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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언명 Jan 25. 2023

집 밖은 무서워요! :: 너의 말과 생각은 다 가치있다

[100-25] 백일백장 글쓰기 9기

부모가 자식을 낳아 기르는 것은 잘 키우기 위해서가 아니라 사랑하기 위해서입니다. -지나 영 교수


존스홉킨스 소아정신과 지 나영 교수님의 이 말씀은 명언 중에 명언이다. 실제로 저 말씀은 지 나영 교수님 어머님께서 지 나영 교수님에게 한 이야기이다. 지교수가 '엄마 내가 아이 낳으면 정말 잘 키울 수 있는데.'라는 말에 지교수 어머니께서 하신 말씀이다.

이런 삶의 지혜는 학벌이 높다고 지적 수준이 좋다고 모두 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똑똑하고 많이 아는 부모들이 더 아이들을 타박할 수도 있고, 자녀들을 평가하고 비판할 수도 있다.


나의 아들 바오로는 모든 게 좀 느린 아이였다. 말도 많이 느렸고, 겁도 많았다. 아주 어린 시절에 변기가 너무 무서워 해서 다섯살이 되어도 변기에 앉기를 힘들어했었다. 계절이 바뀌어 여름 옷을 입어야 할 때도 무조건 겨울옷을 고집하고 맨살이 드러나기를 거부하던 아이였다. 해가 바뀌어 선생님과 친구들이 바뀌면 적응기가 오래 걸려서 유치원 안 가려고 너무 많이 울어서 매일 등원 시키느라 애를 먹곤 했었다. 유치원 때까지는 이런 아이를 키우는 게 많이 버겁게 느껴지기도 했었다.


그러나 반대로 잘하는 것도 있었다. 전 세계 국기는 글자도 배우기 전에 다 외웠고, 모든 자동차의 앞부분만 보고도 차종이 뭔지 금방 알곤 했었다. '세상에 이런 일'이 프로가 그때도 있었다면 출연해도 되었을 정도였다. 앞전의 글에서도 말씀드렸지만, 노래도 한두 번만 들으면 멜로디와 가사를 다 외우곤 했었다.


바오로가 초등 저학년이 되었을 때 아들의 틱장애 덕분에 엄마가 육아와 유아발달에 대한 공부를 많이 한 후에 아이들에 따라 발달과 성장 속도가 다 다르고 재능도 다 다름을 알게되었다. 그 후부터 내 마음이 많이 느긋하게 변해서 아이를 다그치거나 야단치는 게 현저하게 줄었다. 그러면서 아들의 틱도 완전치료되고 행복한 모자관계가 되었다.


초등학교 중학교 1학년 정도까지도 바오로는 겁이 많아서 바깥에 잘나가지 않았다. 동생은 6,7세 부터도 동네 문방구나 슈퍼마켓에도 잘 갔는데 바오로는 도통 나가지를 않았다. 그나마 나가는 것은 동생과 아파트단지 안의 영어학원 갈 때뿐이었다. 놀이터에서 노는 것도 별로 좋아하지 않았던 아이였다.

중학교 1학년 때 롯데월드로 소풍을 갈 때도 전철 타고 가다가 길 잃어버릴까 봐 걱정걱정을 해서 친한 친구와 같이 다녀오기도 했었다.


남편은 아들이 집 밖을 무서워해서 나가지 않는다고 저대로 두면 바보 병신 된다고 나가게 해야 한다고 그냥 두면 안 된다고 걱정이 늘어졌다. 그래도 나는 괜찮다고 말했다. 더 성인이 되면 안 시켜도 전 세계 다 돌아다닐 테니 아무 걱정 말라고 말했다.


말이 씨가 된 듯 아들은 대학교 들어가자마자 유럽 배낭여행도 다녀오고, 멕시코로 국제 청소년 교류 활동도 다녀오고, 교환학생도 베니스로 다년 오고, 단기로 상해 하얼빈 중국어 교환도 다녀왔다. 그 이외에도 참 여행을 많이 다니고 집에 자주 있지를 않았다. 국내도 친구들과 참 여기저기 많이도 다녔다.

요즘도 하루 이틀 집안에만 있으면 답답하다고 잠시 바람 쐬러 다녀오고 친구 만나러 다녀온다.

그런 아들에게 예전에는 왜 그렇게 집 밖을 무서워했냐고 물어보면 잘 기억이 안 난다고 한다. 그리고 그땐 아마 집이 좋아서 나가지 않았던 것 같다고 말한다.


있는 그대로의 아들의 품성을 존중해 주고 야단치지 않고 편하게 해주었더니, 스스로 필요할 때는 알아서 집 밖을 잘나가는 어른으로 성장해 주었다.


부모는 아이들을 사랑해 주며 기다리는 존재인 것이다. 옆집 아이의 성장 발달 속도보다 우리 아이가 느리다고 다르다고 아이한테 너도 저렇게 되어야지라고 재촉하지 말아야 한다.


나의 아이는 자기의 속도로 알아서 잘 자라주기 때문이다. 부모인 나는 그 아이의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고 받아들여 주면 될 따름이다.


우리는 자녀들을 사랑하기 위해 부모가 된 것이기 때문이다.


너의 말과 생각은 다 가치있다. -지나영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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