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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씨 Aug 13. 2021

나를 동정하지 마세요

혼자와 외로움은 같지 않다

 나는 대부분의 시간을 혼자서 보낸다. 혼자서 영화를 보는 것도 밥을 먹는 것도 그다지 어려운 일은 아니다. 올림픽 경기장급 콘서트를 혼자 가 본 이후로는 천하무적이 된 기분마저 든다. 이것은 누군가를 만나는 일이 적다는 것인데, 약속을 정해 만날 때는 나 자신과 상대방 모두에게 그만한 가치가 있어야 한다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물론 보고 싶은 사람과의 즐거운 이야기 그리고 긍정적인 감정들이 함께하는 만남은 언제나 환영이다.

 그러니 누군가에게 시간을 쥐어짜듯이 내는 것도, 귀에 내려앉는 특유의 삐딱한 말투에 콕콕 찔리는 것도, 대화가 끊어지는 공기에 숨 막혀하는 것도, 이 모든 것들을 견뎌야 할 이유 따위가 내게 없다는 것이다. 이틀뿐인 작고 소중한 내 주말을 그렇게 보낼 수 없지. 망할 페이스북. 알 수도 있는 사람 좀 보여주지 마. 아차, 친구 승인을 한 건 나지. 아니, 그러니까 내 말은, 일말의 여지를 주지 말라고.

 그는 내가 만나주지 않는다고 투덜거렸다. 만나준다고? 나는 지금도, 앞으로도 누군가를 만나줄 의향은 없다. 만날 뿐이지. 그는 내가 외국에 나가 있더니 개인주의만 늘어서 왔다고 했다. 이건 또 무슨 개소리야. 예전처럼 당신 말 한마디에 쩔쩔거리면서 휘둘리지 않는다고 해서 이기적, 아니 개인적이 되었다고 말하는 거야? 그는 내가 불쌍하다는 듯이 말했다. 거참, 성가시네. 그건 당신이 혼자라서, 이성을 만나고 싶은데 그럴 수 없어서, 그래서 똑같이 혼자인 내가 외로울 거라 지레짐작하고 불쌍히 여기는 것일 테지. 미안하지만 틀렸다. 나는 외롭지 않다. 외로운 적이 없었다는 말이 아니라, 나는 혼자서도 행복하다.


 혼자서 행복하지 않은 사람은 둘이서도 행복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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