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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CE in my life Sep 14. 2020

[건•토•알 2탄] 성수대교는 왜 무너졌을까?

공학적으로 알아보는, 성수대교가 무너진 이유.


건•토•알 이란?

건축 & 토목 알쓸신잡의 줄임말로 비전공자를 위한 건축공학 & 토목공학 입문서입니다.

다양한 전공과 건축공학 또는 토목공학을 연관지어 공학에 대해 전혀 모르시는 분들도 쉽게 접근할 수 있게 구성해 두었습니다. 토막글과, 다양한 전공 분들의 반응과 질문, 그리고 그에 대한 답변을 수록해 놓은 단편 에세이입니다.


[건•토•알 2탄] 성수대교는 왜 무너졌을까?




세상에는 다양한 사고들이 많습니다. 그 중에서 우리가 잘 아는 사고도 있고,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사고도 있습니다. 이번에 '성수대교 붕괴 원인'을 주제로 구조역학 2에서 보고서를 작성하면서, 잘 알려진 사고를 다양한 관점에서 분석할 수 있을 것 같아 이번 칼럼의 주제를 '성수대교의 붕괴'로 정했습니다.


성수대교 붕괴 사고는 사실 이 사고가 일어난 후에 태어난 저도 알만큼 유명한 사고이지만 모르는 분들을 위해 간단히 설명해 드리자면, 이 사고는 1994년 10월 21일 서울특별시 성동구 옥수동 성수대교가 무너져 큰 인명피해가 일어났던 사건입니다.


사고의 원인을 바라보는 관점에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이 사고를 서울특별시의 책임이라고 보는 관점도 있고, 동아건설의 책임이라고 보는 관점도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오늘 이것을 '책임'의 관점에서 보는 것이 아니라, 조금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려고 합니다.


그러면, 어떠한 관점에서 보겠다는 거야?


이 칼럼에서는 성수대교의 붕괴 원인을 '공학적인 관점'에서 바라볼 것인데요, 이를 위해서는 성수대교가 어떠한 원리로 지어졌는지부터 알아야 합니다.


성수대교는 트러스 구조 (Truss Structure)로 이루어져 있으며, 이 구조는 다리를 길게 만들 때 이용되는 구조입니다. 트러스 구조는 트러스로 불리는 철강 상판을 핀으로 연결하는 구조로, 트러스 사이는 볼트로 연결됩니다. 일단 이론적으로 설명을 했으니, 트러스 구조를 그림으로 보여드리겠습니다.


출처 : Structural Analysis 교재. 가장 흔하게 쓰이는 트러스 구조를 나타낸 것임.




이 트러스 구조에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볼트가 잘 끊어진다는 것입니다.

성수대교 붕괴 사고는 이러한 치명적인 단점으로 인해 발생한 사고로, 11번째 교각의 볼트가 갑자기 끊어졌기에 사전에 사고의 위험성을 알리지 못하고 급작스럽게 인명사고가 난 것입니다.




그렇다면 왜 트러스 구조는 잘 무너질까?


여기까지 글을 읽으신 여러분들은, 이런 생각을 하실지도 모릅니다.

트러스 구조가 취약해서 사고가 일어난 건 알겠는데, 도대체 트러스 구조는 왜 취약한 것일까?


이를 알아보기 위해서는, 공학적 지식이 조금 필요합니다. 아무래도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 중에서는 공학적인 개념에 익숙하지 않은 분들도 계실테고, 정확한 공학적 개념을 알고 싶으신 분들도 계실테니 자세히 들어가보되, 맨 마지막에 비유를 통해 쉽게 설명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구조 계산에 필요한 개념에는 '부정정차수'라는 것이 있습니다. 구조물에는 정정구조물과 부정정구조물이 있는데, 성수대교는 게르보 형식인 정정구조물입니다. 부정정차수가 높을 수록 구조해석을 하는 데 필요한 수치와 계산량이 많아지는데, 이 구조에 볼트를 넣으면 부정정차수가 떨어지게 됩니다. (공학적으로는 볼트 대신에 힌지 라는 말을 주로 씁니다.) 그렇기에 결론적으로 정정구조물의 부정정차수는 0이 됩니다.


구조물에는 잉여력 (Redundant Force)가 있는데, 잉여력이 많으면 많을수록 구조물의 안전성이 늘어난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이 잉여력은 부정정차수와 비례한다고 생각하시면 되는데, 부정정차수가 1인 구조물에는 1개의 잉여력, 부정정차수가 2인 구조물에는 2개의 잉여력, 이렇게 쭉 가서 부정정차수가 k인 구조물에는 k개의 잉여력이 있습니다.


