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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히르군 Mar 13. 2023

집사의서평#81 무자비한 여자들-최고의 쌍년을 찾아라

썅놈...


들어가는 말


 연예계라는 곳은 참, 우리에게 가까운 세계이면서도 먼 세계다. TV 속에서만 보던 그 세상은 이제 인터넷의 발달과 각종 미디어, SNS를 통해 우리에게 상당히 가까워졌다. 

 동경의 대상이던 그 세계가 가까워진다는 것은 일견 좋은 것 같지만, 예상외로 그렇지는 않다. '인생이란 멀리서 보면 희극이지만 가까이 보면 비극이다'는 말처럼, 온갖 화려함으로 치장한 그 세계가 실은 너무나 너저분하고 비열한 '썅것들'의 세계라는 것을 알아버리게 되니까.



썅년, 썅놈, 썅것들.


 40여 년을 세계 최고의 쇼로 자리 잡고 있는 '팔콘만'. 하지만 긴 세월만큼이나 누적된 에피소드들로 이제 더는 참신한 아이디어가 없고, 시청률이 하향세로 돌아선다. 이런 팔콘만의 인기를 회복시키기 위해 미국에서 재력가의 아내인 매들린이 방송국을 사들인다. 

 독선적인 프로듀서인 제이크는 공동 프로듀서였던 아내 아만다가 출산휴가를 간 사이 단독 프로듀서로 승진한다. 딸의 이름도 제대로 기억 못 할 정도로 권력에 눈이 먼 제이크는 온갖 협박과 갑질로 제작진들을 겁박한다. 

 그러던 중 캐스팅 담당인 헬렌이 그동안 잔잔한 드라마의 형식을 탈피, 희대의 썅년을 출연시키자는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한때 명성을 날렸으나 마약, 술 등으로 한동안 잊혔던 여배우들을 대거 캐스팅하여 라이브로 캐스팅을 시도한다. 

 크리스마스와 팔콘만 40주년을 기념한 라이브 방송에서 감독의 자리를 오로지 남자라는 이유로 에이든에게 빼앗긴 파라는 음모로 그 자리를 빼앗지만, 결국 배신당한다. 

 게다가 무슨 이유에선지 매들린은 팔콘만의 심장이자 주인공인 루시 딘을 죽이자고 제안하며 제작진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위험한 촬영을 강행한다.

 한편 썅년으로 최종 캐스팅된 허니 헌터는 인기에 취해 10여 년을 끊었던 술에 다시 입을 대고, 결국 촬영장에서 도망치고 만다. 

 매들린의 약점을 잡은 쉬나 등은 어떻게든 루시 딘을 살리려, 생방송 투표를 실시하지만 결국 시청자마저 루시 딘의 죽음을 선택하게 되고 사라져 버린 허니 헌터의 대역으로 등장한 것은 뜻밖의 매들린. 

 매들린과 캐서린의 비밀이 밝혀지면서 마지막 신은, 예상과 다르게 흘러가는데...



막장은 미국에도 있구나. 


 일단 가능하면 이런 부분은 말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막 서평을 시작하던 시절에는 내가 무슨 평론가라도 되는 양, 상당히 맞춤법이나 문장 구성에 대해 왈가왈부했었다. 하지만 책 한 권이 만들어지는 과정과 노고를 겪어본 뒤로는 가능한 이야기하지 않으려 했다. 

 그런데 이건 좀 심했다. 전체적으로 문장 자체가 너무 길어 주어-서술어 관계가 제대로 안 맞는 경우부터, 한 문장에 주어가 반복되거나 문맥 상 맞지 않는 단어가 들어가거나 맞춤법 자체가 안 맞는 경우도 많았다. (있었다가 아니라 많았다.) 특히나 문장 길이에 대한 부분은 아무리 좋게 봐주려 해도 애초에 요즘의 독자들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다는 말 밖엔 할 말이 없다.

 그리고 정말 꾸역꾸역 읽어나간 뒤에 느낀 감정은 상당한 불쾌감뿐이랄까. 일단 요소요소 들어간 불필요하게 디테일한 성행위 묘사라든지, 아무 거리낌 없는 불륜 혹은 비상식적인 관계들은 오로지 시청률만을 목적으로 하는 소위 막장 드라마의 대본과 비슷한 느낌이었다. 

 게다가 막상 드라마의 제작에 관련된 소설이고 상당한 분량임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으로 드라마 제작에 대한 이야기나 에피소드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드라마가 어떻게 사랑을 받게 되었는지나 왜 시청률이 하락했는지. 제이크가 그런 인간임에도 불구하고 책임 프로듀서가 된 이유 같은 배경 설명은 전혀 없다. 마치 그 유명한 '투명 드래곤'처럼 그냥 세계적 인기가 있었는데 없어졌다는 수준. 

 물론 소설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가 인간 본연의 욕망과 그 욕망 때문에 드러나는 더러운 본질에 있다고 하더라도, 최소한의 배경 설명은 그림의 밑그림과 같은 것 아닐까. 꽃을 그린다고 해서 꽃잎만 그리고 줄기와 잎을 그리지 않으면, 아무리 잘 그린다고 해도 그것이 꽃처럼 보이진 않는 것처럼 말이다. 

 거기에 밑도 끝도 없이 매들린이 성전환자인 데다가, 캐서린이 타락하는 것을 막아보고자 캐스팅에서 제외시켰던 아역배우였다는 사실도 맥락이 없고, 그 매들린이 미국의 부호와 결혼해서는 복수를 위해 영국의 방송국을 사들인다는 설정은 과하다 못해 허황되다. 

 남자든 여자든 배우든 제작진이든 경찰이든 운전기사든. 큰 가슴과 늘씬한 몸매와 탄탄한 허벅지와 잘생긴 외모만 보면 정신을 못 차린다. 평소에 경멸하던 친구의 남편이든, 오늘 처음 본 운전기사든, 직장동료를 구속시킨 경찰이든. 그것이 식당 뒷편이든, 사무실이든, 화장실이든, 미용실이든 발정난 짐승처럼 섹스를 한다. 물론 문화적 차이일 뿐이며, 영국에서는 이런 일들이 별 것 아니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일단 한국의 독자인 나로서는 좀 불쾌할 뿐이었다. 





본 서평은 서평단 참여로 출판사로부터 서적을 증정받아 작성하였으며, 지극히 주관적인 견해로 적었음을 밝힙니다.



개인 블로그 : https://blog.naver.com/uyuni-sol

※ 블로그 셋방살이 중입니다. '작가의 서재' 방만 제 관할입니다. ㅠㅅ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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