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로등에 붙은 담쟁이넝쿨은,

by 개꼬순이

가로등에 붙은 담쟁이넝쿨은,



의지하지 않고는 살 수 없는데

당신조차도 만져주지 않아

마주 보는 것들을 질투했지요


그래서

많은 이야기가 붙었어요


소복이 쌓여가는 마음이 스며드는

순간을 기다려주는

당신의 시간과


돌아갈 길을 비춰주며

부끄러운 얼굴을 가려주는

선의만 있는 주인을 잃은

외로운 손길과

해가 떠나야만 켜지는 빛


그리고

당신의 시작과 끝에

끈덕지게 달라붙는다면

어떤 독백도 부서지지 않는

시간으로 같이

갈 수 있겠지요


우리는

누군가에게 붙어살 수밖에 없는

외로운 삶이기에


나의 삶에 놀러 오세요

나는 그대의 삶에 쉬러 갈 테니




예전에 살던 집은 아파트가 아니었어요. 버스에서 내려 골목길을 따라 올라가야 했는데 그 길에 있는 가로등에 담쟁이넝쿨이 타고 자라고 있었어요.


담쟁이넝쿨을 보며 나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리고 내 곁에 있는 사람을 봤죠. 감사하게도 내가 의지하는 사람은 상대방의 부끄러움을 가려주는 따스함과 상대방의 다음을 기다려주는 배려를 가지고 있어요. 어두운 골목을 비추는 가로등처럼요. 이 사람 곁에선 나는 흔들리지 않고 원하는 대로 뻗어나갈 수 있었죠.


사람도 동물이나 식물과 같은 것 같아요. 동물도 식물도 사람도 칭찬을 하거나 좋은 말을 들으면 잘 따르거나 잘 자라거나 잘 지내죠. 그리고 믿어주고 품어주면 곁을 내주고 받은 온기를 돌려주며 서로를 다듬어 살아가요. 물론 가끔 상처를 받기도 해요. 하지만 다시 또 마음을 주며 기대를 해요. 누구나 자신을 믿어주고 품어주는 누군가를 꿈꾸니까요.


그렇게 서로 기대며 살다 보면 혼자가 되었을 때도 받은 온기를 기억하며 조금은 덜 외롭지 않을까요? 나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어요. 누군가 곁에서 쉴 수 있다면 온전히 품어주고 싶어요. 잘하고 있다고 잘 살고 있다고, 그래서 한참의 시간이 흐른 뒤에 내 삶에 놀러 왔던 사람들을 기억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