그러나 정정구조물의 부정정차수는 0이기 때문에 잉여력이 없으며, 그로 인해 부재(Member)가 하나라도 파괴되면 구조물 전체가 붕괴됩니다.


위에서는 정정구조물이 더 약한 이유에 대해 이론적으로 언급했으니, 공학적으로 완전히 같지는 않지만 이해가 가게 간단히 비유를 해보겠습니다.




자전거 바퀴를 주목해주세요


여러분이 자전거를 탄다고 해봅시다. 자전거를 타기 위해 페달을 밟으면 자전거의 체인이 돌아가게 되고, 그로 인해 바퀴가 돌아갈 것입니다. 이것을 부정정 구조물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이제, 이 체인 구멍들 사이에 못들을 박는다고 생각해 봅시다. (타이어가 터지는 것은 생각하지 않고요.)


못을 박으면 어떻게 될까?



이 상태에서 페달을 밟으면 체인은 이동하지 못하기에 못에 체인이 걸리게 되어 바퀴가 굴러가지 않을 것입니다. 여기에서 힘을 더 주어서 페달을 더 밟으면 체인이 꼬이고, 자전거 바퀴가 망가져서 앞으로 나아갈 수 없을 것입니다. 이것을 정정 구조물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예시는 자전거 바퀴로 들었지만 다리도 똑같다고 보시면 됩니다. 트러스 구조를 통해 다리를 길게 만들 수는 있겠지만, 체인 구멍들 사이에 못을 박아넣은 것처럼 다리에 볼트를 넣었기 때문에 부재가 하나라도 파괴되면 구조물이 무너지기 쉬운 것입니다.



아무래도 사회적 인프라는 사람들이 많이 이용하는 시설이기 때문에, 이와 같은 사고가 발생하지 않게 조심하고, 사후 관리를 해야겠죠. 이로써 '[건•토•알 2탄] 성수대교는 왜 무너졌을까?'를 마무리해 보겠습니다. 칼럼을 연재하며, 비전공자를 위한 칼럼을 쓰는 것이 전공자를 위한 칼럼을 작성하는 것보다 어렵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비유도 적절하게 써야 하고, 칼럼에서 공학적 지식을 어디까지 다루어야 하는지도 항상 고민이 많았습니다. 오늘은 비전공자를 대상으로 함에도 불구하고 공학적 지식이 많이 들어간 것 같아 마음이 불편하네요. 맨 처음에 이를 칼럼 공유방에 올렸을 때 정확한 지식을 원하시는 분이 계셔서 자세하게 써 놓은 것이니, 가볍게 읽고 싶으신 분들은 넘기고 '자전거 부분'만 읽으셔도 괜찮습니다.


<건•토•알>은 일주일에 한 번 연재하며, 토목공학과 건축공학에는 다양한 세부 분야들이 있기 때문에 최대한 다양하게 주제를 선정할 예정입니다. 이 밑의 부분은 다른 전공 분들이 제 글을 읽고 느낀 감상평과, 질문들입니다.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학과만 공개하겠습니다.) 궁금하시면 읽어보시고, 이 외에 다른 궁금증이 있으면 언제든지 댓글 부탁드립니다. 또한, 전공자 분들과의 지식 공유도 언제든지 환영합니다.그러면 오늘은 여기에서 칼럼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D




A님 (지리교육과) : 성수대교 붕괴를 공학적인 관점에서는 처음 접근해봐요. 트러스 구조로 만들고 부정정차수를 낮추기 위해 무리하게 볼트를 넣어서 파괴되었군요! 성수대교가 붕괴된 이후에 새롭게 지어진 성수대교는 이런점을 보완하기 위해 어떤방식으로 다시 건설되었나요?


A님의 질문에 대한 답변 : 새로운 관점을 위해 공학적으로만 이 사고를 살펴보았으나, 사실 이 사고에는 다양한 원인과 책임이 있습니다. Truss Structure 자체가 위험하다기에는 아직도 널리 쓰이고 있는 구조이고, 사고가 나지 않는 트러스 구조도 많으니까요. 원래 토목공학의 인식은 '짓는 것'인데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더 그렇죠.) 이 이후로 '사후 관리'라는 개념이 생겼습니다. 또한, 전국 시설물의 안전을 관리하는 한국시설안전공단이 생겼습니다. 다리 자체에 대해서 이야기하자면, 현대건설이 1997년 이 다리를 복구하여 성수대교는 43.2t까지 버틸 수 있는 다리로 재탄생 하였습니다


