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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운동하는 사람들을 위한 화장품은 없을까?

프로 선수들을 위한 고기능성 스포츠 뷰티 브랜드, 스포뉴바 탄생기

by 철학하는 CEO

50개가 넘는 선크림을 발라본 마라토너

올해 네 번의 하프마라톤을 완주했다. 마라톤은 항상 도전적이지만, 결승선을 통과할 때의 그 짜릿한 느낌을 잊지 못해 계속 뛰고 있다. 러닝을 하기 전 피부 보호를 위해 항상 선크림을 바른다. 다행히 화장품 제조업을 하다 보니 품평도 많이 하고 신제품도 자주 만들어본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50개가 넘는 선크림을 써봤다. 올리브영 인기 선크림, 세포라 인기 선크림, 피부과 추천 제품, SNS 인기 제품 등...


평일 밤엔 회사 근처에서 훈련하고, 주말 낮엔 본격적으로 달렸다. 특히 주말엔 선크림 테스트를 집중적으로 했다. 어떤 건 땀에 쉽게 씻겨 내려갔고, 어떤 건 끈적여서 달리는 내내 불편했다. 또 어떤 건 효과는 좋은데 세안이 너무 힘들었다.


'왜 운동하는 사람을 위한 제대로 된 선크림은 없을까?'


문득 깨달았다. 러닝화, 러닝복, 스마트워치... 운동하는 사람들을 위한 장비는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는데, 정작 피부를 지켜줄 제품은 그대로라는 것을. 아니, 더 정확히 말하면 아예 없다는 것을.


글로벌 화장품 시장에서 발견한 거대한 공백

넥스트팬지아를 운영하며 전 세계 글로벌 뷰티 기업들과 수많은 프로젝트를 진행해 왔다. 미국과 유럽 시장을 중심으로 드럭스토어 채널에 PB 화장품을 공급하고, 매년 수십 개국 바이어들을 만났다. 그 과정에서 명확한 패턴 하나를 발견했다.


전 세계적으로 러닝, 골프, 등산, 축구 같은 아웃도어 스포츠 인구는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을 위한 스포츠 전용 화장품 브랜드는? 거의 없었다. 스킨케어 브랜드는 수백 개다. 메이크업 브랜드는 더 많다. 하지만 땀과 열, 자외선, 마찰 같은 실제 운동 환경을 고려해 설계된 브랜드는 손에 꼽을 정도였다.

이건 단순한 시장 공백이 아니었다. 거대한 기회였다.


매일 러닝을 하며 수년간 느꼈던 불편함, 화장품 제조업자로서 써본 30개가 넘는 선크림의 한계, 그리고 글로벌 화장품 시장을 보며 확인한 가능성. 이 세 가지가 만나는 지점에서 확신이 생겼다.

'내가 만들어야겠다. 운동하는 사람들을 위한, 진짜 스포츠 뷰티 브랜드를.'


6개월간의 집요한 개발

결심은 빨랐지만, 실행은 신중했다. 넥스트팬지아는 이미 글로벌 톱 티어 브랜드들과 협업하며 '좋은 제품을 만드는 역량'을 검증받았다. 매년 2배 이상 성장하며 백만 불 수출의 탑을 수상했고,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 있는 제품을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도 있었다. 하지만 자신감만으로는 부족했다. 시장에 없던 새로운 카테고리를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더 치밀하게 접근해야 했다.


올여름부터 가을까지 6개월간, 수십 개의 샘플을 만들고 직접 테스트했다. 평일 밤 훈련 때는 착용감과 편안함을, 주말 낮 장거리 훈련 때는 자외선 차단 지속력과 땀 저항성을 집중적으로 체크했다. 운동 후엔 리커버리 크림을 다리에 발라가며 효과를 확인했다.


'마라톤 훈련 중인 내가 만족하지 못하면, 다른 운동하는 사람들도 만족 못 한다.'


실험실 데이터만으로는 부족했다. 실제 운동 현장에서, 내 몸으로 직접 검증해야 했다. 그 과정에서 올해 하프마라톤 3개를 완주했다. 매 대회마다 다른 버전의 샘플을 테스트하며 포뮬러를 개선해 나갔다.


육상에서의 테스트만으로도 부족했다. 물 위에서는 햇빛이 수면에 반사되어 자외선이 더 강력하다. 그래서 조정 훈련까지 병행하며 극한의 환경에서도 제품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확인했다. 땀과 물보라, 그리고 반사된 자외선까지. 가장 가혹한 조건에서 테스트를 거쳐야만 진짜 스포츠 화장품이라 부를 수 있다고 생각했다.

IMG_9998.JPG 조정 훈련

이제는 객관적으로 검증받을 차례였다. 완성된 제품으로 임상테스트를 진행했다.

선크림은 24시간 지속력 테스트, 항산화 테스트, 스웨트프루프(땀에 강함), 이지워셔블(쉬운 세정), 안자극·저자극 테스트까지 완료했다. 리커버리 크림은 붓기 완화 인체 적용 시험, 혈행 개선 인체 적용 시험까지 거쳤다.

데이터는 명확했다. 내가 마라토너로서 느꼈던 니즈들이, 과학적으로 해결 가능하다는 것을.

그렇게 스포뉴바가 탄생했다.


고향 안성을 담다

제품 개발 과정에서 또 하나의 고민이 있었다.


'어떻게 하면 내 고향 안성과 함께 성장할 수 있을까?'


