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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하고 싶다. 승무원

요즘 드는 생각이 있다.


'오래 하고 싶다. 승무원.'

16년을 비행하고 있다.


두 명의 아이를 낳고, 복직하고, 비행을 하고 있다.


아이를 낳고 복직하니, 스테이션에서 보장되는 나만의 시간이 더없이 소중하다.


아이들을 챙기기 위해 바쁘게 먹는 한 끼가 일상인 요즘.

파도소리가 들리는 짙은 파란색 바다에서 수영을 즐기는 사람들을 여유롭게 바라보고 있다.

비치 레스토랑에서 가격에 상관없이 내가 먹고 싶은 메뉴와 음료를 시키며 누리는 이 시간.


한 달 스케줄을 확인할 때 가고 싶은 나라가 나오면 그날이 오기까지 기다리는 설렘이 좋다.


동남아같이 저렴한 물가인 나라를 가면, 원 없이 나를 위해 맛있는 음식 커피를 대접한다.


요즘의 행복 포인트는
 '완벽한 한 끼를 찾는 것.'


그동안 지쳤던 나를 위해 나에게 물어본다.


'뭐 먹고 싶어?'


별안간 먹고 싶은 것이 떠오르면 그곳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가끔은 원하는 식당이 문을 닫을 수도 있지만, 괜찮다. 오늘처럼 근처에 더 좋은 식당을 발견하는 행운을 얻기도 하니깐.


오늘의 메뉴는 구운 치즈를 곁들인 새우요리.

새우를 좋아하는 나에게는 최고의 선택이다.

음식을 천천히 먹으며, 충전한다.


비행하며, 육아하느라 고생한 나를 위해 완벽한 한 끼를 대접하면 나 자신이 안다. 마치 친한 누군가 나를 좋은 곳에 데려가 맛있는 음식대접해 주는 듯한 느낌.


인생을 살며, 깨닫는다.

모든 일에는 보상이 따라야 한다는 것을.


너무 앞만 보고 살아온 나를 위해.

이제는 좀 천천히 가도 된다고 다독이고 있다.


이 순간을 통해, 나는 다시 비행할 수 있는 힘을, 그리고 좋은 아내, 좋은 엄마가 될 수 있는 힘을 얻는다.


이 순간이 좋다.


우울증을 의심했다가 이제 좀 괜찮다 느껴지는데 꼬박 3년이 걸렸다.


바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그리고 실제로도 바빴다.

더 지쳐서 아무것도 못하기 전에 모든 것을 멈춘 것을 인생에서 가장 잘 한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가치 있는 일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큰일이 나는 것은 아니었다.


그렇게 나는 모든 것이 고갈된 나를 위해 내 시간 속에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차곡차곡 배치해 놓기 시작했다.


그렇게 회복하고 나니깐, 승무원은 나에게 너무도 천직이었다.


매번 같은 사람들과 일하지 않고, 전 세계 다양한 나라에서 펼쳐지는 인생의 불확실성도 좋다.


인생이 다채로운 느낌.


그래서 요즘의 관심사는 어떻게 하며 승무원이라는 직업을 건강하게 오래 할 수 있을까이다.


나이가 지긋하신 시니어 사무장님들을 보며 그들의 노하우를 엿본다.


스테이션에서 꼭 운동을 하시고, 적절한 취미활동으로 스트레스를 관리하신다. 음식도 한국이나 스테이션에서는 좋은 것을 먹으려고 노력하신다.


문득 그분들을 거울삼아, 건강하게 비행을 즐기며, 행복하게 나이 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눈앞에 놓인 푸른 바다와

파도 소리를 들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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