B님 (소프트웨어) : 단순히 성수 대교 붕괴의 원인을 부실공사라고 생각했는데 공학적인 관점에서 다리 구조를 파악하게 되어 신기했습니다. 그리고 자전거를 통해 좀 더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주셔서 더 잘 이해가 되었어요! 좋은 칼럼 감사합니다!:)


C님 (유아교육과) : 칼럼 잘 읽었습니다. 부정정차수는 처음 듣는 개념인데 자전거를 통해 확인하니 이해가 쉽게 되었습니다 .결국 정정구조물의 치명적인 단점이 성수대교 붕괴를 일으켰네요. 성수대교 붕괴 원인에 대해구체적으로 알수 있어 흥미로웠습니다. 좋은 칼럼 감사합니다:)


D님 (식량자원과학과) : 칼럼 잘 읽었습니다! 대교같은 건축물은 사회적 인프라이기때문에 더욱 신중해야겠군요. 학교와 본가를 오갈때마다 성수대교를 보는데 평소와 달리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볼 것 같습니다:)


E님 (물리학과 •컴퓨터공학과) : 칼럼 잘 읽었습니다! 부정정차수라는 수치로 구조물의 사후 모니터링이 가능하다는 것이 신기하네요. 역시 공학과 수학은 뗄 수 없는 관계인 것 같습니다.


F님 (행정학과) : 쿠몬님 좋은 칼럼 감사합니다! 성수대교 붕괴 사건은 드라마 소재로도 많이 쓰여서 알게되었는데 정말 안타까운 사건이에요 ㅠㅠ 이 칼럼을 통해 이를 공학적인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어서 흥미로웠습니다. 부정정 구조물 개념이 어려울뻔했는데 자전거를 예시로 들어주셔서 이해가 되었습니다:)


G님 (자유전공학부) : 좋은 칼럼 감사합니다. 인간의 활동에 의한 재해가 발생했을 때 언론에서는 책임 소재를 주로 다루는데, 칼럼에서 공학적인 관점을 언급해주셔서, 언론이 사고를 바라보는 관점에 변화가 필요함을 느꼈습니다. 오늘도 지난 칼럼에서와 비슷하게 공학적 지식을 많이 쌓을 수 있었습니다. 낯선 단어들이었는데, 인명피해와 긴밀하게 관련되어서인지 집중해서 읽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H님 (경제학과) : 성수대교 붕괴 사고를 공학적인 관점으로 설명해주셔서 정말 흥미롭네요! 많은 다리가 트러스 구조로 이루어져 있는 것 같은데, 볼트가 잘 끊어질 수 있다는 점과 하나라도 파괴되면 전체가 무너진다는 점이 신기했어요! 그만큼 사후 관리가 엄청 중요할 것 같네요. 이러한 사건사고들도 단순히 건물이 무너졌다! 라고만 받아들이지 않고 전문적이지는 않더라도 어떤 구조가 어떻게 무너졌는지 알게되니 뿌듯하네요ㅎㅎ 좋은 칼럼 감사드려요!


I님 (음악학과) : 글 잘읽었습니다! 전문 용어가 많아 이과적 머리가 없는 저에겐 문장 하나하나가 어려웠지만 매번 들어주시는 쉽고 적합한 비유 덕분에 잘 이해하고 갑니다 ! 이를 구조역학이라고 칭해야할까요? 잘은 모르지만 사회적 인프라인만큼 각자의 이해관계를 따지지 않고 안전한 구조물을 만들기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길 바라겠습니다!


J님 (교육학) : 전공자가 아니어서 완벽히 이해는 하지 못하지만 (정정구조물 등) 건축물(?)의 위험성 등을 직접 계산하여 수치화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으로 다가오네요! 항상 글을 읽으면 공학이 재밌다는 생각이 듭니다ㅎㅎ 잘 읽었습니다!


K님 (유전공학과) : 두번째 칼럼은 공학적 관점에서 붕괴사고를 바라볼 수 있는 시각을 제시해준 칼럼인 것 같아요. 부재가 하나라도 파괴되면 구조물 전체가 붕괴된다는 점은 정정구조물에 어떤 장점이 있더라도 상쇄하기 힘든 정말 치명적인 단점인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요즘 자연재해로 인해 발생하는 사고들이 잦다보니 사회 인프라를 책임지는 공학의 중요성을 절실히 실감하는데, 이렇게 칼럼을 통해 전문적인 내용을 접해볼 수 있어 너무 좋아요. 앞으로의 활동도 기대가 됩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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