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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깜장달 Feb 15. 2024

사랑을 재발명하라 - '영화 바비'는 왜 실패했나?

('사랑을 재발명 하라')


2022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는 프랑스인 '아니 에르노'였다. 그는 자전적 에세이 '사건'에서 '여자만 걸리는 병, 집에만 있게 만드는 병'이 있다고 말한다. 바로 임신!

프랑스는 1975년 세계 최초로 12주 이하 태아에 대한 낙태를 합법화한 나라이다. 여성의 사회적 지위와 삶에 대해 끊임없이 실험하고 도전하는 나라가 바로 '프랑스' 아닐까 싶다.  검색해 보면 프랑스는 2018년 기준으로 혼인하지 않고 아이를 낳아 기르는 비율이 60%를 살짝 넘어 유럽 국가들 중 최고이다. 한국과는 정말 대비되는 나라이다. 

이런 나라 프랑스에서 출간된 에세이  '사랑을 재발명하라'는 우리 시대 꼭 필요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영화 '바비'에서 바비 발뒤꿈치가 땅에 닿은 것이 왜 현실 바비가 된 일일까? 현실에서 '여성은 스스로 작아져야 하기 때문이다. 

혹시 '오스카의 저주'라고 들어 보았는지......여배우가 오스카상을 받으면 이혼할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여성이 남성보다 지위가 높아진 것이 이별의 원인이 되었다면 왜일까? 남성의 열등감일까? 여성이 경제적 사회적 지위가 높아지면 어떤 일이 벌어지길래. 현실에서 여성은 발이 땅에 닿은 바비처럼, 남성보다 지위가 낮아야 사랑받는 걸까? 또 그것이 진정한 사랑이기는 한 걸까?

책은 오히려 평등한 부부관계일수록 여자가 승진해도 관계가 좀 더 잘 버틴다고 한다.   


사회는 어떻게 '가부장제'를 존속시키고 세습시키면서 남성의 이익을 보호해 왔던 걸까? 

여성에 대한 남성의 폭력적 지배를 '자기애 강한 변태'(책 p139)로만 보면 문제 해결이 어렵다. 즉, 개인이 가진 폭력성에만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남성 지배 문화'라는 거대한 사회 구조 시스템 안에서 문제를 바라보는 것이 진정한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책 p139)


특히, 우리나라 결혼 시스템은 정말 거대한 남성 지배 구조 안으로 들어가는 일 같다. 

그전까지 삶에서 남녀 차별을 느끼지 못했더라도 '결혼'을 하면서 '며느리' 역할을 강요받으면서 남녀 차별을 느끼게 되는 경우가 많다. 남편과의 관계도 '며느리 역할' 이 끼이면서 달라진다. 


소설가 김영하 씨는 '결혼은 중산층 이상의 문화'가 되어 가고 있다고 한다. 이런 우리나라 현실에서 결혼이 거대한 남성 지배 구조를 더 공고히 하고 있다면 한국 여성들이 더 이상 결혼을 하지 않을 만하다. 


혹시, 어떤 모임에서 여성보다 남성의 발언에 더 큰 신뢰를 보내는 경험을 한 적 있는지.여성에게는 자연스럽게 '돌보는' '챙기는' 역할이 주어진 적 없었는지. 생각해 보면, 당연하게 우리 모두 따랐던 행동들이다. 


책은 그렇게 우리 일상과 관념 속으로 파고든다. 그러면서 섬세하게 '가부장제' 속에 남녀 관계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영화 '매트릭스'에서 뭔가 현실이 이상하다고 감지하는 모습처럼, 우리가 사는 이 세계가 이상하지 않냐고 저자는 계속 우리에게 말을 건다. 우리가 사는 삶은 결국 남녀 관계이다. 

이 관계가 왜 이렇게 힘들까? 각 개인이 그 사회 공동체 안에 살아가면서 익힌 성 역할이 내면화되는 과정을 살펴보는 일은 우리 사회 전체를 전복하는 일이다. 


전 세계적인 흥행을 일으킨 영화 '바비'가 유독 우리나라에서는 실패했다고 한다. 왜일까? 

바비 영화 첫 장면은 정말 인상적이다.   '스페이스 오디세이' 영화 첫 장면을 오마주 했는데, 유인원이 뼈를 던지며 인류가 도구를 사용해서 비약적으로 도약했음을 보여준다. 유인원이 뼈를 내리치듯이 아기 인형을 내리치면서 '바비'가 등장한다. 


이는 '바비'가 여자아이들에게 더 이상 '엄마'역할만 아니라 다양한 사회적  역할을 이루는 모델로 등장했다는 의미이다. 집에만 머물러야 했던 여성이 사회적으로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게 되었다는 것은 대단한 비약이다. 그러나 아직 갈 길이 멀다.


영화 '바비'는 우리가 사는 현실을 '가부장'의 눈으로 다시 보게 만든다. 

이처럼, '사랑을 재발명하라'도 우리 사회를 다른 시선으로 다시 살펴보게 만든다. 

우리나라에서 '바비'영화가 왜 공감을 받지 못했을까? 의문이었다. 

공감할 만한 가부장 문화가 존재하지 않아서일까? 아니면 아예 가부장 문화 자체를 인식하고 있지 못해서 일까? 아니면, 자발적으로 많은 여성들이 가부장 문화에 동조하고 있기 때문일까? 


분명, 우리나라에도 부당한 가부장 문화로 억울한 경험을 하는 여성들이 많으리라 짐작된다. 

그러니 '화병'이라는 용어가 우리 말로 의학 사전에 실렸을 것이다. 


프랑스 사회가 부럽다. 용감하게 자신의 삶을 성찰하고 드러내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사실이. 우리나라에도 분명 비슷한 문제로 고민하는 많은 여성들과 일부 남성들이 있을 것이다. 이 책이 우리나라 가부장 문화를 전복하는 첫 시작이 되면 좋겠다. 





*참고도서 ; "사랑을 재발명하라" 모나 숄레, 책세상 출판,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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