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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줄리킴 Feb 16. 2021

세계는 하나, 또라이 질량 보존의 법칙

또라이는 한국에만 있는 게 아니다

또라이는 고대로부터 이어 오는 관습



 웃자고 만든 이 '또라이 질량 보존의 법칙'은 슬프게도 현실에 존재하는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는 사실이다. 어느 회사든 또라이가 있다. 여기서 말하는 '또라이'라 함은 얌체, 진상, 아첨꾼, 인성 파탄자, 미친 상사, 치사한 동료, 얄미운 부하 등 모두를 아우르는 말이다. 직장을 다닌 사람이라면 경험했을 '꼰대 보존의 법칙'과도 일맥상통하는 불문율이다. 대부분은 '또라이'와 '중증 꼰대'가 겹치기 때문이다. 기원전 1700년 경 수메르 점토판 "A scribe and His Perverse Son"에도 책망하는 '요즘 것들'에 대한 성토가 기록되어있다. 고대 로마 버전의 경우, 마르쿠스 툴리우스 키케로의 유명한 카틸리나 탄핵 문(BC63)의 '아, 세태여! 아, 세습이여! 실로 한탄할 만 하구나." 라틴어로 "O, tempora! O, mores!"가 있다. 직장 내 '또라이' 때문에 사회생활이 힘든 사람은 고대로부터 이어 내려오는 변하지 않는 사실이다.      


 내가 슬기롭게 헤쳐나가고 싶었던 외국 직장 생활은 이 불문율을 피해 갈 수는 없다. 미국, 영국, 스페인, 싱가포르, 한국, 홍콩 등 미주, 유럽, 아시아 등 여러 대륙에서 일을 했다. 하지만 '디자이너'가 모인 패션 세계는 감정에 기반을 두어 일을 하는 직업인 만큼 드라마 퀸 드라마 킹들이 집합한 곳이고 '또라이 질량 보존의 법칙'을 최상위 5% 안에 유지하게 시키는 막강한 곳이다. 패션 회사, 특히 디자인팀은 나라에 따라 표현 방식이 다를 뿐이지 보이지 않는 감정싸움과 파벌싸움이 어느 부서보다 고도의 심리전으로 명석하고 예리하게 '인간의 본성'을 적나라하게 볼 수 있는 곳 중 하나이다.


미국의 직장문화 



 내 경험을 토대로 얘기를 해보자면 개인주의를 중요시하는 미국은 자기 일만 철저히 잘 해내고 성과를 내는 경우라면 꽤 편하게 일할 수 있는 곳이다. 다른 나라들에 비해 불필요한 감정의 부대낌이 없고 개인의 의견과 선택을 믿어준다. 다만 철저히 성과주의가 때문에 주어진 일을 잘 못 할 경우, 성과를 못 낼 경우는 회사에서는 주저 없이 실력 없는 직원을 단칼에 쳐낸다. 실력 없는 자가 설 자리가 없고 자연히 도태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약육강식의 표본이다. 마음과 취미가 맞는 동료들과 모임을 통해 소그룹에 속할 수 있다면 회사 생활에 큰 도움이 된다. 다른 부서의 사람들과 연결이 되기도 하고 그러면서 각 부서의 정보를 공유하게 되면 회사 생활 훨씬 편해진다. 하지만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의사를 밝히지 않으면 길 잃은 고양이처럼 혼자 덩그러니 남겨지는 경우도 많이 봤다. 맘이 맞지 않는 앙숙과는 피하는 게 상책이다. 양쪽 모두 피를 흘리는 개싸움을 너무 많이 봤다. 상대가 또라이라면 얼른 꼬리를 내리고 나의 안정을 위해 피하거나, 더 한 또라이로 변신해 맞불 작전을 빨리 치고 들어가야 한다. 상대를 기선을 제압하면서 그 또라이가 다시 내게 또라이로 대들 수 없는 상황을 만드는 것이 상책이다.     



