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히 언제부터 작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지는 모르겠다. 우연히 글쓰기에 대한 책을 읽게 되었고 그걸 계기로 몇 권의 글쓰기 책을 더 읽게 되었다. 그리고 그 책들의 내용에 대한 공통점을 발견하였다. 모든 사람은 자신만의 얘기가 있으니 일단 무엇이든 써보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만약 책을 내고 싶다면 자신이 쓰고 싶은 얘기보다는 사람들이 읽고 싶은 이야기를 쓰라는 것이었다.
이후 매일 조금씩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꽤 많은 양의 에세이가 완성되었다. 그래서 큰 기대 없이 교보문고에서 주관하는 공모전에도 응모해보고 여러 출판사에 투고를 해보기도 했다. 글의 완성도가 높지 않아서인지 내가 쓰고 싶은 얘기를 써서인지 몰라도 기대하던 결과는 한 번도 얻지 못했다.
올해 초부터 코로나가 갑자기 심해지면서 아이들이 집에만 갇혀있어야 하는 현실이 가슴 아파서 내 딸들을 주인공으로 동화책도 써보았다. 동화책에 나오는 주요 장면들은 아이들에게 직접 그림을 그려보라고 해서 PDF 파일로 만들어 출판사에 다시 투고를 해보았다. 아이들은 우리가 주인공인 책이 나오는 것이냐며 기대를 했지만 현실은 '안타깝게도 우리 출판사의 출간 방향과는 맞지 않습니다'는 메일만 돌아왔다.
그래서 이제 그만 포기할까 하는 시점에 '브런치'를 알게 되었다. 어떻게 작가가 될 수 있는지 글을 읽고 포털사이트에서 브런치 작가로 검색을 해보니 지원을 했으나 떨어졌다는 사람이 많은 것을 알 수 있었다. 쉽지 않겠다는 생각을 하며 첫 번째 도전을 하였다. 작가 지원을 하고 4일이 지나 브런치에서 메일이 왔다.
'브런치 작가 신청 결과 안내드립니다. 안타깝게도 이번에는 모시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메일을 보자마자 실망감이 커서 '나는 역시 글쓰기에 소질이 없구나' 하는 생각을 할 때쯤 메일 후반부 내용을 보게 되었다. '위 내용 참고하시어 재신청해주시면 다시 한번 성실히 검토하겠습니다' 재신청의 기회가 있는데 한 번의 실패로 포기하는 건 너무 아쉽다는 생각이 들어 그 날 다시 글을 쓰고 작가 재신청을 했다. 그리고 바로 다음날 다시 브런치에서 메일이 왔다. '브런치 작가가 되신 것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소중한 글 기대하겠습니다' 전혀 기대하지 않고 있었는데 놀랍게도 하루 만에 합격 메일이 온 것이다.
아내와 아이들에게도 그동안 글을 쓴다고 하면서 아무 결과도 내지 못해 부끄러웠는데 드디어 작가가 되었다고 당당히 말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렇게 브런치 작가가 되고 채 두 달이 지나지 않은 시점에 나는 두 권의 브런치 북을 제작하고 지속적으로 글을 쓰고 있다. 어딘가에 글을 쓸 수 있고 내 글을 누군가 읽는다는 느낌이 무엇인지 조금은 알 수 있게 되었다. 아직도 작가가 부르기에 많이 부족하지만 이제는 글을 쓰는 것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은 사라졌다. 그동안 살아왔던 내 삶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지금 살아가는 일상을 나누는 것만으로도 작가에 대한 나의 꿈은 어느 정도 이루어졌다고 생각한다.
작가는 정년이 없는 직업이기에 나는 퇴직 후 제2의 직업으로 작가를 생각하고 있다. 혹시 운이 좋아서 종이책을 발간하고 그 책이 베스트셀러가 된다면 정말 행복하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노후에 무언가 매일 할 일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삶의 활력소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100세 시대를 살게 된다고 할 때 60세에 퇴직하면 약 40년간은 전업작가로 활동할 수 있을 것이다. 그때까지도 브런치가 존재한다면 내가 장수 작가로 남아있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