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혁꾸 Jan 09. 2023

 가끔은 항상 좋게 생각하려 해도, 미운 생각이 찾아들 때가 있다. 너무 좋게 좋게만 생각하며 살다 보면, 가끔은 온 세상을 저주하고 싶은 날도 찾아오나 보다. 미운 생각들은 마치 돈을 받으러 들이닥치는 건달처럼, 굳게 잠긴 마음의 문짝을 너무나도 쉽게 걷어차버리며 들이닥친다. 가끔 이런 미운 생각에 잠식될 때면 그 암울에 젖은 분위기를 벗어나기가 쉽지 않다. 밖에서 웃고 떠들었던 시시한 이야기들이 잊히고, 평범에 했던 일상 속에 의심이 피어나면, 행복하다는 것이 무엇이었는지에 대한 회의감이 밀려온다. 


 그리고 나에게 되묻는다. 현재 나를 존중하고 있는지, 혹여 상처 입히지는 않았는지, 남보다 나를 더 사랑했는지. 아쉽게도, 나는 모든 질문에 고개를 끄덕일 순 없었다. 나를 소중히 대하지 않았다는 암울한 생각들이 내 마음을 침식하여 절벽을 만들어내면, 차라리 그 허공으로 뛰어내려, 자유로운 해방감을 느꼈다. 이윽고 나를 이토록 가파르게 깎아 놓은 파도 속으로 가라앉아, 차가운 심연 속에서 발버둥 쳤다.


 헤엄칠 힘도 없이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며 해류에 몸을 맡겼다. 작은 바람만이 파도를 이끌었다. 나는 또다시 작은 섬에 다다른다. 절벽 없는 작은 섬. 젖어든 몸이 마르고, 다시 꽃을 피우고 밭을 일군다. 하지만 모래사장이 고운 이 해변도, 언젠가 깎아지듯 가파른 절벽이 되리.



작가의 이전글 기록 여행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