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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gi Sogi Jun 03. 2023

321일

파도

1.

솔직히 너무 어렵다.

감정적인 여자친구와 함께 있는다는 것은.

그럼에도 그 곁을 떠나고 싶지 않은 것은.

찌든 애증 때문일까.

그녀를 가엾게 여기는 나의 건방짐 때문일까.


2.

사랑이란 참으로 모호한 것. 사랑이란 참으로 어려운 것. 누군가를 가엾게 느끼는 건방진 마음도 사랑으로 정의할 수 있을까? 그녀를 떠올리면 마음이 아픈 것도, 그렇기에 한번 더 힘껏 따듯하게 안아주고 싶은 것도.


3.

생각해보면 그녀로부터 받은 것이 많았다는 사실을.

함부로 누군가를 가여워하는 건방진 나의 감정으로, 속으로 어느새 그녀를 적으로 만들고, 도움을 주어야 하는 힘 없는 약자로 만들고.

그녀로부터 받은 모든 것이 너무나도 많음에도.

너무나 무례하고 가증스러운 나는.


4.

파도치는 밤바다에 홀로 위치한 듯.

파도소리에 묻혀 내 울음소리 하나 들리지 않는.

외롭고 고단한 이 마음을.


파도 위 나 혼자 있는 것 같은

오늘 그녀를 만난 지

321일 되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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