놓치고 싶지 않은 사람을 만났을 때 결혼하다

by 하루에

나는 사실 35살 이전에 결혼할 생각이 없었다. 아마 지금의 아내를 만나지 않았다면 솔로 생활을 더 즐기다가 40살이 다 되어서 결혼했을 것이다. 나는 외아들로 자란 데다 내성적인 성격 때문에 많은 사람들과 함께 있는 시간보다는 혼자 있는 시간을 좋아했다. 그런데 결혼을 하면 한 가정의 가장이 되고 나의 모든 것을 가족들을 위해 헌신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최대한 자유로운 생활을 하고 나서 결혼할 생각이었다.


나는 고등학교 때부터 다니던 교회가 있었으나 직장에 들어가면서부터 강남역에 있는 대형교회로 옮겨서 신앙생활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거기서 지금의 아내를 만났다. 처음 교회를 가면 새 신자 모임에서 함께 성경공부를 하고 일정 기간이 지나면 등록교인이 된다. 그리고 청년부 활동을 하게 되면 같은 나이의 친구들이 모여있는 또래 모임이라는 곳에서 적응을 위한 도움을 받게 된다.


처음 또래 모임을 갔을 때 내 아내가 그곳에서 임원을 맡고 있어서 새 신자인 나를 챙겨주었다. 당시에는 아내도 남자 친구가 있고 나도 여자 친구가 있는 상태여서 서로 이성으로서의 감정이 아닌 친구로서 친하게 지내게 되었다. 이후 더욱 가까운 관계가 된 건 4~5세 아이들을 돌보는 유아부 교사를 하면서였다. 사전에 교감이 있었던 건 아니었지만 어쩌다 보니 비슷한 시기에 둘 다 교사를 하게 되었다.


매주 일요일마다 아침 일찍 유아부 예배를 함께 드리고 오후에 있는 청년부 예배시간까지 점심도 같이 먹고 카페에서 얘기도 하며 시간을 보냈다. 물론 둘만 있었던 건 아니고 다른 친구들도 함께 했었는데 가끔 다른 친구들이 사정이 있어서 교회에 오지 못할 때는 아내와 나 둘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그렇게 약 1년여의 시간이 지나는 동안 각자의 사정으로 기존의 연애는 끝나게 됐고 우리는 자연스럽게 조금씩 더 가까워지게 되었다.


나는 아내와 얘기를 할 때마다 정말 밝고 긍정적인 사람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전에 만났던 여자 친구들은 대부분 다혈질 성격이라서 데이트를 하는 도중에도 수시로 화를 내서 싸우게 되고 다시 관계를 회복하는데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심했었다. 그런데 아내와 있을 때는 내가 어떠한 어려운 이야기를 해도 잘 들어주고 늘 긍정적인 마인드로 웃어주어서 더욱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내는 고향이 대구이고 부모님도 대구에 살고 계셔서 그때 당시 서울에서 동생과 둘이 살고 있었고 나는 부모님과 함께 용인에 살고 있었다. 사는 곳은 꽤 거리가 있었지만 나는 광화문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었고 아내는 강동구에 있는 어린이집에서 교사생활을 하고 있었기에 저녁때 만나는 것에는 문제가 없었다.

이후 우리는 더욱 자주 연락을 하게 되었고 주중에도 수시로 만나 같이 밥을 먹었다. 늦은 밤에는 아내가 차로 용인에 있는 내 집까지 데려다주곤 했다. 용인에 있는 카페거리에서도 자주 데이트를 하게 되었고 주말에는 춘천까지 드라이브를 하러 다녀오기도 했다. 그렇게 우리는 연애를 시작하였다.


연애를 시작할 당시 우리의 나이는 32살이었고 여자로서 적지 않은 나이였기 때문에 아내는 부모님에게 빨리 결혼하라는 압박을 받고 있었다. 그래서 나와 사귀기 전에도 부모님의 소개로 맞선을 몇 번 보았다고 했다. 그 사실을 알고 나는 처음으로 결혼에 대한 고민을 시작했다. 지금 당장 결혼하고 싶은 마음은 없었지만 아내를 놓치면 안 된다는 마음이 더 크게 다가왔다. 같이 있을 때 그렇게 편하고 잘 맞는 사람을 다시 만나기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 사람과 결혼해서 살면 평생 큰 어려움 없이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아내에게 내 마음을 전하고 바로 아내의 어머니와 여동생을 만났다. 엄청나게 좋은 조건은 아니지만 안정적인 직업에 교회를 열심히 다니는 것만으로도 장모님은 나를 좋게 봐주셨다. 물론 처제도 마찬가지였다. 우리의 결혼 소식에 가장 큰 충격을 받은 사람은 예상외로 나의 어머니였다. 결혼 생각이 전혀 없던 외아들이 갑자기 결혼을 하겠다고 하니 그 아들만 바라보고 평생을 살았던 어머니로서 쉽게 받아들이기 힘들었던 것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나를 떠나보낼 시간이 필요하셨던 것 같다. 그로부터 5개월 후 우리는 결혼식을 올렸다. 나의 대학동창이 사회를 보고 나와 가까웠던 목사님이 주례를 해주셨다. 그리고 축가는 내가 직접 아내를 위해 MC몽의 '너에게 쓰는 편지'를 불렀다. 내 결혼식에 참석했던 회사 동료들은 10년이 지난 지금도 가장 인상적인 축가로 기억하고 있는 걸 보면 꽤 성공적이었던 것 같다. 얼마 전에는 이제 9살, 7살이 된 딸들에게도 결혼식 동영상을 보여주었는데 특히 내가 축가를 하는 부분에서 굉장히 즐거워했다.


2021년 1월이 되면 우리 부부가 결혼한 지 딱 10년이 된다. 그동안 살아오면서 다투기도 하고 경제적으로 어려웠던 시기도 있었지만 지금의 아내를 선택하고 결혼해서 평생을 함께 하게 된걸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배우자를 찾을 때는 재산, 외모, 직업 등의 조건보다는 그 사람의 성격, 인성 등 내면을 더욱 중요하게 생각하고 그런 사람을 찾았다면 절대 놓치지 않길 바란다. 주변에 다른 부부들이 서로 사이가 좋지 않아서 이혼 위기라는 얘기를 들으면 서로 잘 맞는 사람끼리 결혼해서 산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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