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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gi Sogi Mar 17. 2021

종료

토닥토닥

3월 13일 인천에서 국토종주를 시작했고, 17일 목적지에서 230km 떨어진 구미에서 국토종주를 매듭 짓게 되었습니다. 주행 도중에 사고가 있었고 자전거가 파손되는 바람에 더이상 주행을 이어갈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수리샵을 돌아다니다, 더이상 주행이 불가하다는 걸 알게 되고 터미널에서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내내 착잡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아래의 글은 마음을 조금 추스린 후 작성한 글입니다.




비록 이번 여행이 의도치 않은 사고로 종료되었지만, 그래도 너무 보람차고 값진 여행이었어요. (부산까지 가지 못한건 많이 아쉽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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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아라뱃길에서 시작해 낙동강까지 총 397km를 달리는 동안 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또 많은 생각들을 하게 됐어요. 음.. 여행 도중에 느꼈던 것들을 노트에 조금씩 적었었는데, 조금 나누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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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길을 인생에 비유하는지 알겠다. 길 하나가 끝나면 곧 새로운 길이 열린다. 그 길이 끝나면 또 다시 새로운 길이 열린다. 길은 끝없이 시작과 끝을 반복하며 앞으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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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경치에 넋을 놓고 패달 밟는 것을 놓칠 때가 있다. 자연스레 속도가 떨어진다. 경치를 눈여겨 보면 속도는 떨어진다... 반대로 속도를 내는데 집중하면 경치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참 이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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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에 저항할 수 없다. 바람을 거스를 수 없다. 맞바람이 분다면, 혹은 오르막길을 오르고 있다면, 속도를 늦춰야 한다. 마음을 비우고 천천히 가야 한다. 여기서 조급해지면 페이스가 꼬인다. 불필요한 근육통만 생긴다. (다리아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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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력이 곧 나다. 체력이 떨어지면 멘탈도 나간다. 5km가 50km처럼 느껴지고 작은 자극에도 예민해져 성질이 난다. 되뇌어보면 성질을 낼 일이 아니었는데, 예민해져서 놓친 주변의 아름다움이 내 삶에 얼마나 많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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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천천히 가는 것도 좋다. 조금은 느리지만 많은 걸 경험할 수 있으니까. 사람들은 각자의 속도가 있는 것 같다. 누구는 쌩쌩 달리는 자동차에서, 누구는 꼬부랑 길을 힘겹게 오르는 자전거에서. 근데 난 이게 좋다. 어쩌면 이게 내 속도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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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주쯤에서 노래를 듣다 순간 울컥해서 울뻔했다. 가사가 "이제보니 내가 가장 날 미워했네. 잘되는 게 그게 뭔지도 모르면서 그렇게 앞만을 보며 살았네" 이랬는데, 주변 경치는 엄청 아름답지 노래 가사는 이렇지.. 약간 느낌이 묘했던거 같아. 음.. 이게 참 균형 잡기가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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