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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람 Jun 22. 2024

비 오는 바닷가에서

우산 속 그 사람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가족들과 함께 식사를 하고, 바닷가 쪽으로 드라이브를 하기로 했다. 빗소리를 들으며 달리는 기분은 괜스레 센티해지는 느낌이었다.


그렇게 빗속을 달리는데 창밖의 한 모습에 사로잡혀 생각에 빠지게 되었다. 우산을 쓰고 바닷가를 거닐고 있는 사람을 본 것이다. 우산을 썼다고는 하지만, 거세고 많은 비가 내리는 속에 모래를 헤치며 거니는 이유가 무엇일까.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는 것일까. 혹은 답답한 속을 씻어내려 안간힘을 쓰는 중일지도 모르겠다.

물론 단지 비 오는 바닷가를 좋아하는 것일 수도 있고, 별생각 없이 걷고 있을 수도 있다. 발에 걸리는 모래는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 사람일 수도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빗속의 바닷가를 본 그때부터 나는 그 사람에 나를 투영하기 시작했다.


모래는 내가 나아가는 길을 불편하게 만들지라도 빗물 머금은 모래를 밟는 감촉이 조금은 재밌지 않을까. 바닷물에 떨어지는 빗방울은 왠지 신나게 춤추는 모습과도 같다. 우산으로 내리는 비는 파도소리와 함께 합주를 하고 있다. 여러모로 좋은 공연을 무료관람하는 것과 같지 않은가.


나는 우산이라는 좁은 공간에서 관람 중이지만, 빗방울은 큰 무대에서 마음껏 뛰놀고 있다. 언젠가 나 또한 빗방울과 같은 시간을 보내리라.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그날을 준비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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