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히 좀 해주실래요
이웃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아이들이 주방에 머물며 식사를 할 때였다. 갑작스레 복도가 시끌시끌해지더니, 우다다다 뛰는 소리가 들린다. 아이들은 소스라치게 놀라며 넘어가듯 울기 시작한다.
아이들이 주방에 머무르는 시간, 대충 5~6시간.
복도에서 지르는 소리로 놀라 까무러치듯 우는 것은 하루에 한두 번 이상은 꼭 발생한다.
복도에서 들리는 소리는 옆집 아이들의 소리다. 아들이 둘 있는 집인데, 친구들이 놀러 오는 경우도 꽤 있는 것 같았다. 문제는 아침, 낮, 저녁 구분 없이 뛰어다니고, 소리를 지른다는 것이다.
아들이 둘이라니.. '정말 힘들겠다, 진심 존경스럽다.'는 마음이 들지만, 우리 아이들이 놀라 울 때면 소리 지르며 뛰어다니는 아이들을 관리하지 못하는 어른들이 못마땅해진다.
2년 전이었나. 아래층에 사는 남편의 지인이 애 좀 못 뛰게 하라고 한 소리 했었다. 그때 우리 첫째 아이는 갓 돌 즈음, 겨우 아장아장 걸을 때였다. 주범은 역시나 옆집이었다. 복도에서 뛰지 말라며, 소음에 유의해달라고 한동안 여러 번 방송되었다. 잠깐은 괜찮아졌던가. 다시금 반복이었다.
둘째가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너무 시끄러워서 경비실에 말씀드렸던 적도 있다. 옆집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주의를 주는가 싶더니 잠깐일 뿐이었다.
우리 아이들도 울고 떼쓸 때는 소란스러우니 이해하자 싶다가도, 우리는 그나마 집에서만 그러는데, 복도에서 칼싸움까지 하며 소리 지르고 장난치는 건 좀 너무한 거 아닌가 싶다.
너무 시끄러워서 우리 부부는 안방을 아이들에게 내어주기까지 했다. 복도로 방을 옮긴 우리조차도 밤에 깜짝깜짝 놀라는지라, 방을 바꾼 것이 신의 한 수였다고 얘기 나눈다.
식사를 하다 또다시 들리는 시끌벅적한 소리에 둘째는 기겁하듯 울어대고, 첫째는 깜짝 놀라 한마디 한다.
"아~ 놀래라~ 조용 좀 해주실래요~!"
놀랐던 것을 감추고, 복도까지는 들리지도 않을 말을 연신 외쳐댄다. 놀란 둘째를 달래다 첫째의 모습이 사랑스러워 화가 사그라들지만, '우리 아이들도 이웃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잘 가르쳐가야겠다.'는 생각으로 가득 찬다.
이웃사촌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가까운 것이 이웃이라지만, 매일을 소음 속에서 살아야 하는 것은 종종, 꽤 자주 힘들다.
이웃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자신도 소음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서로를 배려하며 사는 이웃사촌이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