영국의 직장문화 



 영국은 대놓고 미국처럼 '성과주의'를 표면화시키지는 않는다. 독창성이 강하고 자기만의 스타일을 표현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자기의 색깔'을 가진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필수 요소다. 자기 색깔이 없는 사람 혹은 표현력이 적은 사람에게는 처음에 적응하기가 무척 어려울 수 있다. 영국은 유달리 예의범절에 대한 척도가 남다르다. 아무리 시급하고 바쁜 일 처리라도 웃으며 인사하는 것은 단연 기본 중의 기본, 그중에서도 그 사람이 짬이 날 때를 요청하고 기다려야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바쁘다고 무작정 내 할 일만 하면 결국은 대놓고 기다리라는 야단과 함께 '예의 없는 사람'이라는 라벨과 함께 뒷말 부메랑이 돌아온다. 이 부분이 특히나 성질 급한 한국인에게 매우 어려울 수 있다. 부탁 역시 매우 조심스럽게 상대를 과대하게 배려하는 표현을 감추지 않고 해야 한다. 영국에서의 예절의 범위를 지나친 행동은 앞에서는 웃으며 괜찮다고 하지만 퇴근 후 삼삼오오 술을 마시며 맹렬하게 뒷말 대잔치를 한다. 영국 직장 생활 초창기에 퇴근 후 동료들과 술자리를 자주 갔던 나는 회사 내 동료들의 별의별 행동이 안주로 쓰일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버렸다. 어린 마음에 내가 안주가 될 것 같은 불안감에 자주 술자리에 참석했던 기억이 난다. 우아한 또라이님에게 온화한 웃음을 지어주며 '연민'을 가져주는 것이 가장 평화적인 해결책이다. 적어도 앞에서 똘짓을 대놓고 하지 않기 때문이다. 예의는 지키며 미친 짓을 하므로 다른 나라보다는 덜 힘들다.



스페인의 직장문화



 스페인은 감정의 표현이 어느 나라보다 열정적이고 필터 없이 쏟아낸다. 싸움 역시 공공의 장소에서 대놓고 싸우는 경우가 많아서 그 상황을 보고 이해하는데 많은 시간이 걸렸다. 말싸움은 흔하게 발견되었고 그렇지 않은 경우는 뒤에서 뒷담화를 다 들리게 하는 표현의 자유를 애써 감추지 않는다. 어떤 회사에서 일할 때, 한 디자이너는 자신이 화가 난다는 이유로 샘플을 책상에 집어 던지고 욕을 하고 사라졌던 적도 있다. 모든 사람이 쳐다보아도 눈 하나 꿈쩍하지 않았다. 화를 고스란히 다 표현해내는 모습을 보며 초창기 적응을 하지 못했던 시기가 있었다.



아시아의 직장문화



 한국, 홍콩의 경우는 상당히 비슷했다. 대한민국은 '공동체'라는 단체 생활을 유독 중요시하고 '나' 개인보다는 윗사람의 지휘, 회사의 이익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러한 특징은 원치 않은 사람과 밥을 먹어야 하는, 밥 먹는 시간조차 맘대로 쓰지 못하는 고통의 시간을 보내야 한다. 다른 나라에서는 경험하지 못한 일이다. 만약 상사가 그 대상이었다면 잘못 보여 한번 찍히면 사형선고와 같아 '이번 직장은 망했어요'를 실전 지옥 현실을 매일매일 맛보게 된다. 그 또라이님은 헌신적으로 몸과 마음을 바쳐 매일 괴롭힘을 주실 가능성이 크다. 속한 조직 내에 '상 또라이' 한 분이 비정상적으로 괴롭힘을 주시지 않는다면, 없다면 여러 명의 '덜 또라이'님들께서 돌아가면서 사람을 환장하게 만든다.




'또라이, 고도 갈등 성격'의 다섯까지 유형     



 '그는 왜 하필 나를 괴롭히기로 했을까?'의 저자 벨 에디는 심리학에서 통용되는 성격 장애 진단법을 기본으로 고도 갈등 성격을 다섯까지 유형으로 분류하고 그 대처법을 소개하고 있다. 자기애성 고도 갈등 성격, 경계선 고도 갈등 성격, 반사회성 고도 갈등 성격, 편집성 고도 갈등 성격, 연극성 고도 갈등 성격이 그것이다.     

 모든 사람에게 과도한 관심과 존중을 요구하는 '자기애성 고도 갈등 성격'의 소유자를 상대할 때는 공개적으로 망신을 주거나, "틀렸다"라고 말해서는 안 된다. 아주 친절하다가 예기치 않게 화를 내는 식의 변덕을 부리는 '경계선 고도 갈등 성격'의 소유자한테는 "안돼"라는 말을 조심해야 하며 선을 긋는 데 큰 노력을 해야 한다. 카리스마가 대단한 '반사회성 고도 갈등 성격' 소유자는 누군가에 의해 지배당하거나 모욕당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편집성 고도 갈등 성격' 유형은 사람을 극도로 의심하는 타입으로, 상대를 비난하지도 자신을 비난해서도 안 된다. '연극성 고도 갈등 성격' 소유자는 엉뚱하고 흥분을 잘한다. 이들에겐 질질 끌며 꾸물거려선 안 된다. 다소 불친절하다고 느낄 만큼 단호해야 그들의 이야기에 끌려가지 않는다.      


