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부부는 첫째 아이가 태어나고부터 예방접종을 무수히 맞혀왔지만, 접종열을 경험한 적은 별로 없었다. 지금 39개월 차에 들어섰지만, 열이 올라 놀란 적은 두 번 정도. 그것도 모두 37도 후반대에 그쳤었다.
둘째 아이가 태어난 후 역시나 예방접종이 많았다. 아이의 2개월 접종 때였다. 아직 백일 전이라 해열제도 먹지 못하는 시기인데, 38.0도의 접종열이 났다. 첫째 때 아이의 고열을 경험하지 못한 우리는 놀라서 아이를 안고 병원으로 달려갔다. 아이를 출산한 병원 소아과에서는 종합병원으로 가라며 의견서를 주었다.
불안한 마음으로 찾은 병원.
"접종을 맞은 후에 나는 접종열이 안 좋은 건 아닙니다. 2~3일 동안 계속해서 열이 안 떨어지고, 힘든 모습을 보이거나 많이 쳐지면 그때 다시 방문하세요."
의사 선생님의 말씀은 우리의 놀란 마음을 가라앉혀주었고, 접종열도 금세 내려갔다.
아이는 8개월 접종 때 또다시 접종열이 올랐다.
38.9도.
이때는 100일 이후라 해열제를 먹일 수 있었다. 해열제를 먹고 다행스럽게도 이틀 내로 열이 떨어졌다.
이후로 한두 번 정도 더 접종열이 올랐다. 새벽에 39도가 넘는 상황에 놀라 종합병원 응급실로 전화하기도 했다.
어제 첫째와 둘째는 예방접종을 맞았다. 미리 체온계와 해열제, 물을 준비해 놓고 잠자리에 들었다.
오늘 아침, 멀쩡한 첫째와 달리 둘째는 아침부터 열이 39도가 넘었다. 아이가 울자마자 뛰어들어가 체온을 확인했더니..
39.2도였다.
열이 너무 높다.
몇 번의 경험이 컸기 때문일까. 놀라서 아이를 안고 병원으로 뛰어가던 엄마, 아빠의 모습은 이제 없다.
자고 있는 남편을 호출하고 우유와 해열제를 먹인다. 남편의 입장과 동시에 본격적으로 '열 낮추기 대작전'에 들어간다.
남편은 에어컨 온도를 낮추고, 부채로 아이 몸을 식힌다. (아이는 열이 날 때 물수건이 몸에 닿는 것을 몹시 싫어한다.)
금세 열이 조금씩 떨어지고, 적정 경과시간 이후 열이 또 오른다. 다시 해열제를 먹이고, 열을 떨어뜨린다.
열이 떨어지는 아이를 보며 남편과 이야기했다.
"우리 이제는 접종 맞고 열 높아도 착착착! 열 잘 떨어뜨린다잉~"
첫째를 키우면서도 접종열 경험이 없던 우리는 둘째로 인해 여러 번의 접종열 경험을 하였다. 놀라고, 조마조마했으며, 심장이 쪼그라드는 경험들이었다. 그 하나하나의 경험이 쌓이며, 우리도 성장하고 있었다. 우리는 오늘도 그렇게 부모가 되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