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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reegarden Jul 29. 2022

의도치 않은 사랑의 전달자

대각선 할머니의 아들도 옆 할머니의 아들도 대체로 일주일에 한 번 자신의 어머니를 방문한다.


대각선 할머니는 의식이 없는 상태로, 아드님은 오시면 그저 말없이 손을 잡아주거나 할머니의 몸을 닦아주거나 돌아오지 않는 답을 듣기 위해 엄마… 엄마… 나 보여? 정신 좀 차려봐… 등의 말을 하면서 침대에 고개를 파묻고 있다. 때론 울기도 한다.


할머니 의식이 있었을 땐 할머니의 밥을 함께 나눠 먹곤 했는데 오늘은 밥도 안 먹길래 속상해서 오렌지 주스를 하나 드렸다. 그러다 문득… 내가 아는 걸 이야기해드리는 게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안녕하세요… 저는 마비 환자라 어디 가지도 못하고 어쩔 수 없이 여기 있는 분들의 이야기를 다 듣는데… 혹시 제가 할머니랑 나눈 이야기랑 그간 할머니가 의식이 있을 때 하신 행동이랑 뭐 그런 거 들려드릴까요…?!


아드님은 생각지도 못하셨는지 듣다가 그만 눈물을 흘리셨다. 고맙다고 몇 번을 고맙다고 하셨다. 처음엔 이상하게 볼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이야기해 드리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옆 할머니는 섬망이 심해서 사실 조금 무섭다. 때론 울고, 때론 중얼거리고, 암튼 갈피를 잡기 힘들다. 특히 나는 어디로 도망갈 수 없기에 부디 오늘 하루 아무 일이 없었으면… 하고 바라기만 한다. 영향을 받지 않기란 정말이지… 아… 어렵다.


거의 삼일에 한번씩 아… 오늘 무슨 일이 생길 것 같다… 라는 생각이 든다. 할머니 기분에 평소보다 문제가 느껴지는 날. 이번 주는 할머니 아드님도 안 오신다고 하고, 그래서인지 싸… 했다. 드디어 할머니의 분이 내게 폭발했다. 어디에서 뺨 맞고 어디에서 분풀이라고나 할까… 내가 하지 않은 말을 했다고 하면서 내게 이 여자가~ 아주 나쁜 여자라고... 내가 자신보고 아메리카 정신병자라고 했다고. 자긴 약을 안 버렸는데 내가 약을 버렸다고 했다고. 여러 이야기들을 모아 모아 새벽 한 시까지 내 심장을 두근대게 했다. 그러고는 코를 골고 잘 주무셨다. 물론 나는 스트레스로 온몸이 아파 잠을 못 잤다. 다음 날 만나는 모든 이에게 나 때문에 잠을 한숨도 못잤다고 하는 말을 잊지 않았다. 아주 대~단했다며…


다음 날이 되고 어제의 일로 아드님은 어쩔 수 없이 오시게 되었고, 결국 할머니는 아주 행복한 날을 보내셨다. 병원에서는 내게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환자니까 이해하라고 무시하라고만 했다. 정말이지 왜 이렇게까지 힘들게 하시는지…


근데 하루 지나고 아빠를 보고 나니… 어차피 죽음으로 가는 길에 누군가를 무척 행복하게 했다면 그걸로 족하다… 라는 좋은 생각을 할 수 있었다.


그렇게 의도하지 않은 사랑의 전달자가 되었다. 착한 척하고 싶은 것도 아니고… 그냥 써야 할 것 같았다.


실은… 함께 있을 날이   같지만 실제론 그리 길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씀드리고 싶었다. 자신이 놓치는 수많은 순간에도 엄마는 자식 생각을 했음을  말은 바쁘니 오지 말라고 하지만 누군가를 아주 힘들게 해서라도 진심은 자식을 만나고 싶은 본능이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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