 이런 유형의 '또라이'가 존재하는 이유에 대한 의견도 새롭다. 저자는 고도 갈등 성격의 소유자가 사회에서 도태되지 않은 이유를 사회적, 생물학적, 심리학적 관점에서 흥미로운 가설을 제시한다. 결론적으로 집약해서 정리하면 그들은 사회가 불안정하고 개인의 생존을 위협받는 상황에 놓였을 때 타고난 생존자였다고 분석한다. 남을 해치는 것에 희열을 느끼며 가능한 모든 상황을 의심해 배신자와 음모를 탐지하는 지략가였다는 것이다. 집단이 생존하는 데 있어 긍정적인 역할을 했기 때문에 사회에서 살아남았다는 것이 저자의 분석이다. 또 인간의 심리적인 본성 때문에 남을 괴롭히는 인간들이 계속 존재한다고 봤다. 고도 갈등 성격 소유자는 상대의 감정을 조종하는 기술을 가지고 있는데, 그들이 표출하는 격정적인 감정에 말려들어 결국 그들에게 종속되고 만다는 것이다.     



직장 '또라이'님을 대하는 우리의 슬기로운 자세     



 소설가인 산드라 뤼프케스와 심리학자인 모니카 비트블룸은 ' 옆에는  이상한 사람이 많을까?' 책을 통해 우리 주변에 있는 이상한 사람들이 없어지지 않을 것이기에 12가지 유형을 뽑아  존재를 빠르게 인식하고 대처하라고 조언한다.  가지만 소개하자면 나르시시즘에 빠진 반사회적인 인생관을 가진 의외로 겸손하고, 생각이 깊어 보이지만 "팀장님 그건  아이디어잖아요" 말을 듣는 남의 업적을 가로채는 얌체 같은 사람, 자기애성 인격 장애가 있는 자신감과 결단력을 가진 "이건 말이야~" 뭐든지 아는 체하는 사람도 있다. 아주 사소한 일에도 열을 내는 툭하면 '분노 폭발' 조절이  되는 화를  내는 사람. " 어깨에서   치워주세요"라고 반드시 말해줘야 알아듣는 치근덕거리는 사람. " 허언증 아니야?"라고 하고 싶을 정도로 병을 가진  아닌지 의심이 되는 거짓말을 일삼는 사람. 윗사람한테는 굽신거리고 아랫사람은 함부로 대하는 강약약강형 권력서열에 따라 달라지는 이중적인 인간. 식당에서 유난히 불만이 많고, 매사에 원칙을 따지며 시도 때도 없이 다른 사람의 잘못된 행동을 지적하는 "이것도 싫고 저것도 싫어" 불평불만이 생활인 사람. 외국이더라도  주위에 이런 사람들이 하나도 아니라 여럿이 있다.        

  

 행복도 만들어가는 노력이 필요하듯이 슬기로운 사회생활도 거저 얻어지지 않는다. 피곤하지만 피할 수 없는 직장 인간관계로 인해 번아웃에 빠지지 않고 건강한 사회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스트레스를 견뎌 낼 힘, '회복력'을 높여야 한다. 이 회복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변수와 통제할 수 없는 변수를 먼저 구분해야 한다. '또라이'의 막말과 행동, 고객의 갑질, 코로나19의 엄습 등 외부적인 스트레스는 자신의 노력으로 크게 달라지지 않는 통제할 수 없는 변수이다. 나라마다 또 회사마다 분위가 있고 그것은 천차만별로 다르다. 직업문화의 문화적 사회적 정치적 범주를 넘어 우리가 유일하게 통제할 수 있는 변수 '나'에게 집중하여, 나만의 방어기제를 만들면 인간관계가 훨씬 수월해진다. 나는 '또라이'님들이 내 세상에 발을 들일 때 내가 먼저 그곳을 벗어나 버린다. 그리고 한 발자국 뒤로 나와 연민의 눈으로 '생존을 위한 처절한 몸부림'으로 봐주는 힘을 길렀다. '다를'뿐이지 '틀렸다'라고 선을 긋지도 않았다.   

   

 끊임없이 맺어야 하는 인관관계에서 자신에게 맞는 삶의 전략을 찾자. 우리의 내적 갈등에 마주하고, 자신을 스스로 초조하게 만들기 전에 있는 그대로 수용하는 '나만의 유일한 직장 삶의 방식'을 만들어놓고 그 매뉴얼을 따르면 도웅이 된다. 무엇보다 직장 경계선을 넘어서 내 인생까지 영향을 주고 망칠 수 있는 사람을 미리 판별할 사람 보는 눈을 키우자. 그 사람들에게 휘둘리지 않을, 내 아까운 시간과 에너지를 뽑아가는 드라큘라같은 사람들은 내 멘탈 안전 사전거리 안에 들이지 않는 것이다. 될 수 있으면 필요때문에 최소한의 교류를 하거나 피하는 것이 상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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