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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성희 Feb 28. 2022

헤어지자니 아프단다.

헤어지자고 했다.

더이상 반복되는 일들에 흐르는 시간과 감정이 미치게 아까웠다.


수백번 헤어지자 했지만,

이번엔 달랐다.

담담하게 이혼을 선택하는 나에게 그도 할 말은 없는 듯했다.


늘 그랬듯 똑같은 패턴으로 시간은 다시 흘렀다.


난 밤새 우리가 매달 허덕이며 갚아야 하는 대출이자를 계산하며 정리를 해야했다.

그는 감정에 휩싸여 한껏 가라앉은 목소리로 내가 말할 때마다 깜짝깜짝 놀랬다.


그리곤 끙끙 아픈 소리를 냈다.


열을 재더니 38도라고 했다.

코로나가 득세하는 시점이라 병원으로 가라고 했다.


걱정이 됐다.

같이 갈까? 말을 건냈다.


결국엔 같이 나서지 않았고,

결과는 음성이었다.


한바탕 욱하며 다투고 나면, 늘 언제나 힘없이 처진 모습에 튼 입술로 낮은 목소리였다.

오늘도 마찬가지였고.

또 아픈 것조차 같았다.


좀 더 많이 아픈 건지 아프고 싶은 건지...


난 헤어짐을 말하고도 밤새 일을 하고 있고 아프다는 그를 지켜봐야 한다.

헥헥대고 끙끙대는 소리가 오늘은 화가 났다.


엉망진창이 되어있는 손바닥만한 집도 짜증이 나고 텅빈 냉장고도 화가 났다.

가득쌓인 분리수거도 싫고, 건조대에 걸려있는 다 마른 빨래들도, 정리되지 않은 침대와 작은 책상에 가득 놓인 책들과 메모들이 화가 났다.


양치를 박박하고,

분리수거를 하고,

빨래를 정리하고,

침대를 정리하고, 

책상과 책상 주변 정리를 했다.


그래도 화가 난다.


난 죽어도 이렇게 살고 싶진 않았다고!


아프다며 씩씩 자며 눈치보는 그도 싫고 밤새 돈을 벌 궁리를 하는 나도 싫다.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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