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왔다. 소리만 들었다. 집 밖에 나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금 내가 신세 지고 있는 친구의 집은 햇빛이 들어오지 않고 하늘이 보이지 않는다. 아예 안 보이는 건 아니고, 창문으로 머리를 들이밀고 위로 올려보면 조그맣게 조각난 하늘이 보이기는 한다. 어제와 오늘은 회색이었던 것 같다. 아니면 어쩔 수 없고.
예전 살던 집에서 운동을 열심히 하던 때가 있었다. 옷을 간단하게 챙겨 입고 불광천변으로 뛰러 나갔다. 응암동 쪽으로 뛰면 너무 거리가 짧아서 증산 쪽으로 뛰었다. 증산을 지나 한동안 더 갔을 때쯤 비가 오기 시작했다. 소나기였던가, 아니면 비가 올 기미가 보였던가는 기억나지 않는다. 빗줄기는 거셌고 얇은 운동복은 흠뻑 젖어버렸다. 지갑을 안 가지고 나와 잠깐 비를 피할 돈도 없었다. 선택지는 하나였다. 집을 향해 뛰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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