나는 안성에서 태어나 자랐다. 안성쌀을 먹고 자랐고, 지금도 부모님은 안성에서 농사를 짓고 계신다. 글로벌 화장품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깨달은 게 있다. 한국의 뛰어난 원료에 제대로 된 스토리가 결합되면, 해외 시장에서 엄청난 경쟁력을 가진다는 것을.


그래서 스포뉴바에는 안성쌀과 안성 홍삼을 담았다. 단순히 원료로 넣은 게 아니다. 안성쌀에서 추출한 유효 성분은 저분자 PDRN 형태로 정제해 피부 흡수력을 높였고, 홍삼 유래 성분은 리포좀 공법을 통해 피부 깊숙이 전달될 수 있도록 설계했다.

고향 농산물이 단순 원료를 넘어 글로벌 시장에서도 경쟁력 있는 고기능성 성분이 된 것이다.


안성시 농업기술센터에서 정말 많은 도움을 받았다. 안성 농협으로부터 안성 쌀을, 안성인삼협동조합으로부터 홍삼과 홍삼박을 구해주시고 기술적인 자문을 해주시는 등 물심양면으로 도와주셨다.


스크린샷 2025-12-04 오후 5.34.56.png 안성시 농업기술센터와의 협업


"다리가 한결 가벼워진 느낌이야"

제품이 완성되고 가장 먼저 한 일은, 시골에 계신 부모님께 제품을 드리는 것이었다.


"아버지, 이거 한번 써보세요. 제가 6개월 동안 개발한 거예요."


처음엔 '뭐 이런 걸 다 만드냐'는 표정이셨다. 하지만 며칠 뒤 전화가 왔다.


"이거, 괜찮은데? 바르기도 쉽고, 하루 종일 밭에 있어도 얼굴이 덜 따가워."


시골에서 농사를 지으시는 어르신들에게 복잡한 스킨케어는 사치다. 쉽고 간편하게 바를 수 있는 선크림 하나가 훨씬 실용적이다. 오래 야외에서 일하시다 보니 자외선으로 인한 피부 노화 방지 측면에서 만족도가 높으셨다.


리커버리 크림은 더 놀라웠다. 처음엔 마라토너나 운동선수들의 근육 피로와 붓기 완화를 위해 만들었는데, 실제로는 허리·무릎·다리 붓기로 힘들어하시는 어르신들이 특히 좋아하셨다.


"다리가 한결 가벼워진 느낌이야."


그 말씀을 들었을 때, '6개월을 제대로 썼구나'라는 확신이 들었다.


시장에 없던 카테고리를 만들다

스포뉴바는 러닝·골프·축구를 즐기는 선수와 액티브한 사람들을 타깃으로 개발했다. 하지만 막상 출시하고 보니, 필요로 하는 사람들의 범위는 훨씬 넓었다.

농민, 어르신, 야외에서 일하는 모든 분들, 그리고 나처럼 주말마다 달리는 평범한 러너들까지. 하루 종일 몸을 쓰고, 햇빛에 노출되며, 피로와 붓기로 힘들어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스포뉴바가 필요했다.


결국 스포뉴바는 단순히 '운동하는 사람들을 위한 화장품'을 넘어, 스포츠 뷰티라는 새로운 카테고리 자체를 만들어가고 있다.


From ANSEONG, KOREA를 세계에

https://brunch.co.kr/@idh1008/102

2년 전, 김보라 안성시장님과 MOU를 체결하며 약속했다.


"안성과 상생할 수 있는 화장품을 꼭 만들겠습니다."


그때는 아직 작은 스타트업이었다. 하지만 지난 몇 년간 차근차근 성장한 덕분에, 이제는 스포뉴바라는 자체 브랜드를 갖춘 기업이 되었다. 넥스트팬지아는 이미 미국, 유럽, 동남아시아를 포함해 여러 나라에 수출하는 글로벌 기업이다..


앞으로 스포뉴바를 전 세계 시장에 확장하면서, 제품 패키지와 마케팅에 'From ANSEONG, KOREA'라는 메시지를 담을 것이다. 동시에 안성시 취약계층과 복지시설에 제품을 정기적으로 기부하고, 안성 농산물 활용 범위를 넓혀 농가와 함께 성장하는 구조를 만들어갈 계획이다.


내년엔 풀코스에 도전한다

글로벌 화장품 시장을 보며 확신했다. 이건 단순한 틈새시장이 아니라, 아직 아무도 제대로 공략하지 않은 거대한 기회라는 것을.

스포뉴바는 시장에 없던 스포츠 뷰티라는 새로운 카테고리다. 글로벌 화장품 시장에서 쌓아온 모든 노하우와, 마라토너로서 직접 느낀 니즈, 그리고 고향 안성에 대한 애정까지 모두 담았다.

평일 밤엔 훈련하고, 주말엔 장거리를 뛴다. 이제는 스포뉴바 선크림을 바르고 뛴다. 운동 후엔 리커버리 크림을 다리에 바르며 마사지한다.


내년 2월엔 처음으로 풀코스 완주에 도전한다. 일본 오사카 마라톤에 선정되어 첫 풀코스 대회에 참가한다. 스포뉴바와 함께 풀코스 완주를 향해, 그리고 스포뉴바의 글로벌 확장을 향해 뛰어보고자 한다.

그렇게 오늘도, 우리는 조금 더 나은 버전의 우리를 만들어 간다.

https://sponuv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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