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둘을 겨우 재우고, 남편과 함께 조심스레 집을 빠져나왔다. 아이들이 잠든 집은 친정 엄마께서 편히 쉬시도록 만들어둔 상태였다. 친정엄마 덕분에 2~3시간의 일탈 시간이 주어졌다.
육퇴 후 우리가 가장 먼저 향한 곳은 맛있는 음식이 있는 곳이었다. 정말 맛있는 식당이었지만, 우리가 머문 시간은 단 30분. 우리의 주목적은 음식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빠르고 맛나게 식사를 하고, 우리가 향한 곳.
우리의 주 목적지. 우리가 바라고 기다리며 고대한 그곳!
바로 방탈출카페였다.
우리를 반겨주시는 사장님. 어느덧 단골 느낌이 물씬 난다.
테마 5개 중에 벌써 4개째라 아쉬운 마음 가득인데, 오늘은 아쉽게도 시간 내 탈출에 실패했다.
지나고 보면 아쉬운 순간들이 많았다.
첫 시작 때, 금세 문제를 다 풀어놓고도 입력할 대상을 제대로 보지 못해 오랜 시간을 흘려보냈다. 다음 문제도 쉽게 풀 수 있었던 것인데, 기본으로 생각하지 않고 너무 꼬아 생각했다.
시야를 넓게 안 보고 시간에 쫓겨 또 한참의 시간이 흘렀다.
물론 쾌감을 주는 순간들도 있었다.
힌트를 열자마자 '척! 이거!' 하며 풀었다.
남편이 문해력 문제 싫다며 포기한 것도 해석하여 '돌리고~ 돌리고~' 해서 '딸칵!' 풀어냈다.
시간 내 탈출은 실패했지만, 결국 모든 문제를 풀어내고 나왔다.
집으로 향하는 길, 남편이 말했다.
"당신은 방탈출만 하고 오면 사람이 이마이 생생하이 살아나노."
방탈출카페는 원래도 좋았지만, 아이 둘 육아를 하며 더 재밌어졌다. 남편의 말에 신난 목소리로 강한 긍정을 했다.
그러고는 '나는 어째서 이렇게 방탈출이 좋을까? 특히 요즘에 더 신이 나는 걸까?' 생각해 보았다.
아마 명쾌한 해답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우리의 인생은 정답이 없다. 아이들을 키우는 부모가 되어보니 더더욱 그렇다. 아이들이 잘 자라길, 우리 가족이 행복하게 잘 살아가길 바라는 마음이 크지만, 우리의 선택이 맞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정답이 있지도 않고, 해답지도 없다. 이게 맞는 건지 의문스럽지만.. 일단 아이들을, 우리 가족을 지켜나가야 한다.
하루 온종일, 매일 그런 세상에 있다가 명쾌한 해답이 있는 방에 들어서면 머릿속이 맑아지는 기분이 든다. 한 시간을 그렇게 몰입하고 나면, 상쾌한 기분으로 귀가하게 된다.
또다시 해답 없는 시간을 반복하겠지만, 방탈출에 몰입한 것처럼 나의 일상에도 다시금 몰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