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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부아시스 Nov 16. 2023

우울증 극복한 썰  

말을 잘 들어주는 사람에게 느끼는 감동

사랑하는 아이가 태어났다.


장장 10개월의 대장정 끝에 태어난 내 아이를 바라보고 있자면, 너무 행복하기만 할 줄 알았는데..

나의 행복할 거라는 상상은 출산과 동시에 와르르 무너졌다.


3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나'만 생각하고 '나의 성공'만을 쫓아 달려왔던 나에게  

'부모'라는 나의 또 다른 직함은 무거운 책임감만 가득했다.


원인을 알 수 없는 울음, 2시간마다 깨서 밥 달라고 우는 아기, 하루종일 집 밖에 나갈 수 없는

환경은 나를 지치게 만들었다.  


집 근처 한강의 물만 봤을 뿐인데도, 쉴 새 없이 눈물이 떨어졌던 건 그때쯤인 것 같다.

"아, 나 지금 위험하구나"


어느 날 친정엄마가 우리 집에 아이를 보러 오셨다.

"너 보러 가는 거 아니고 애기 보러 가는 거야~"


말은 그렇게 해놓고,

오자마자 빨갛게 충혈된 내 눈.

푸석푸석한 얼굴을 누구보다 안쓰럽게

눈에 담는다.


그 순간 나는 엄마 앞에서 그만 펑펑 울었다.

그리고 엄마는 오랜 시간 말없이  나의 이야기를 들어주었다.


"엄마도 나 이렇게 키웠어? 나 육아랑 안 맞나 봐 너무 힘들어.."


"그럼. 엄마도 너네 키웠을 때 너무 힘들어서 한번 제대로 못 안아줬어. 너 그러는 거 엄마는 이해해. 내가 자주 와서 도와줄 테니 걱정 마."


아기의 울음소리와 웃음소리, 출산 후 뼈가 시리고 잇몸이 시린 얘기, 아기 응가 치우는 법 같은 소소한 이야기까지

다 털어내니 한밤중이 되더라.


내 인생의 방향이 어디인지 헤매고 있을 때, 끝없는 좌절감에 휩싸여있을 때

나는 꼭 누군가에게 마음을 터놓고 얘기하는 것을 권유한다.


우울증을 치료하는 방법 중 가장 권장되는 방법은 바로 '다른 사람한테 내 마음을 말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강원국 작가는 말을 잘하는 사람, 말을 잘 들어주는 사람을 이렇게 표현했다.

"말을 잘하는 사람은 귀를 열게 하고, 말을 잘 들어주는 사람은 마음을 열게 한다"


지금 내 곁의 누군가가 아파하고 있다면,

혹은

누군가를 짝사랑하여, 그 마음을 사로잡고 싶다면


그 사람의 말을 진심으로 들어주는 것은 어떨까?


누군가의 특별한 사람으로 기억된다는 것은

'나의 숨을 한번 참아내고, 그 사람의 마음을 들어주는 것'이다.


친정엄마를 생각하니 나태주 시인의 시 한 구절이 떠올랐다.


<행복, 나태주>


저녁때

돌아갈 집이 있다는 것


힘들 때

마음속으로 생각할 사람이 있다는 것


외로울 때

혼자서 부를 노래 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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