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가가 되기 위한 첫발을 내딛다

by 하루에

기술직 공무원 중에도 관련 분야 자격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많다. 자격증이 많다고 해서 급여를 더 많이 주는 것도 아니고 승진하는데 도움이 되지도 않지만 업무의 전문성 향상과 노후대비를 위해서 자기 계발에 시간을 투자하는 사람이 많다. 그중에서 가장 취득하기도 힘들지만 통과했을 때 우대를 받을 수 있는 것이 건축사와 기술사이다.


나는 원래 꿈이 건축가였기 때문에 내가 공무원이라 하더라도 언젠가 건축사 자격증을 따야 한다는 생각을 늘 가지고 있었다. 혹시라도 퇴직 후에 건축사사무소를 운영하기 위해서라도 건축사 자격증은 필수이다. 그런데 어느 날 건축사 자격증 제도가 변경된다는 기사를 보았다. 당초에는 공무원이든 공공기관 직원이든 모두가 건축사 시험을 볼 수 있었는데 제도가 바뀌면 필수적으로 건축사사무소 근무경력이 있어야 했다. 다만 건축사 예비시험에 통과할 경우에는 기존처럼 언제든 건축사 시험을 볼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때부터 건축사 예비시험을 통과하기 위한 전략을 세우기 시작했다.


일반적으로 시험은 절대평가 시험과 상대평가 시험으로 나누어진다. 공무원 시험이 소수의 인원만 합격하는 절대평가 시험이라면 건축사 예비시험은 일정 점수를 넘는 사람은 모두가 합격할 수 있는 절대평가 시험이다. 시험과목은 건축계획, 건축구조, 건축시공, 건축법규로 객관식 선택형 시험이었으며 전과목 평균 60점 이상일 경우 합격이었다. 다만 한 과목이라도 40점 이하의 과락이 나오면 불합격 처리되었다.


시험을 보기로 결정하고 시험일까지 남은 기간은 약 6개월이었다. 그래서 일단 가장 유명한 교재를 사서 건축기사 시험을 볼 때처럼 이론서를 먼저 공부하기 시작했다. 시험일까지 남은 기간 동안 하루에 공부해야 하는 분량을 정하고 매일 꾸준히 공부를 하기로 했다. 그런데 그 계획은 공부를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부터 어긋나게 되었다. 사무실에 현안이 생기고 야근을 해야 하면 공부를 할 수 없었고 주말에도 절실함이 없다 보니 책을 쳐다보기도 싫은 날이 점점 늘어났다.


그렇게 3개월가량이 지나고 나는 시험을 합격하기 위한 전략을 수정했다. 어차피 전체 문제의 60% 이상만 정답을 맞히고 한 과목이라도 40% 이하로만 점수가 나오지 않으면 합격이기 때문에 모든 이론을 다 공부하기보다는 모의고사 형태의 기출문제 풀이집만 다 풀고 오답정리를 하기로 했다. 사실 건축사 예비시험은 문제은행 식으로 출제되는 건축기사 시험과 달리 매년 출제위원을 선정하여 문제를 출제하는 방식이므로 내가 시도한 공부방법이 좋은 해결책은 아니었다.


다만 직장생활을 하면서 남은 기간 내 최대한의 효과를 내기 위한 현실적인 공부방법이었던 것이다. 그렇게 시간이 날 때마다 문제를 풀고 정답을 외우고 오답만 표시하여 다시 푸는 패턴으로 3개월을 공부하고 시험을 치렀다. 시험 당일 밤 가답안이 나와서 문제지를 가지고 하나씩 채점을 해보았는데 생각보다 성적이 잘 나오지 않을 것 같다는 불안한 예감이 들었다.


그래도 6개월간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공부를 한다고 했는데 불합격되어 다음 시험 때까지 다시 공부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스스로에게 너무 화가 나고 실망감이 들었다. 그리고 약 2주 후에 합격예정자가 발표되었다. 놀랍게도 내 이름이 합격예정자 명단에 포함되어 있었다. 아마도 전과목 평균 60점을 간신히 넘고 한 과목 40점 이하의 기준을 턱걸이로 통과한 듯했다.


비록 성적은 수험생 중 하위 권일수 있지만 상대평가가 아닌 절대평가 시험이고 최소한의 기준만 갖추면 합격이었기에 어떻게 보면 최단기간 최소한의 노력으로 건축가가 되기 위한 첫발을 내디딘 것이었다. 약 한 달 후 최종합격자의 자격으로 서초구에 있는 건축사협회 사무실에 합격증서를 받으러 갔다. 비록 건축사 예비시험이었지만 합격증을 받으니 더 뿌듯한 마음이 들었고 언젠가는 나의 꿈인 건축사 합격증을 받으러 다시 오겠다고 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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