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우리 집 주방에는 음식들이 날아다닌다. 밥, 고기, 당근, 브로콜리, 양배추 등. 종류도 다양하고, 크기도 제각각이다.
점심식사 시간이 다가오자 첫째 아이는 일찍부터 국수를 먹겠다고 성화다. 국수를 좋아하는 첫째에게 육수에 한우를 잔뜩 넣은 국수를 주고 나서 둘째 아이의 식사를 준비해 본다. 식사 준비가 끝난걸 어떻게 알았는지 낮잠을 자던 아이가 움직인다. 아이들은 비몽사몽일 때 더 귀엽고 사랑스러워진다. 예쁘기 그지없는 아이를 안고 주방으로 향한다.
둘째는 초반에 잘 먹는 듯하다가 먹지 않고 장난을 시작한다. 장난은 어느새 짜증으로 바뀌고 있었다. 투정 부리는 아이와 밥을 먹이고자 하는 나의 신경전이 시작되었다.
고기를 올린 숟가락은 아이의 입으로 다가가고 있었고, 아이는 신경질을 내며 숟가락을 홱~! 뺐더니 바닥에 내팽개쳐 버렸다. 숟가락에 올라타있던 고기들은 비행을 시작했다. 여기저기 뿌려진 고기들을 수습하는 것은 만만한 일이 아니었다. 주방 수납장 등부터 바닥 멀리까지 세심히 정리할 때였다.
턱받이와 함께 턱받이 속 음식들도 비행을 출발했다. 턱받이 속 아이들은 바닥을 정리하던 나의 머리와 첫째의 다리에도 안착했다.
내뱉지 못한 깊은 한숨이 가슴속에 내려앉았다. 주체할 수 없는 감정에 휩싸이려던 순간, 나를 보던 첫째 아이가 말했다.
"엄마 제일 좋아~ 오늘 엄마 꿈꿀 거예요~"
허허.. 눈치 빠른 녀석.. 사랑스러운 아이.. 고마운 내 아가..
웃음이 픽 흘러나왔다. '하나가 힘들면, 하나가 녹여주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래서 힘들어도 아이 둘을 낳아 기르나 보다.
부디 한 명씩 돌아가며 힘들기를.. 언제나 사랑스러운 아이들에게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