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3일 인천에서 국토종주를 시작했고, 17일 목적지에서 230km 떨어진 구미에서 국토종주를 매듭 짓게 되었습니다. 주행 도중에 사고가 있었고 자전거가 파손되는 바람에 더이상 주행을 이어갈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수리샵을 돌아다니다, 더이상 주행이 불가하다는 걸 알게 되고 터미널에서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내내 착잡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아래의 글은 마음을 조금 추스린 후 작성한 글입니다.
비록 이번 여행이 의도치 않은 사고로 종료되었지만, 그래도 너무 보람차고 값진 여행이었어요. (부산까지 가지 못한건 많이 아쉽지만요..) _ 인천 아라뱃길에서 시작해 낙동강까지 총 397km를 달리는 동안 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또 많은 생각들을 하게 됐어요. 음.. 여행 도중에 느꼈던 것들을 노트에 조금씩 적었었는데, 조금 나누고 싶어요. _ '왜 길을 인생에 비유하는지 알겠다. 길 하나가 끝나면 곧 새로운 길이 열린다. 그 길이 끝나면 또 다시 새로운 길이 열린다. 길은 끝없이 시작과 끝을 반복하며 앞으로 이어진다.' _ '가끔 경치에 넋을 놓고 패달 밟는 것을 놓칠 때가 있다. 자연스레 속도가 떨어진다. 경치를 눈여겨 보면 속도는 떨어진다... 반대로 속도를 내는데 집중하면 경치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참 이상하다.' _ '길에 저항할 수 없다. 바람을 거스를 수 없다. 맞바람이 분다면, 혹은 오르막길을 오르고 있다면, 속도를 늦춰야 한다. 마음을 비우고 천천히 가야 한다. 여기서 조급해지면 페이스가 꼬인다. 불필요한 근육통만 생긴다. (다리아파...)' _ '체력이 곧 나다. 체력이 떨어지면 멘탈도 나간다. 5km가 50km처럼 느껴지고 작은 자극에도 예민해져 성질이 난다. 되뇌어보면 성질을 낼 일이 아니었는데, 예민해져서 놓친 주변의 아름다움이 내 삶에 얼마나 많았을까.' _ '가끔은 천천히 가는 것도 좋다. 조금은 느리지만 많은 걸 경험할 수 있으니까. 사람들은 각자의 속도가 있는 것 같다. 누구는 쌩쌩 달리는 자동차에서, 누구는 꼬부랑 길을 힘겹게 오르는 자전거에서. 근데 난 이게 좋다. 어쩌면 이게 내 속도인 것 같다.' _ '충주쯤에서 노래를 듣다 순간 울컥해서 울뻔했다. 가사가 "이제보니 내가 가장 날 미워했네. 잘되는 게 그게 뭔지도 모르면서 그렇게 앞만을 보며 살았네" 이랬는데, 주변 경치는 엄청 아름답지 노래 가사는 이렇지.. 약간 느낌이 묘했던거 같아. 음.. 이게 참 균형 잡기가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