 뜻이다. 주로 바닷가 주변의 논이나 습지에서 볼 수 있다. 긴 기간 동안 관찰된다기 보다는 짧은 시간에 많이 관찰된다는 느낌이다. 서너마리 정도 무리를 이루기도 하지만 단독으로 관찰되는 경우도 있다. 메추라기도요와 매우 비슷하게 생겼다. 둘이 같이 있을 때는 메추라기도요가 훨씬 크기 때문에 구별이 어렵지 않지만 메추라기도요가 없을 때는 크기에 대한 절대값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크기로만 구별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탐조가가 크기에 대한 절대값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1~2년 경력으로 해결되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 녀석도 번식깃은 봄에 보기가 쉽다. 일단 번식깃 사진을 보면서 이야기를 해 보자.

종달도요 번식깃(20220504 경기 화성)

번식지도 아닌 우리나라에서 완전한 번식깃을 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새의 깃털갈이라는 것이 어느 날 자고 일어났더니 번식깃이 되는게 아니고 시간을 두고 진행되는 과정이기 때문에 대충 번식깃으로 가고 있는 녀석들이 주로 관찰되는 것이 현실이다. 사진의 녀석도 그렇게 대충 번식깃의 특징을 가진 녀석에 해당한다. 어깨깃에 적갈색이 보이고 셋째날개깃 테두리에도 적갈색이 보인다. 또 부리는 길고 가늘다.


아는 것이 병이라고 대충 이 정도 특징이 나열되면 이상한 마귀가 찾아온다. 앗... 그럼 작은도요인가? 작은도요는 도요 중에서 가장 보기 어려운 도요 중 하나다. 그런 녀석이 지금 내 눈 앞에 있는 것이다. 그것도 엄청나게 가까운 거리에... 한 번 이 마귀에 빠지게 되면 헤어나올 방법이 없다. 나도 몇 번 이 마귀에 빠져 버렸던 기억이 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정말 어이없는 일이다. 새의 동정키를 대충 알고 있으니 이런 마귀가 찾아오는 것이다.


결정적인 차이는 다리에 있다. 작은도요는 다리가 검은색이지만 종달도요는 다리가 노르스름하다. 하지만 마귀의 공격은 보다 치밀하다. 사진처럼 다리가 보일랑 말랑하면 저 멀리서 그 분이 등장한다. 그럼 다리말고 구별할 수 있는 특징은 없는 것인가? 좀 까다롭지만 다음 특징은 멱에 있다. 종달도요 번식깃은 사진에서도 보이는 것 처럼 멱에 희미한 세로줄이 들어가 있지만 작은도요 번식깃에는 저런 세로줄이 없이 깨끗하다. 눈에 확 띄는 흰색이 특징이다. 이 녀석들도 다리가 보이지 않는다. 이것들이 정말...


작은도요 번식깃(20250529 몽골 Bayandelger)


보통 도감에는 메추라기도요와 비슷하다고 하지만 사실 번식깃은 생김새에서 차이가 있다.


메추라기도요 번식깃(20060505 서산 천수만)

일단 메추라기도요는 결정적으로 머리에 적갈색 빵모자를 쓰고 있다. 하지만 종달도요는 이런 모자가 없고 검은색 줄무늬가 있다. 또 잘 안보이는 부위지만 아래꼬리덮깃과 항문 주변에 드문드문 줄무늬가 있다. 하지만 종달도요는 이런 줄무늬가 없다. 내가 아무리 이런 특징을 설명해도 도요는 어렵다.


도대체 뭐가 다르단 말인가? 다 그 놈이 그 놈이구만... 맞다. 나도 초보 때는 그랬다. 하지만 구별할 수 있는 방법은 이런 식이 유일하다. 이게 아니면 지금부터 제2외국어로 종달도요 말을 배우는 방법뿐이다. 요즘 같이 AI가 온 세상을 설치고 다니는 시대라면 혹시 가능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빨리 병원에 가야하지 않을까?


다음은 어린새와 비번식깃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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