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 밖으로 꺼내면 사라질까
사랑이라는 단어의 발명자는 어떤 이유에서 발명을 한 것일까. 일단 발명이라는 것은 결과론적으로는 인간에게 없어서, 그것이 필요하기 때문에 구현된다. 하지만 사랑이라는 이름의, 실체 불분명한 발명품은 원래 없던 것은 아닐 것이므로, 한 방향에서만 설명되지 않는다.
그 발명자는 사랑이 있었기에, 단지 그것에 사랑이라는 이름을 붙인 것인가. 아니면 사랑이 필요해서, 구체적으로 요구하기 위해 사랑이라는 이름을 붙인 것인가.
진평에 사는 도담과 전학 온 해솔. 소방대원을 아버지로 둔 도담은 어려서부터 수영을 배운다. 물이 좋은 진평은 물놀이로 유명해서 덥고 습한 여름이 되면 외지인들이 여럿 빠져 죽었다.
도담의 엄마 정미는 폐병으로 여름만 되면 병원 신세를 졌고, 도담의 아빠 창석은 해솔과 함께 온 해솔의 엄마 미영과 알 수 없는 관계로 빠진다. 평생을 사람을 구하는 일에 온몸을 바친 창석을 존경하던 도담은 그런 아빠의 모습에 배신감을 느낌과 동시에 해솔과의 사랑이 아빠의 불순한 행위로 인해 깨어질까 두렵다.
그런 두려움에 아빠와 미영의 뒤를 밟았다가 사고로 둘을 죽음으로 몰아넣고, 도담과 해솔 모두 서로에게 부채감을 갖게 된다. 해솔은 사고 이후 다시 서울로 돌아가고, 도담은 해솔의 연락을 기다리고 해솔은 도담의 용서를 기다리는 침묵의 시간이 흐른다.
결국 한동안의 시간이 흐른 뒤, 둘은 우연히 재회하고 침묵의 시간 동안 서로를 기다린 사실을 알게 되자 급격히 감정의 급류에 휩싸인다. 하지만 서로 부채감을 가진 둘은, 과거의 상처를 감내하는 방식의 차이로 삐걱대다가 이내 헤어지고 만다.
그렇게 서로 잊지는 못하고 그렇다고 다시 찾지도 못한 채 살아가던 둘은 다시 우연의 계기로 8년 만에 재회한다. 시간의 잔잔한 흐름은 극렬했던 과거 급류를 잠재워버렸고, 결국 다시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서로의 아문 상처를 어루만질 수 있게 된다.
어찌 보면 청소년소설 같은 느낌이다. 18살, 도담과 해솔이 겪기에는 조금 이른 사건을 겪으면서 둘은 상처를 얻게 된다. 하지만 둘 모두 그 상처가 본인들의 과오에서 시작된 것이 아님에도, 상처의 주인이자 가해자가 본인이라고 생각한다. 심지어 스스로 벌하기를 주저하지 않는 상태로 어른이 되어버린다.
상처라는 것은 결국 움푹 파인 형태다. 새살이 차 올라 이제 더는 아프지 않더라도 되려 더 차오른 살들이 상처를 가렵게 만든다. 결국 그것은 고통의 다른 형태. 아픈 것은 참을 수 있을지언정, 가려움은 찾을 수 없다. 결국 박박 긁어내고야 말고, 사람들이 상처를 눈치채고 만다.
사랑하는 사이, 아니, 전혀 무관한 사이라도 함부로 뱉어낼 수 없는 각자의 고통이 있다. 하지만 무관한 사이라면 뱉어낸 상처가 그저 잔잔히 흘러가는 강물처럼 지나간다. 지금 보고 있는 강물은 조금 전에 봤던 강물이 아니듯이. 그러나 사랑하는 사이에 뱉어내어버린 상처는 급류처럼 상대를 휘감아 돌고 저 밑바닥까지 끌어내린다. 용소처럼, 벗어날 수 없다. 그저 흘려보낼 수 없이, 나를 밑으로 끄집어내린다.
도담이나 해솔은 그런 상처를 결국엔 각자의 방식으로 버텨내는 듯 보였지만, 결국 물속에 침전한 그들의 눈에 보이는 세상은 수면 밖이 굴곡되어 보이듯, 사랑이라는 실체를 똑바로 보지 못하고 왜곡하여 스스로를 힘들게 하고 외롭게만 만들었다.
긴 시간이 흘러 스스로의 내면을 바라보고 나서야, 그 급류에 몸을 싣고 나서야 자신들의 상처를 인정하고 서로를 용인할 수 있게 되었다.
전체적으로 주인공들이 12년이라는 긴 시간이 흐른 뒤에야 고통을 벗어나서 진정한 사랑을 깨닫는다는 부분을 제외한다면, 청소년소설의 느낌이 강하다. 전체적으로 무거운 분위기임에도 서사나 구문이 어렵지 않아서 한창 상처를 받고 방황하는, 급류에 휘말린 이 시대 청소년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본 서평은 서평단 참여로 출판사로부터 서적을 증정받아 작성하였으며, 지극히 주관적인 견해로 적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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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블로그 셋방살이 중입니다. '작가의 서재' 방만 제 관할입니다. ㅠㅅ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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